개봉 5일 만에 3억 7800만 달러(약 5057억 원). 영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벌어들인 글로벌 수익이다. 이는 역대 게임 원작 영화 중 최대 매출일 뿐 아니라, 2019년 ‘겨울왕국2’가 수립했던 3억 5800만 달러를 뛰어넘는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오프닝 기록이다.
슈퍼마리오가 영화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3년 닌텐도가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할리우드 제작 실사영화가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원작 및 영화 팬 모두를 잡지 못해 흥행에서는 참패를 맛봐야 했다. 당시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던 미야모토는 “닌텐도의 크리에이티브 시선으로 내용을 감수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래서 절치부심했다고 한다. 먼저 ‘미니언즈’로 유명한 미국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일루미네이션과 손을 잡았다. 여기에 미야모토가 공동 프로듀서로서 참여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마리오를 영화화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과제는 ‘어떻게 하면 게임과 영화, 양쪽 팬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느냐’였다. 요미우리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야모토는 “게임과 영화는 대극적 성향의 차이로, 솔직히 말해 게임을 영화화하면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고 털어놨다. 일례로 게임은 사용자가 생각하며 즐기기 때문에 제작자가 보여주는 건 간단한 스토리와 목표뿐이다. 반면, 영화의 경우 관객은 앉아서 보는 존재다. 제작자 측에서 관객의 허를 찌르고 매료시켜야 하므로 아이디어 사용법이 전혀 다르다.
게임의 줄거리대로 찍자니 재미가 없고, 그렇다고 게임의 요소가 담겨 있지 않으면 기존 게임 팬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 미야모토는 “각본을 여러 번 고쳐 가며 마리오의 캐릭터를 훼손시키지 않으려 고심했다”고 전했다.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일루미네이션의 크리스 멜라단드리 최고 경영자(CEO)와는 작품을 만드는 방법부터 팀 운영, ‘재미없다고 판단하면 이전 결정을 뒤집는 용기’까지도 죽이 잘 맞았다. 미야모토는 “덕분에 아이와 어른 모두가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평론가와 관객의 평가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개봉 전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혹평이 쏟아진 바 있다. 이에 대해 미야모토는 “영화가 이 정도의 흥행을 거두려면 다소 운도 필요하다”며 “많은 외국 평론가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내렸지만, 역으로 그 점이 영화의 인지도와 입소문에 한몫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닌텐도는 게임 이외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가령 2021년 오사카에 위치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에 슈퍼마리오의 세계관을 재현한 테마파크 ‘슈퍼 닌텐도 월드’를 개장했으며, 올해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도 같은 테마파크를 오픈했다. 또한 10월에는 일본 내 3번째 직영 굿즈숍이 교토에 문을 열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닌텐도의 IP 사업 강화는 게임 비즈니스에 대한 위기감의 표시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주력 게임기 스위치가 출시 7년 차에 접어들면서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겪는 등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으나 그 열기가 식으면서 2023년 3월기의 판매 대수는 1800만 대로, 전 분기 대비 22% 감소가 전망된다.
닌텐도는 오랫동안 ‘게임앤워치’와 ‘패미콤’ 같은 휴대용과 거치형 기기 두 가지를 동시에 선보이는 전략을 펼쳐왔다. 위험을 분산시키려 했던 것. 예를 들어 거치형 WiiU(2012년 발매)가 부진에 빠졌을 때도 휴대형 닌텐도 3DS가 실적을 뒷받침한 바 있다.
그런데 닌텐도 스위치는 거치형과 휴대형의 특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게임기다. 미야모토는 “스위치를 발매했을 때 가장 큰 두려움이 하드웨어가 한 종류가 되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스위치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2024년 출시 예정이라 소문이 도는 ‘차세대 게임기’도 히트할지 미지수다. 게임과 IP 사업을 균형 있게 맞추는 것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실제로 닌텐도는 영상 제작에 힘을 가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미야모토는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게임회사가 아니다. 온 가족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확장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울러 “영화 차기작도 기대해 달라”며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가장 영상에 적합한 캐릭터를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닌텐도가 내세울 다른 IP 작품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닌텐도는 ‘젤다의 전설’ ‘동키콩’ ‘별의 커비’ ‘동물의 숲’ ‘포켓몬스터’ 등 다양한 IP를 보유 중이다.
닌텐도가 펼치는 IP 사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크다. 영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개봉한 첫 주말 흥행 수입이 보도되자, 4월 10일 닌텐도의 주가는 4.6% 상승했다. 일본 도요증권의 야스다 히데키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영화가 닌텐도의 브랜드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한다.
‘마리오’는 1981년 처음으로 게임에 등장했다. 마리오를 탄생시킨 미야모토는 “일찍이 (디즈니의) 미키마우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해 왔는데, 영화 흥행으로 인해 상당히 가까워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마리오 외에도 동키콩과 포켓몬 등 닌텐도의 콘텐츠는 30년 이상 팬들을 매료시켜왔고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부모, 조부모도 함께 즐기는 콘텐츠가 됐다. 이처럼 닌텐도의 IP 저력이 증명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의 한 수 전략에 귀추가 주목된다.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는 누구?
1952년 일본 교토부에서 태어났다. 가나자와 미술공예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장난감 디자이너를 꿈꿨다고 한다. 1977년 닌텐도에 취직해 동키콩,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등 히트작들을 낳았다. 별칭으로는 ‘마리오의 아버지’ ‘현대 비디오 게임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2015년부터 닌텐도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에는 일본 문화공로자로 선정됐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