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의료시설 사인도 당시 정황도 불분명…현지 간호사 “프로포폴” 언급해 설만 무성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터라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국내 언론은 주로 박현옥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의 전언을 보도해왔다. 이후 고인의 딸 서동주가 캄보디아를 다녀와 현지 상황을 전하기도 했지만 정보보다는 의혹이 중심이다. 국내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디스패치가 캄보디아 프놈펜 미래병원을 직접 다녀왔지만 역시 미스터리만 추가된 상황이다. 과연 그날 미래병원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링거 쇼크사? 100% 안전한데…
처음에 서세원은 링거를 맞다 쇼크 증상을 일으켜 심정지가 와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한국도 아닌 캄보디아의 한 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라 그 이상의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자 바로 의료계에서 의혹이 제기됐다.
의학전문기자인 홍혜걸 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링거가 사망원인 아니냐는 일부 추측은 난센스”라며 “링거는 체액과 동일한 성분으로 물과 전해질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에 따라 포도당과 아미노산이 들어갈 뿐 어떠한 독성 혹은 알레르기 부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가령 커피 마시다 죽었다고 해서 커피가 원인이 아니듯 링거는 잘못이 없다. 오염되거나 변질된 것만 아니라면 링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세원의 사망 원인에 대해선 “아마 지병 등 기왕력(기존 병력) 있거나 심장 쪽 돌연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을 남겼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남궁인 교수 역시 4월 20일 의학 채널 비온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링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액이다. 수액은 우리 몸의 구성 성분으로 돼 있다. 수분, 전해질과 당으로 돼 있는데 이론상으로 수액에 다른 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경우 100% 안전하다”면서 “다만 이 수액이 오염됐다든지 다른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는 물질이 있으면 쇼크사와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고 말했다.
이런 의학계의 반응은 ‘링거는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서세원의 사인이 링거 때문에 일어난 쇼크사로 알려지면 일반 환자들이 링거를 꺼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서세원이 링거를 맞다 사망했지만 링거 쇼크사는 정확한 사인은 아니라는 의미다.
#프로포폴? 서세원이 맞은 링거의 정체 추적
기본적으로 서세원은 평소 당뇨병을 심하게 앓아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혜걸 박사가 언급한 지병 등 기왕력(기존 병력)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남궁인 교수의 우려처럼 수액이 오염됐거나 알러지가 발생할 수 있는 물질이 들어있었을 수도 있다.
서세원 사망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병원으로 가 주검을 최초 확인한 이는 캄보디아 한인회장을 역임한 박현옥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으로 알려졌다. 박현옥 부회장은 디스패치 인터뷰에서 “링거액이 오렌지색이었다. 수액에 영양제를 넣은 것 같다. 내가 팔에 꽂혀 있는 링거를 직접 뺐다. 3분의 2 정도 맞은 것 같다”며 “경찰이 수거해서 검사를 했다. 쇼크사다”고 말했다. 서세원 사망 직후 사인이 ‘링거 쇼크사’로 알려진 계기 역시 박 부회장의 말 때문이었다.
서세원이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터라 국내 언론의 취재에 한계가 분명해 몇몇 매체가 현지에 있는 박현옥 부회장과 통화한 내용을 위주로 보도가 이뤄져왔다. 그런데 디스패치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됐다.
디스패치는 4월 20일 오후 서세원이 사망한 병원 간호사와 전화 통화가 됐는데 해당 간호사는 “정맥주사를 맞다가 사망했다”고 밝힌 뒤 어떤 종류의 주사를 맞았냐는 질문에 “프로포폴”이라고 답했다. 그때 바로 한국인 관계자가 전화를 가로채 “여기에는 프로포폴 없어요. 그런 거 취급하지 않습니다. 링거 맞다가 돌아가셨어요. 다시 확인해 보고 연락드릴게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서세원이 사망한 장소인 캄보디아 프놈펜 ‘미래병원’을 직접 찾은 디스패치 취재진이 병원에서 발견한 것은 다음과 같다. 우선 수액(포도당)이 있었지만 유통기한은 2022년 7월 1일이었다. 또한 링거 등을 정맥주사할 때 사용하는 나비침도 발견됐는데 제조일자가 2018년 10월 5일로 유통기한 2년(2020년 10월)이 한참 지났다. 마그네슘도 있었지만 역시 사용기한은 2022년 4월 10일이었다.
유통기한이 2024년 1월인 염화나트륨과 2023년 12월인 프로포폴도 발견됐다. 뚜껑을 열었다 닫은 흔적이 남아 있는데 재사용이 금지돼 있고 냉장보관을 해야 하는 프로포폴은 실온 상태로 서랍 안에 있었다. 또한 치료실 검정 봉투 안에선 폐기된 주사기가 발견됐는데 주사기에는 우윳빛깔 약물이 남아 있었다. ‘우유주사’라고도 불리는 프로포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현옥 부회장은 “링거액이 오렌지색이었다”고 밝혔지만 병원에선 그런 색깔의 약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간판도, 의사도 없는 무허가 미래병원의 실체
그렇다면 문제의 미래병원은 어떤 곳일까. 정확한 명칭은 미래 폴리클리닉(MiRae Polyclinic)이다. 현재는 병원이 폐쇄된 상태로 건물주가 병원 간판까지 내리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건물주는 캄보디아 훈센 총리의 여동생인 훈 시낫으로 알려져 있다.
디스패치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간판이 걸려 있었고 간판에는 태극기와 캄보디아 국기가 나란히 그려져 있고 성형수술, 줄기세포치료, 스킨케어, 제대혈치료 등의 진료과목도 적혀 있었다.
그렇지만 병원 허가증이나 의사 면허증은 없는 상태, 다시 말해 아직 정식으로 개업한 병원이 아닌 무허가 의료시설이다. 병원 내부에도 아무도 없어 취재진이 병원에 있는 약품 등을 확인할 수 있었을 정도다. 당시 미래병원 원장은 한국에 있어 병원에 의사는 없었고 운영 이사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옥 부회장은 디스패치에 “서세원이 캄보디아에서 병원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날 서세원과 운영 이사가 간호사 면접을 봤고, 그 간호사에게 링거를 맞았다고 한다”며 “운영 이사가 치과에 일이 있어 자리를 비운 사이 쇼크가 온 모양”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회장은 “이사 말로는 서세원이 치과도 냈다고 한다. 서세원이 의료 사업을 하겠다며 한국인 의사를 구하고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프로포폴 투약설에 대해선 “처음 듣는 이야기다. 말이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런데 다른 매체 인터뷰에선 다른 입장을 밝혔다. 디스패치가 관련 의혹을 보도한 4월 24일 박 부회장은 스타뉴스 인터뷰에서 “서세원이 병원을 운영하고 간호사 면접을 직접 봤다는 얘기도 있는데, 병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으며 같은 날 뉴스1 전화 인터뷰에선 “그 병원은 서세원이 운영하는 게 아니고 병원 운영자를 잘 알 뿐”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서세원 사망 당시 병원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자체도 명확하지 않다. 서세원에게 링거를 놓은 간호사, 서세원이 이날 면접을 봤다는 간호사, 디스패치의 전화를 받아 당시 정황을 얘기하며 프로포폴을 언급한 간호사 등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모두 동일 인물인지조차 불분명하다. 그리고 운영 이사도 병원에 근무 중이었는데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얘기가 있어 사망 당시 병원에 있었는지가 확실치 않다.
#간호사 제외한 최초 목격자는 누구?
정확한 사인은커녕 사망 당시 정황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사망 당시 누가 병원에 있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비보를 접하고 캄보디아로 갔던 서세원의 딸 서정주 역시 이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서동주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만난 디스패치 취재진에 “최초 신고자가 누군지, 링거와 수액을 가져갔는지, 간호사 진술은 받았는지, 약물 검사를 했는지…. 의심하는 게 아닌 상식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 제가 듣는 이야기는 ‘링거를 맞다 돌아가셨다’는 게 전부니까”라고 말했다.
서동주와 함께 캄보디아에 마련된 서세원의 빈소에 다녀왔다는 이성희 변호사 역시 4월 24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 있는 건 맞다”면서 “간호사를 제외한 최초 목격자가 누구였고, 언론에서 알려진 최초 목격자에게 연락을 취한 병원 관계자가 누구였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언론에 알려진 최초 목격자는 박현옥 부회장으로 보인다. 애초 서세원 사망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주캄보디아 한인선교사회 오창수 선교사는 스타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사망 사실을 확인해주며 “직전 한인회장이었던 박현옥 회장님께 전화를 걸었더니, ‘사망한 서세원 씨와 옆에 같이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한 박 부회장은 디스패치 취재진에게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갔더니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서동주와 이성희 변호사는 당시 병원에 간호사 외에 또 누가 있었고, 누가 박 부회장에게 연락을 했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다며 이런 ‘납득이 안 되는 상황’에 대한 ‘상식적인 질문’을 한 셈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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