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파전 속 결선투표 없이 과반 득표, 이낙연 귀국 일정과 맞물려 관심…투톱 간 우호관계 전망도
박광온 의원은 4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뽑혔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명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박홍근 현 원내대표에 패배하며 쓴맛을 봤으나, ‘재수’ 끝에 21대 국회 민주당 마지막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친명’ 홍익표 박범계(3선) 김두관(재선) 의원과 ‘비명계’ 박광온(3선) 의원 4파전으로 펼쳐졌다. 재석 의원 과반 이상 표를 얻어야 하는 만큼, 1위와 2위 후보가 겨루는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다보니 친명 후보들은 결선투표로 가게 되면 자연스레 단일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니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가 1차 투표에서 재석 의원 169명 가운데 과반 지지를 얻어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도 3명의 후보를 따돌렸다. 사전 협의에 따라 후보자들의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박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표 및 ‘친명계’ 중심 지도부에 견제와 균형을 맞추려는 의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개인 사법 리스크, 돈봉투 사건, 민형배 의원 복당 등 쏟아지는 악재로 이 대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친명계 단일대오에 틈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박 원내대표는 당내 대표적 ‘친낙계’ 의원으로 꼽힌다.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당 사무총장을 지냈고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을 역임했다. 이낙연 전 대표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경선은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오는 6월 미국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그러다보니 민주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투톱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재명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당 운영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 뒤를 잇는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친명계 의원의 당선 필요성을 부르짖었던 것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여졌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원내대표 선거 일주일 전부터 박광온 의원으로 정리가 됐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원외 인사는 “원내대표 선거가 아무리 의원들이 치르는 일종의 ‘반장선거’라고 하지만 당원들의 마음과 동떨어져 있음을 다시 확인했다. 지지자들 의견은 전혀 듣지 않고 사적 인연에 표를 던진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재명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당원들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박광온 의원이 원내대표가 됐다고 이재명 대표와 각을 세울 수는 없다”며 “이 대표가 박 신임 원내대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또한 이 대표도 주변 의원들에게 ‘박광온 원내대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앞으로의 민주당의 방향에 대해 협의가 있지 않았겠냐”고 전했다.
실제 박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인사에서 “모든 의원님들과 함께 이기는 통합의 길을 가겠다”며 “이재명 대표와 좋은 관계를 만들고, 그 통합된 힘으로 윤석열 정부와 대차게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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