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마치면 FA 자격…“건강한 시즌 마무리가 우선”
35세 베테랑 선수의 선발 유격수 출장은 자칫 흔들릴 뻔했던 LG 전력에 엄청난 도움을 줬다. 김민성은 유격수로 13경기 선발 출장해 타율 0.333 8타점 출루율 0.420 OPS 0.801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그도 체력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을 터. 다행히 오지환이 예상보다 빨리 복귀했고, 김민성은 현재 2루수로 출전 중이다.
김민성은 지난 7일 오지환이 훈련 중 부상으로 빠진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날 실내 훈련장에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는데 (오)지환이가 운동하다가 갑자기 부상으로 들어간 이후 감독님과 수비 코치님이 오셔서 오더 조정을 했다며 내가 유격수로 선발 출장하게 됐다고 말씀해주시더라. 솔직히 살짝 떨리면서 긴장감이 생기는 등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갔던 것 같다.”
김민성은 유격수로 경기에 나서며 종종 2군에서 재활 중인 오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유격수 자리를 맡게 되면서 지환이를 많이 떠올렸고 지환이랑 통화할 때 이런 말을 전했다. ‘네가 어렸을 때부터 LG 유격수를 맡게 되면서 정말 고생 많이 했겠다’라고 말이다. 그 자리가 얼마나 어렵고 부담스러운 자리인지를 새삼 느꼈다. 지환이가 빨리 복귀해주길 바랐다. 그래서 빨리 돌아와주길 바란다는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지난 2시즌 동안 선발보다는 주로 백업 멤버로 활약했던 김민성. 그로선 선발 출장이 보장돼 있는 임시 유격수 자리가 소중할 수도 있었을 터. 그러나 그는 자신의 욕심보다는 팀을 먼저 떠올렸다. 오지환이 주전 유격수로 복귀해야 내야가 더 안정적이고, 다른 야수들도 부담을 덜고 수비에 집중할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다.
김민성은 “주위에선 오지환의 복귀가 늦춰지길 바라지 않았느냐 라고 묻지만 난 단 1%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면서 “만약 계속 유격수로 출전했다면 나의 한계를 드러냈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는다.
김민성은 지난 20일 잠실 NC전에서 KBO 통산 50번째 16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다. 이날 멀티 히트까지 기록하면서 팀의 승리를 이끈 터라 김민성으로선 아주 의미 있는 하루였다.
“어렸을 때 야구하면서 선배들의 1000경기, 1500경기, 2000경기 출장 기록을 지켜봤다. 그럴 때마다 ‘과연 나는 저 선배들처럼 꾸준히 경기에 나갈 수 있을까’란 궁금증이 생겼다. 야구를 오래 하다 보니 나한테도 ‘1600경기’란 숫자가 주어지더라. 꾸준히 열심히, 성실하게 야구를 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본다.”
김민성은 비시즌 때마다 누구보다 열심히 개인 훈련을 소화한다. 백업 선수라고 해도 갑자기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수비와 펑고 훈련으로 자신을 단련시킨다.
“연차가 쌓이고 고참이 되면서 후배들이 내 생활을 지켜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출근도 더 빨리 했고, 훈련도 더 많이 하면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런 나를 보고 성장한 후배들이 다음 후배들이 들어왔을 때 그들도 모범적인 생활을 해보여 후배들한테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김민성은 유독 FA와 인연이 없었다. 첫 번째 FA 때는 단 하루가 모자라는 바람에 한 시즌을 더 뛰고서야 FA가 됐다. 원래대로라면 2022시즌 마치고 FA 재취득 자격을 얻는데 FA 재취득도 ‘2일’이 모자라 2023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이 주어진다. 김민성은 “이미 지난 일이고, 그런 상황들을 아쉬워하면 한도 끝도 없다”면서 “올 시즌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하는 게 우선이고, 그다음 좋은 계약을 기대하는 게 맞다”고 정리한다.
“지난 2년 동안 경기 출전보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들이 많았다. 백업 생활이 길어지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야구 공부를 많이 했다. 분명 중요한 순간, 어려운 상황에서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해낼 자신이 있다고 나를 설득시켰다. ‘난 중요한 선수다. 우리 팀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라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아직 은퇴할 날이 멀었지만 만약 은퇴하게 된다면 후배들, 선배들, 그리고 팬들한테 박수 받으며 마지막까지 열심히 준비하고 뛴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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