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복용 김우성·음주운전 3회 호란 출연 뭇매…죗값 치렀다고? 사회적 분위기와 죄질이 관건
#대마 흡연해도, 음주 운전해도 OK?
4월 16일 방송된 KBS 2TV 예능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에는 밴드 더 로즈(김우성, 박도준, 이재형, 이하준)가 출연했다. 이 밴드의 멤버인 김우성은 2016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적발된 바 있다. 당시 김우성은 대마를 흡연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초범이고 범행을 자백한 점 등을 정상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범죄혐의가 충분하고 소추조건이 구비됐어도 가해자의 기존 전과나 피해자의 피해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내용, 반성 정도 등을 검사가 판단해 기소를 하지 않는 처분을 의미한다. 7년 전 범행이기 때문에 김우성의 경우 유예 기간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마약 투약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터라 대중적 저항은 거셌다.
대중이 김우성의 출연에 거부감을 느낀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별다른 자숙 기간 없이 JTBC ‘슈퍼밴드’에도 출연했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주목도나 채널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당시에는 큰 논란은 없었다. 하지만 KBS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대중의 판단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보는 공영방송인 만큼 그 책무를 더 무겁게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보다 앞선 4월 9일에는 MBC 예능 ‘복면가왕’에 클래지콰이의 멤버 호란이 출연했다. 가면을 쓴 채 ‘펑키한 여우’라는 예명으로 등장한 그는 여러 라운드를 거쳤고, 가왕 결정전에서 패한 후 정체를 공개했다. 그는 “1라운드 때부터 따뜻한 응원을 받아서 용기를 내서 끝까지 서 있을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방송 직후 ‘복면가왕’ 시청자게시판이 시끄러워졌다. 그가 2004년, 2007년,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6년 사고 당시에는 도로에 정차해 있던 구청 청소 차량을 들이받았고, 이 사고로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환경미화원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당시 호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01%였고, 벌금 700만 원 약식 기소 처분을 받았다. 앞서 두 차례 음주운전 후에도 연예 활동을 이어가던 그에게 재차 면죄부를 부여한 MBC를 향한 질타도 거셌다.
결국 MBC는 “시청자들의 엄격하고 당연한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것은 모두 제작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생긴 일”이라면서 “방송 후 시청자 여러분의 질타를 받으며 반성했다. 앞으로 출연자 섭외에 있어 보다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겠다. 또한 시청자 여러분과 현 시대의 정서를 세심히 살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우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KBS는 당시 방송되던 드라마 ‘오아시스’에 삽입된 호란이 부른 OST ‘샹송 트리스트’를 쓰지 않겠다고 밝히며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복면가왕’은 불과 한 주 만에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1라운드에서 패배 후 가면을 벗은 걸그룹 피에스타 출신 차오루를 둘러싸고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3년 만에 한국 방송에 등장한 그는 2016년 중국 SNS 웨이보를 통해 중국 오성홍기로 채워진 중국과 남중국해를 중국의 영해로 표시해 “중국은 조금도 작아질 수 없다”는 글과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이는 당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물론 중국인인 차오루가 자국을 지지하는 입장을 낸 것을 ‘잘못했다’고 무조건 매도할 순 없다. 같은 맥락으로 ‘복면가왕’이 차오루를 출연시킨 것 역시 앞서 호란의 사례와 같은 선상에 놓고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호란의 출연을 통해 ‘복면가왕’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운 상황이었기에 차오루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곱지 않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복면가왕’은 이에 앞서 이창명과 구자명 등 음주 관련 논란이 있었던 인물을 등장시켜 된서리를 맞은 적도 있다”면서 “이처럼 부적절한 섭외 사례가 겹치다 보니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더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명확한 출연 기준이 있을까
법에는 ‘형량’이라는 것이 있다. 잘못의 크기에 따라 구금형과 벌금형으로 나뉘고, 그리고 그 정도가 정해진다. 법원이 확정한 죗값을 치르거나 벌금을 내면 그 잘못을 탕감하게 된다. ‘전과자’라는 낙인이 남지만 일상생활에는 더 이상 지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대중 앞에 서는 연예인의 경우는 판단 기준이 다소 다르다. 아무리 죗값을 치렀더라도 “보기 불편하다”는 성토가 계속되면 TV에 출연하기 어렵다. 제작진이 섭외를 꺼리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인 KBS, MBC의 경우 자체 심의실을 두고 이를 판단한다. 법적 형량을 채워도 방송사 자체적으로 ‘출연 불가’ 판정을 받은 연예인은 얼굴을 비칠 수 없다. 단 제작진의 요청을 받아 재심의를 한 후 출연 금지 징계를 해제할 수 있다.
잘못을 저지른 연예인은 많다. 음주운전, 폭행, 도박, 탈세 등 다양한 이유로 법적 처벌을 받은 이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그들 중 적잖은 이들이 다시금 활동한다. 몇몇의 경우, 대중이 그들의 어두운 과거를 아예 잊기도 한다. 그 망각의 기준을 명확히 따지긴 어렵다.
결국은 사회적 분위기와 죄질이 관건이다. 김우성의 경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마약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사회악으로 주목받는 시기이기에 더욱 대중적 거부감이 컸다. 호란은 ‘음주운전 3아웃’조차 적용되지 않았기에 공분을 일으켰다. 죄질이 매우 불량한데, 방송사조차 이를 간과하며 그들의 기본적인 책무를 잊은 셈이다. 게다가 최근 이력을 알 수 없는 비 연예인들의 TV 출연이 늘면서 방송사들이 출연자 검증 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것도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 대한 대중적 반발이 큰 또 다른 이유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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