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 동의”…‘스크린 라이프’ 기법 활용해 직접 촬영기기 들고 연기도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서로 사랑하던 연인이 떨어진다면 이전과 똑같은 수준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힘든 상황들이 주어질 테니까요.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만 겨우겨우 유지가 될 텐데, 아마 거기에 지쳐서 헤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명확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상황적으로는 (애정이) 식더라도 누군가의 정말 치명적인 잘못이 아니라 오해가 좀 많이 쌓여서 헤어지는 거라면 나중에 충분히 재결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서른을 앞두고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5년 차 동갑 커플의 언택트 러브 스토리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 ‘롱디’에서 배우 장동윤(31)은 음악 구상을 위해 거제도로 간 여자친구 태인(박유나 분)을 기다리며 서울에 남겨진 도하를 연기했다. 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쌓아 올린 단단한 사랑을 믿었기에 멀어진 거리감은 아무 것도 아닐 것이라 자신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해는 쌓이고, 서로에 대한 서운함도 커져만 간다. 굳이 롱디 연애가 아니더라도 오래된 연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이야기다.
“제 생각인데 한국 사람들은 남녀의 연애관에서 각자의 주관이 매우 뚜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작품이 그런 의견을 나누기에 굉장히 좋은 소재라고도 생각하고요. ‘너라면 어떡할 거야?’ 이렇게(웃음). 의견이 분분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흥미롭게 캐릭터들의 행동을 볼 수 있는 거죠. 예컨대 도하의 새벽 답장 타이밍이 잘못 됐냐. 아니다, 저 정도는 허용할 만하다. 저 타이밍에서 영상 통화를 거는 건 눈치가 없는 거다. 아니다, 괜찮은 거다 하면서(웃음).”
태인을 향해서는 한없는 애정 표현을 보여주는 순정남인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 보면 ‘찌질남’ 같은 구석도 갖춘 도하에 대해 장동윤은 “저와 많이 비슷하진 않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굳이 비슷한 점을 고르자면 애정 표현에 있어서 명확한 점이라고. 그러면서 오히려 여자친구인 태인이 자신과 더 비슷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태인이가 전형적인 ‘여친’ 캐릭터가 아니거든요. 되게 털털하면서 스스로 고통을 다 감내하는 사람이에요. 편협하게 정형화된 캐릭터가 아니기에 더 매력 있죠. 반대로 도하는 좀(웃음). 그런데 재미있었던 게, 저는 의도하고 연기하지 않았는데 그런 식으로 봐주시는 관객 분들이 계시다는 거였어요. 태인이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연기를 진지하게 했는데 우스꽝스럽게 봐 주시거나, 답장을 바로바로 하는 도하의 모습을 눈치 없고 찌질하게 봐주시거나(웃음). 아마 도하가 제 생각보다도 더 찌질한 구석이 있어서 저도 연기를 하며 그런 부분을 좀 더 살려냈던 것 같기도 해요.”
‘롱디’는 이 같은 연인 사이의 이야기를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는 독특한 촬영 기법으로 연출해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스마트폰 영상 통화 화면, 노트북 화면 등 디지털 기기의 화면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내는 ‘스크린 라이프’ 기법이다. 영화 ‘서치’(2018)에 이어 로맨틱 코미디 장르 한정으로는 전세계 최초로 ‘롱디’에서 활용됐는데 이로 인해 장동윤이 직접 아이폰이나 고프로 등 카메라를 들고 촬영해야 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 방식이 처음에는 어색하면서도 어려웠다고 귀띔했다.
“스크린 라이프의 형식을 따르다 보니 더 현실적으로 보여야 관객들이 이 영화가 거짓말이 아니라고 느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하는 사람들과 그걸 보는 느낌을 보여드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냈고요. 하지만 한계가 있었던 게, 이 작품은 어쨌든 영화니까 카메라로 현실에선 보일 수 없는 부분까지 보여 줘야 하잖아요? 그런 걸 어떻게 자연스럽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스크린 속 스크린에 비춰지는 모습을 연기해야 하다 보니 클로즈업 신이 다른 작품에 비해 현저히 많을 수밖에 없었던 촬영 환경이었다. 다양한 연기에 익숙해져 있는 배우들이라고 해도 자신의 얼굴이 그대로 큰 화면 안에 담기는 신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쑥스러워지기 마련이었을 터다. 비주얼적인 고민이 없었냐는 질문에 대해 장동윤은 “원래 그런 거에 많이 신경을 안 쓴다”며 웃어 보였다.
“비주얼에 신경을 잘 안 써서 저희 분장팀이 고생을 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아마 저는 거울을 제일 안 보는 배우에 속할 거예요. 마냥 멋있고 예쁜 것에 집중하기보단 캐릭터를 잘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설정상 외모가 출중하고 막 ‘투명하다 못해 새하얀 피부’ 그런 게 있는 게 아니라면요(웃음).”
SNS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공감할 법한 소재와 연출 방식을 따라가고 있는 만큼 주연 배우들의 SNS 활용도도 궁금했다. 상대역인 박유나는 공식과 개인 인스타그램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반면, 장동윤은 소속사가 운영하는 계정 외엔 어떤 SNS도 하지 않고 있다고.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할 바엔 그냥 안 하는 게 낫다”고 결론지으면서 데뷔한 뒤 모든 SNS에서 손을 뗐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저는 SNS의 장점보단 단점이 더 치명적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별 생각 없이 올린 사진도 그게 올라간 타이밍과 그 사진이 찍힌 날의 날씨 같은 것에 다른 의미들이 부여되니까요. 결정적으로 사진 하나를 잘못 올렸다가 그 리스크가 정말 어마어마해지게 돼요. 제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이 노출된다면 엄청나게 치명적인데 그런 리스크를 안고도 SNS를 할 만큼 제가 능력이 없어요(웃음). 개인적인 성향이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고, 존중받고 싶어 하는 게 커서 앞으로도 SNS는 할 생각이 확고하게 없습니다.”
최근 KBS 2TV 월화드라마 ‘오아시스’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2023년 상반기 순탄한 성적을 거둬낸 장동윤은 올해 거창한 계획을 따로 만들지 않고 촬영이 한창인 차기작에만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반기 방송 예정인 차기작 ‘모래에도 꽃은 핀다’에서 장동윤은 처음으로 씨름 선수 연기에 도전하며 새로운 연기 변신을 보여줄 예정이다.
“아무래도 쉬운 작품이란 건 없죠(웃음). 차기작도 힘들 걸 뻔히 예상하고 들어갔던 거예요. 제가 은근히 몸 쓰는 작품들을 많이 해봐서 비슷한 작품들이 얼마나 힘들지 예상이 가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끌리더라고요. 차기작에서는 씨름선수를 연기하는데 제가 표현하는 씨름선수는 어떤 모습일지 확인해 보고 싶어요. 지금 당면한 과제는 차기작을 열심히 준비해서 그걸로 대중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거니까요. 그걸 잘해보자 하는 생각밖엔 없어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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