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문제의식 없고 표현 수위 과하다는 비판 등 ‘와글와글’…‘대만편’ 공개도 앞둬 쉽게 안 끝날 듯
신동엽이 2001년부터 진행해온 SBS 프로그램 ‘TV 동물농장’에서 하차하라는 시청자의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신동엽의 하차를 촉구하는 비난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등 여론의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20년 넘도록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면서 MC 자리를 지켰지만 분위기가 냉담하게 돌아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 공개 이후 벌어지는 일들이다.
신동엽은 ‘성+인물’에서 가수 성시경과 호흡을 맞춰 일본을 찾아 성 관련한 산업과 관련 인물들을 만난다.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성 상품에 대한 수위가 꽤 높은 데다, 국내에서는 제작과 유통이 불법인 일부 성인물을 문제의식 없이 소개하고 한편으론 미화하는 듯한 인상을 남기면서 ‘성+인물’이 불편하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진행자인 신동엽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증폭되면서 그 불똥이 ‘TV 동물농장’으로까지 튀고 있다.
#‘성+인물’ 공개 후폭풍
넷플릭스가 4월 25일 공개한 ‘성+인물’은 성문화가 다양하게 발달한 일본을 찾아 성과 관련한 상품과 인물들을 정면으로 다루는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한다. 신동엽은 성시경과 일본의 성인용품점을 찾아가고, AV(Adult Video·성인물) 배우들을 만나고, 성을 파는 호스트와 인터뷰를 한다. 성행위 관련 산업까지 포함해 일본의 다양한 성문화를 소개한다. 국내 채널에서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높은 수위의 프로그램으로,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에 힘입어 제작이 이뤄졌다.
성에 관한 다양한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받았던 ‘성+인물’은 프로그램이 공개되고 나서부터 화제보다 비판에 직면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에서 성행하는 AV의 경우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거나 착취하는 논란을 동반한 이슈인데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AV는 국내서 제작과 유통이 불법인데도, 마치 미화하는 듯한 분위기를 담고 있어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아무리 예능이라고 해도, 포용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다.
성을 솔직하게 다루겠다는 제작 의도에도 불구하고 성 착취물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가 극심하고,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성인물 역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성+인물’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었다. 특히 총 6부작 가운데 AV 배우들이 출연한 2, 3부에 시청자의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이 방송분에서 신동엽은 AV 배우들과 관련 영상 촬영을 직접 흉내 내는 것은 물론 AV로 인해 성범죄율이 낮아진다는 식의 인터뷰까지 여과 없이 진행한다.
비난의 화살은 신동엽에게 집중됐고, 부정적인 여론은 즉각 ‘TV 동물농장’ 하차 요구로 이어졌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AV 배우들을 만나는 진행자가 아이들이 많이 보는 ‘동물농장’ MC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 “성착취 산업인 AV를 옹호했다”는 등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요일 아침 가족이 함께 보는 프로그램에 신동엽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마녀사냥’ 제작진과 재회
‘성+인물’ 제작진은 과거 신동엽, 성시경과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했던 팀이다. 연출을 맡은 정효민 PD는 ‘마녀사냥’을 통해 연인 사이의 사적인 생활을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보여주는 콘셉트를 시도해 주목받았다. ‘19금 토크’에 능숙한 신동엽의 장기는 이 프로그램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하지만 ‘성+인물’은 ‘마녀사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표현의 수위가 높다. 성 관련 산업이 극도로 발달한 일본의 모습은 국내 시청자에게 낯설고 때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에 대한 완충 장치가 없는 점도 ‘성+인물’과 신동엽에 대한 비판을 가중하는 원인이다. 아무리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국내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제작진의 선택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청 연령대 설정에도 우려가 따른다. ‘성+인물’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넷플릭스가 연령 인증 뒤 접속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해도, 사실상 시청 연령에 상관없이 콘텐츠가 모든 세대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인 만큼 이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도 제기된다. 10대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도 힘을 얻는다.
#“성문화 드러내놓고 다룬 콘텐츠 없어서”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이 신동엽의 ‘TV 동물농장’ 하차 요구로 확산되자, 제작진은 최근 매체들과 인터뷰를 갖고 해명에 나섰다. 특히 AV 제작과 시청에 대한 불법 논란을 두고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AV를 개인이 보는 행위가 국내에서는 불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놓인 성문화를 다루는 시도가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충분히 던져볼 만한 화두”라고 생각했다는 게 제작진의 입장이다. 명과 암이 공존하는 성인문화와 성 산업을 다뤄보는 것 자체가 해볼 만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성+인물’ 측은 신동엽을 향해 비난이 쏠리는 이유 역시 성문화를 드러내놓고 다룬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에 생긴 오해일 수 있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일본 AV 배우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신동엽이 보인 행동과 말들이 오해를 살 만한 측면도 있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드러내놓고 다룬 프로그램이 없다보니 더 낯설게 느껴진다는 의견이다.
제작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TV 동물농장’ 하차 요구에 직면한 신동엽은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TV 동물농장’은 신동엽에게 의미가 각별한 프로그램. 과거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슈에 휘말렸던 신동엽은 방송 출연이 대부분 끊겼던 위기의 상황에서도 ‘TV 동물농장’만큼은 자리를 지켰다. 그가 가장 오래 진행한, 가장 사랑하는 프로그램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뜻밖에 ‘성+인물’로 촉발된 불똥이 ‘TV동물농장’으로 튀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성+인물’은 일본편에 이어 이미 대만편 촬영을 마치고 공개를 앞두고 있는 상황. ‘TV동물농장’과 신동엽을 둘러싼 논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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