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입할 땐 모욕, 유상증자 땐 협박 들어…소송 끝에 회계장부 보니 배임·횡령 의혹투성이”
북플러스는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 씨 첫째 아들 전재국 씨가 아버지 추징금 납부를 위해 2013년 내놓았던 회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전재국 씨는 '꼼수'로 북플러스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국가에 헌납한 북플러스 지분 51%가 2019년 5월 공매를 통해 새로운 주인에게 넘어간 직후 유상증자를 통해 자신의 지분을 늘렸다. 이로 인해 북플러스 지분 51%를 공매를 통해 취득했던 유 아무개 씨 지분율은 2022년 말 42%까지 떨어졌다.
유 씨는 북플러스 최대주주다. 하지만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북플러스 이사회 의사록을 보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을 정도다. 북플러스 측에선 철저히 그를 배제했다. 유 씨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58%가 전재국 씨 우호 지분인 탓이다. 이사회 역시 전재국 씨와 그 측근들로 구성돼 있다. 북플러스 측은 유 씨에게 비협조적이었고 심할 경우 적대적으로 대했다.
유 씨가 전재국 씨 측을 상대로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한 건 최대주주가 된 지 3개월 만인 2019년 8월. "회계장부를 보게 해 달라"는 소송이었다. 전재국 씨 측근들이 유 씨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공유하지 않자 유 씨는 결국 법원 문을 두드렸다.
이후 추가적인 소송이 이어지며 지난한 법정 싸움이 벌어졌다. 유 씨가 확보한 회계장부에서 전재국 씨가 방만하게 북플러스를 경영하며 제 잇속만 챙긴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 여럿 포착된 영향이 컸다.
법정 공방은 현재진행형이다. 유 씨는 전재국 씨를 상대로 업무상 배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2022년 11월 제기했다. 뒤이어 전재국 씨 대표이사 해임 청구 소송을 지난 4월 제기했다.
일요신문 취재진은 5월 4일 오전 유 씨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유 씨는 전직 대통령 일가와의 법적 다툼에 대한 심적 부담감을 내비치면서도 전재국 씨의 횡령·배임 의혹 등에 대해선 조목조목 지적했다. 일요신문은 유 씨가 제기한 의혹들에 대한 북플러스 측 해명과 반론을 듣고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하고 질의서를 전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음은 유 씨와의 일문일답.
―2019년 5월 북플러스 지분 51%를 취득했지만, 이후 유상증자가 이뤄지면서 지분율이 50%보다 낮아졌다. 과점주주에서 최대주주로 지위가 바뀌면서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유상증자에 대해 당시엔 몰랐나.
"서면으로 통지받았다. 자본금을 20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늘린다는 내용이었다. 제 지분율을 떨어뜨리려고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상증자 참여를 안 한 이유가 궁금하다.
"(과점주주로서) 지분율을 방어하려면 (유상증자에) 최대치인 10억 원을 넣어야 했다. 전재국 씨 측이 (유상증자에) 돈을 많이 넣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재국 씨 측에서 협박도 해왔다. 북플러스 매출 20%를 담당하는 서점 '리브로'와 거래를 끊겠다고 했다. 당시 북플러스가 리브로에 돌려줘야 할 가불금이 19억 원에 달했다. 리브로 거래가 끊기면 단기간에 현금흐름이 악화해 회사가 망할 수도 있었다(리브로는 전재국 씨가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회사다). 이렇게 협박을 받으면서 전재국 씨와 그 측근들이 회사를 언제 망하게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지분율 방어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유상증자 문제로 전재국 씨 측근들과 갈등을 빚게 된 건가.
"북플러스 주주가 되고 (북플러스 경영진으로부터) 처음부터 모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세상 물정도 모르고 지분을 샀다' '문재인 정부 경제팀을 보는 것 같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최대주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한 (전재국) 측근은 (북플러스 지분 51%를) 본인들이 가져가려고 했는데 왜 가져갔냐고 묻기까지 했다. 저와 잘 지내보려고 하다가 안 돼서 유상증자를 진행한 게 아니고 유상증자를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북플러스 주주가 된 후 3개월 만인 2019년 8월 회계장부 열람등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뭔가.
"(2019년 5월 지분을 매입한 후) 북플러스에서 처음 본 자료에서도 (전재국 씨와 그 측근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게 느껴졌다. 나로선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놓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깐. 최대한 빨리 회계장부를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재판부는 배임‧횡령 의혹을 인정해 회계장부 대부분을 보여주라고 판결했다."
―회계장부에서 수상한 점이 바로 보였나.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북플러스는 2009년 리브로 지분을 15억 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지분을 매입한 금액보다 싸게 리브로한테 1년 만에 되팔았다는 점이다. 매각대금은 12억 원이었다. 리브로 사정이 어렵다고 특수관계인 회사끼리 서로 도와준 거다. 명백한 배임 행위다. 전재국 측에선 이사회 의사록에만 나와 있는 이야기일 뿐이고 실제론 매입한 금액 그대로 팔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2020년 10월 전재국 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어떤 이유였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으로 소송을 걸었다. 전재국 씨 등 이사진 4명이 소송 대상이었다. 회계장부를 들여다보니 전재국 씨는 법인카드를 업무시간 외에 쓴 것이 많았다. 해외 거래처가 없는데도 해외에서 주기적으로 썼고 북플러스 사업과 전혀 관계 없는 꽃가게와 음반회사에서도 많이 썼다. 다른 이사도 법인카드를 평일 업무시간 중 자택 근처에서 자주 사용했다. 업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룸살롱, 식품점, 정육점, 면세점, 병원 등에서 엄청 썼다. 평일 낮 서울 시내 호텔에서 사용한 것도 있었다. 또 다른 이사 법인카드는 누가 봐도 생활비 용도였다. 집 근처 마트, 떡볶이집 등에서 결제됐다. 특히 영수증이나 사용 이유 등을 (회사에)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 북플러스 다른 직원들은 법인카드를 쓸 때 기안을 올리고, 나중에 영수증과 함께 사용 이유 등을 적어서 제출해야 하는 것과 대조됐다."
―전재국 씨 등 북플러스 이사진은 어떻게 해명했나.
"회사를 위해 쓴 돈이라고 주장했다. 법인카드 한도를 넘지 않아서 배임이 아니라고 했다. 증거자료는 내지 않았다."
―그런데 2022년 1월 법원은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1년 넘게 법정에서 싸울 건 다 싸워놓고 제소 요건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허무하게 각하됐다. 내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 북플러스 대표이사 측에 전재국 씨 등 이사진 4명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상법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아닌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에 요청했어야 제소 요건에 맞는다는 것이었다."
―손해배상 소송에 앞서 2020년 8월 전재국 씨 서울 평창동 건물 가압류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가압류 신청을 했던 이유는 뭐였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해도 전재국 씨가 돈이 없다며 배상을 안 할 수 있으니까 가압류를 먼저 신청했다. 법원에서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합당하니깐 가압류를 인용해 주지 않았나 싶다."
―2022년 11월 전재국 씨를 상대로 다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북플러스가 특수관계회사였던 '케어플러스'로부터 3억 3000만 원 중 1억 9000만 원밖에 돌려받지 못한 것이 핵심이다. 2019년 1월 케어플러스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돈을 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케어플러스는 2019년 9월 법인을 해산했다." (관련기사 [전두환 비자금 단독추적①] 전재국 지난 연말 ‘배임’ 피소…수상한 내부거래도 포착)
―소송에서 또 다른 배임‧횡령 의혹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회계장부에서 발견한 의혹이다. 북플러스는 이사회 의결 없이 계약서 한 장 쓰지 않고 대표이사한테 8억 원을 대여해 줬다. 전재국 씨 일가가 소유한 주식회사 '음악세계'한테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15억 원을 계약서나 담보도 없이 빌려줬다. 명백한 배임이자 횡령이다. 이에 대해 전재국 씨 측에선 전혀 소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재국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외에도 대표이사 해임 소송, 북플러스 회계 부속명세서 열람 등사 청구 소송 등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전재국 씨와 측근들이 북플러스 지분 58%를 통째로 제3자에게 매각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2022년 말 알게 된 사실이다. 올해 2월 전재국 씨 측도 법정 공방 과정에서 지분 매각 시도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매각을 철회했다고 했다. 나를 안심시키려고 하는 말 같다. 언제 다시 지분을 매각하려고 할지 모른다."
―제기한 의혹을 종합하면 전재국 씨가 북플러스에서 본인 잇속을 챙길 대로 챙긴 뒤 손을 털려고 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는 말인가.
"빈껍데기만 남겨 놓고 회사를 팔 가능성이 있다는 건 기업 소송 전문 변호사들도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남경식·허일권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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