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위스키 이후 또 어떤 술이 주목받고 있을까? 바로 프랑스 코냑이다. 코냑은 화이트 와인을 증류해 만드는 오크통 숙성 청포도 증류주다. 프랑스의 중서부에 위치한 곳에서 생산된다. 코냑이라고 불린 이유는 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증류주라는 의미다. 서울에서 만들어지는 막걸리 이름을 단순히 서울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코냑은 유럽의 백년전쟁 이후로 관심이 높아졌다. 백년전쟁 이후 네덜란드인이 보르도 와인 중개 무역을 맡으며 영국과 북해로 많은 물량의 보르도 와인을 수출시켰다. 그런데 보르도 와인은 발효주인 만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맛의 변화가 심해 관리가 어려웠다. 또 부피에 따라 매기는 주세도 증류주에 비해 많이 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것이 바로 코냑 시장이다. 화이트 와인을 증류한 코냑은 알코올 도수가 40도를 넘으니 상하지 않고, 증류한 만큼 부피는 적어져 세금도 적게 냈다. 영국에 도착한 후 물을 타서 알코올 도수를 낮춘 후 팔렸다. 결국 초기의 코냑 시장은 세금을 줄이고 보관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코냑은 엄격한 등급제로 관리된다. 숙성 연도를 나타내는 표시로 VS급은 Very Special로 2년 이상 숙성시킨 원액으로 블랜딩했으며, VSOP는 Very Special Old Pale로 4년 이상, XO는 Extra Old로 10년 이상(최근에 6년에서 10년으로 변경) 숙성시킨 등급을 의미한다. 오다주(Hors d'âge)라는 등급은 있는데 이는 거의 XO 등급과 유사하다. 최근에는 XXO라는 14년 이상의 새로운 등급도 등장했다. 등급제는 영국 왕에게 코냑을 헌납하며 시작됐다. 1818년 영국의 웨일스의 왕자(후에 영국국왕 조지 4세)에게 헌상하기 위한 특별한 술을 만드는데, 이때부터 ‘Very Special Old Pale’라고 칭한 V.S.O.P가 나온 것이다.
코냑은 프랑스 술인데 주로 해외에서 소비가 크다는 점이 흥미롭다. 내수 시장이 아닌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만든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냑의 등급도 프랑스어보다는 영어 중심으로 풀어져 있다. 코냑의 소비는 영국과 비교하면 프랑스에서는 반도 안 된다.
코냑이 더욱 성장할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 세계에서 만드는 위스키와 달리 오직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만 만드는 제품만 코냑인 만큼 확장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스키를 알게 된 수많은 소비자가 아마도 다른 증류주에 도전한다면 그 시작은 코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위스키가 가진 저장성, 고급성, 소장성을 코냑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명욱 주류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다. 연세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이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을 맡았다. 최근 유튜브 채널 '술자리 인문학'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