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엑시노스 버린 갤럭시S23 글로벌 흥행…내년 출시 갤럭시S24도 엑시노스 탑재 불투명
#삼성전자 MX부문과 DS부문의 상반된 분위기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3조 7500억 원, 영업이익 64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 영업이익은 95% 줄어 역대급 ‘어닝쇼크’라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 원인으로는 DS부문의 적자가 꼽힌다. DS부문은 지난해 1분기 8조 4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1분기에는 4조 58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 MX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3조 82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3조 9400억 원으로 3.14% 늘었다. 최근 몇 년간 압도적인 이익을 내던 반도체 부문이 무너진 가운데 모바일이 삼성전자 흑자를 유지시킨 셈이다.
삼성전자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MX부문과 DS부문의 분위기가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MX부문과 관련해 “갤럭시S23 울트라 중심 프리미엄 신모델이 판매 호조를 보였고 전체 스마트폰 시장 축소에도 프리미엄 시장은 수량, 금액 모두 성장했다”며 “여기에 운영 효율화 노력이 더해져 두 자릿수 수익성을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도 “하반기 폴더블 신제품은 출시 초 판매 호조 및 글로벌 시장 리더십 공고화가 예상된다”고 밝히는 등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삼성전자는 DS부문의 시스템LSI(설계)와 관련해서는 “주요 응용처 수요 부진에 따라 시스템온칩(SoC) 등 수요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주요 응용처’는 갤럭시S23이라는 해석이 따른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AMD와 그래픽 분야 파트너십을 확대해 모바일 SoC 경쟁력을 강화하고 3분기 플래그십 재진입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SoC는 삼성전자 시스템LSI가 설계하는 엑시노스 칩셋을 뜻한다. 그간 엑시노스가 채용된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갤럭시S와 갤럭시Z 시리즈 밖에 없었다. 따라서 3분기 출시하는 플래그십은 사실상 갤럭시Z를 뜻한다.
보다 직접적인 언급도 나왔다. 권혁만 삼성전자 시스템LSI부문 상무는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S24에 엑시노스가 다시 들어가느냐는 질문에 “MX부문은 시스템LSI사업부의 주요 거래선”이라며 “플래그십에 재진입하는 등 모든 갤럭시 시리즈에 적용 가능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IT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발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옆 부서 제품에 재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라며 “사내 ‘갑’인 MX에 ‘을’인 시스템LSI가 바싹 엎드린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차기작에서는 엑시노스 탑재할까
MX부문과 시스템LSI간 묘한 역학관계가 드러난 원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엑시노스의 성능 때문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그간 갤럭시S와 갤럭시Z에 퀄컴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를 섞어서 사용해왔다. 그러나 애플이 설계하는 ‘A 바이오닉’ 칩셋과 스냅드래곤의 성능 격차가 벌어지고,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 간 성능 차이도 벌어지며 엑시노스를 탑재한 갤럭시 플래그십 성능이 뒤처진다고 비판이 이어졌다. 스냅드래곤이 탑재된 제품과 엑시노스가 탑재된 제품의 가격이 같지만 소비자가 이를 선택할 수 없어 ‘차별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작인 갤럭시S22에서는 성능·발열을 강제로 제한한 GOS 논란이 불거지며 갤럭시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쳤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처럼 칩셋 성능이 뛰어나면 더 적은 전력소모와 발열로도 빠른 연산이 가능해 GOS 같은 기능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며 “결국 GOS의 원인은 갤럭시S22에 적용된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엑시노스2200의 낮은 성능”이라고 지적했다.
엑시노스의 낮은 성능은 시스템LSI뿐 아니라 파운드리(제조)에도 있다.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엑시노스는 모두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nm) 공정에서 제조된다. 그런데 삼성전자 파운드리 제조 역량이 부족한 탓에 설계 당시 예측보다 최종 물량과 성능이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퀄컴은 스냅드래곤8+ 1세대부터는 대만 TSMC에서 생산했다. 이후 전력소모와 성능이 대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칩셋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갤럭시Z플립과 갤럭시Z폴드4에 탑재돼 두 제품의 글로벌 흥행에 기여했다.
삼성전자 MX부문은 갤럭시S23에 엑시노스를 포기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퀄컴 또한 스냅드래곤8 2세대는 전량 TSMC에 맡기며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포기했다. 여기에 TSMC가 만든 스냅드래곤8 2세대 중 가장 좋은 칩셋만을 골라 ‘for 갤럭시’ 버전으로 탑재하며 성능 개선을 이뤘다. 그 결과 갤럭시S23은 출시 직후 유럽, 인도, 중동, 중남미 등지에서 전작 대비 최대 1.7배 판매량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갤럭시S23 덕분에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단말기 평균판매가(ASP)는 전년 동기 대비 17% 상승했다.
삼성전자 DS부문 입장에서는 엑시노스의 부활이 절실하다. 엑시노스가 갤럭시에 탑재되고, 나아가 외부 판매처를 늘려야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내부에서도 외면 받은 현재의 엑시노스를 채용하고자 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갤럭시S23용으로 설계된 엑시노스2300은 거래처를 구하지 못해 양산이 취소될 정도다.
일각에서는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S24에 엑시노스2400이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지만 MX부문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이동통신 박람회 ‘MWC 2023’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퀄컴 출신인 최원준 삼성전자 MX부문 부사장은 당시 “엑시노스인지 스냅드래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말 경쟁력 최대화에 중점을 둔다. 어떤 칩셋이 소비자에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엑시노스가 스냅드래곤의 경쟁력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채용하지 않겠다는 해석이 따랐다. 그러나 삼성전자 DS부문 측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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