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과 ‘모범택시2’가 넘어선 넘사벽, 이번엔 ‘닥터 차정숙’이 도전
미니시리즈와 연속극은 드라마의 형식이 다르고 동일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도 아니다. 게다가 연속극은 고정 시청자 층이 확고해 시청률도 워낙 높게 유지된다. 그런데 최근 주말 미니시리즈가 KBS 주말연속극의 아성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주말 편성 미니시리즈의 매서운 3파전은 SBS ‘소방서 옆 경찰서’, JTBC ‘재벌집 막내아들’, tvN ‘슈룹’이 맞붙었던 2022년 11월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시엔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이 최고 시청률 26.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압승을 거뒀지만 ‘슈룹’도 16.9%를 기록했으며 ‘소방서 옆 경찰서’도 10.3%로 두 자릿수를 찍었다.
이후 JTBC는 ‘대행사’(최고 시청률 16.0%), ‘신성한, 이혼’(최고 시청률 9.5%)에 이어 ‘닥터 차정숙’을 방송 중이며 SBS는 ‘법쩐’(최고 시청률 11.4%), ‘모범택시2’(최고 시청률 21.0%)에 이어 ‘낭만닥터 김사부 3’로 꾸준히 높은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tvN 역시 ‘환혼: 빛과 그림자’(최고 시청률 9.7%)에 이어 ‘일타 스캔들’(최고 시청률 17.0%)로 크게 성공했지만 ‘판도라 : 조작된 낙원’(최고 시청률 5.7%)에서 다소 주춤했다. 지금은 ‘구미호뎐 1938’로 반등 중이다.
현재 구도는 또 JTBC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 ‘닥터 차정숙’이 5월 7일 방송된 8회에서 16.2%를 찍으며 시청률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것. ‘낭만닥터 김사부 3’는 2회에서 13.8%까지 시청률이 올라갔지만 이후 살짝 주춤해 5월 6일 4회 방송에선 12.3%를 기록했다. 5월 6일 방송을 시작한 ‘구미호뎐 1938’은 7일 방송된 2회에서 7.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판도라 : 조작된 낙원’이 4.4%로 종영했음을 감안하면 스타트가 좋아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닥터 차정숙’의 기세가 무섭다. 4월 14일 1회에서 4.9%로 시작해 5월 7일 방영된 8회에서 16.2%를 찍으며 반환점을 돌았다. 16부작임을 감안하면 20%대 진입도 노려볼 만하다. JTBC 드라마 열풍을 불러온 ‘재벌집 막내아들’은 8회에서 19.4%로 ‘닥터 차정숙’의 8회 시청률보다 3.2% 정도 높았다. 그렇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이 7회에선 16.1%였음을 감안하면 ‘닥터 차정숙’과 차이가 크다고만 볼 수도 없다.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중반부 이후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결국 26.9%로 종영했다.
방송가에선 ‘재벌집 막내아들’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 여겨지던 KBS 주말연속극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평소 주간 시청률 순위를 보면 당연히 1위는 KBS 주말연속극이며 2위는 KBS 일일연속극이다. KBS 주말연속극의 경우 기본이 20%대 시청률이고 중반부 이후 흐름을 타면 30%를 넘는 경우도 비교적 흔하다. 20% 돌파 자체가 쉽지 않은 미니시리즈 입장에선 말 그대로 넘사벽이다. 그런데 2022년 12월 17일 방송된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이 13회가 22.5%를 기록하며 21.2%에 그친 KBS ‘삼남매가 용감하게’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16회까지 꾸준히 ‘삼남매가 용감하게’를 압도했다.
흔하진 않지만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방송가에선 ‘KBS 주말연속극보다 높은 시청률’을 진정한 미니시리즈의 대박 기준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 반복되고 있다.
그 다음은 SBS ‘모범택시2’였다. 3월 25일 10회 방송에서 17.7%를 기록한 ‘모범택시2’는 KBS 주말연속극 ‘진짜가 나타났다!’와 시청률에서 동률을 기록했다. 다만 ‘진짜가 나타났다!’는 이날이 첫 방송임을 감안해야 한다. 다음날 ‘진짜가 나타났다!’는 2회에서 바로 20.8%를 찍었다. ‘모범택시2’는 금토 드라마라 토요일에만 ‘진짜가 나타났다!’와 같은 요일에 방송되는데 두 번째 격돌이 이뤄진 4월 1일에는 ‘모범택시2’가 18.3%를 기록하며 18.1%에 그친 ‘진짜가 나타났다!’를 또 다시 넘어섰다. 4월 8일에는 18.3%를 기록한 ‘모범택시2’가 16.5%에 그친 ‘진짜가 나타났다!’와 2% 가까이 차이를 벌렸다. 결국 4월 15일 16회에서 21.0%를 기록한 ‘모범택시2’는 18.3%에 그친 ‘진짜가 나타났다!’를 2.7% 차이로 따돌리며 종영했다.
배턴을 ‘닥터 차정숙’이 또 이어받을 수 있을까. 5월 7일 방송에서 ‘닥터 차정숙’은 16.2%를 기록했고 ‘진짜가 나타났다!’는 20.4%로 4.2% 차이를 보이고 있다. 4월 15일 첫 방송에선 4.9%와 18.3%로 13.4%나 났던 차이가 4.2%까지 줄었다. ‘진짜가 나타났다!’가 안정적으로 20%대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어 ‘닥터 차정숙’ 역시 20%대에 돌입해야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하다. 다만 ‘진짜가 나타났다!’의 시청률이 20%대 초반의 박스권에 갇혀 있음을 감안하면 ‘닥터 차정숙’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탄다면 또 다시 KBS 주말연속극 시청률을 넘어선 대박 미니시리즈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최근 주말 편성 미니시리즈의 힘이 강해졌다는 의미일까. 실제로 ‘재벌집 막내아들’과 ‘모범택시2’를 비롯해 ‘대행사’ ‘슈룹’ ‘일타스캔들’ ‘닥터 차정숙’ 등의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만큼이나 화제성도 상당했다. 본방 시청률뿐 아니라 OTT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방송관계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거듭해서 연속극의 힘이 빠져가고 있다는 점을 더 주목하고 있다. 여전히 KBS 주말연속극과 일일연속극은 시청률 순위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시청률 자체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20% 이상은 기본, 잘되면 30% 이상’이라는 주말연속극 공식도 이미 깨졌다. 이제는 10% 후반에서 20% 중반 사이를 오간다. 10% 후반에서 20% 초반을 오가던 일일연속극도 이제는 10% 초중반에 그치고 있다. 점차 연속극 고정 시청자 층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연속극에 국한된 얘기가 아닌 고정적으로 TV를 켜 놓고 본방을 시청하는 시청자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방송가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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