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토청 호우 대비 안 된 가도 설치로 빗물에 쓸려 내려가…“장마철엔 철거해 환경오염 최소화할 것” 입장
산청우회국도건설공사는 경상남도 산청군 금서면에서 남강을 지나 산청읍 시내를 관통하는 국도 59호선을 외곽으로 우회하는 도로다. 국도의 체계적인 연계망 구축으로 국도기능 강화 및 물류비용 절감 등을 도모하고, 산청읍 교통망을 새롭게 정립하는 목적으로 신설된다.
남강은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물살이 센 곳이다. 호우 시에 내려오는 물살은 무서운 기세로 남강을 가로질러 흐르며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쏟아져 내려온다.
이런 곳에 교량을 신설할 경우 철저한 안전사고 대비 및 환경오염을 예방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우기 때나 호우에도 안전하게 교량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는 온데간데없고 공사비를 절감하는 평가서만 존재한다.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지리적 환경은 무시한 채 가도(공사용 임시도로)를 설치하는 것에 치중해 설계됐다. 일반적으로 가도와 가교(공사용 임시교량) 중에 아무것이나 설치하면 된다고 여길지 모르나, 래프팅이라는 스포츠를 즐길 정도로 남강은 물살이 거칠어 가도는 호우 시에 유실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공사장 내 건설자재 등이 유실되면 남강을 오염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처럼 예측되는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비가 많이 오면 수시로 현장을 찾았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내린 비는 산청우회국도건설공사장을 말 그대로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되기도 전에 공사장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초토화된 것이다.
비가 내리던 당일 흉관과 흙으로 만든 가도는 호우에 모두 쓸려 내려갔다. 교량공사를 하기 위해 가도 위에 어떤 환경오염 물질이 존재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치된 토사와 콘크리트 덩어리인 흉관이 쓸려 내려간 이상 남강의 환경오염은 자명한 일이다.
여름 휴가철 남강을 찾는 관광객을 맞이하는 지역민들이 염려했던 부분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남강을 찾는 피서객이 흉측한 흉관이 널려 있는 모습을 보고 좋아할 리는 만무하다. 래프팅의 고무보트가 흉관의 강선에 찢어질 우려도 크다. 이에 앞서 산청군 아래 남강의 중류 지점에 위치한 진양호는 진주와 산청을 비롯한 서부경남 주민들의 식수원이다.
정부는 예산을 절감할 목적으로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부분은 설계에서 배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이러한 행보는 당연하지만, 공사장에서 꼭 필요로 하는 부분까지 삭제해 안전과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교량공사는 가교를 설치해 안전하게 공사를 하도록 설계에 반영해왔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도 환경오염에 대한 협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협의 내용 총괄에는 ‘공사 및 운영 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상황의 발생 또는 예측의 부적정 등으로 주변 환경에 악영향이 있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동 협의 내용 및 평가서에 제시된 환경영향 저감방안 외에 별도의 대책을 신속히 강구·시행해 환경피해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처벌당할 수도 있다.
산청군민 A 씨는 “국토청은 더 이상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영향평가대로 별도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청군 하천 담당 관계자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남강의 환경을 오염시킨 것에 관해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장마철이 시작되는 5월 말경에 가도를 철거하고 주변 도로공사에 치중하다가 갈수기가 접어드는 가을쯤에 가도를 다시 설치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올해 엘니뇨에 의해 비가 많이 올 것으로 기상청이 예측하고 있어 산청군의 염원인 우회 도로 완성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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