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통째로 빌려 지하 벽 부수고 땅굴 파기…삽과 곡괭이만으로 수작업 중 경찰 급습 현장 검거
2022년 5월 50대 남성 A 씨가 석유 관련 일을 하다 알게 된 지인들을 상대로 공범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A 씨는 리터(ℓ)당 400∼500원의 수익금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제안의 시작점은 그 즈음 60대인 B 씨가 교도소에서 출소한 것이었다. B 씨는 대한송유관공사 직원 출신으로 과거에도 송유관 절도 범죄에 가담했고, 이로 인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름 45cm가량인 송유관은 24시간 내내 관리 및 유지 체제가 가동되고 있어 몰래 구멍을 내 기름을 빼내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대한송유관공사 직원 출신으로 송유관 절도 범죄 가담 이력도 있는 B 씨가 바로 그 고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석유 절취시설 설치 기술자’인 B 씨가 출소하면서 A 씨는 공범을 모으며 본격적인 범행 모의에 돌입했다.
일당의 총책 A 씨, 석유 절취시설 설치 기술자 B 씨와 자금책 2명, 그리고 4명의 굴착 작업자가 가세해 모두 8명이 함께 범행을 모의했다. 5월부터 범행 장소 물색, 송유관 매설지점 탐측, 땅굴 설계도면 작성 등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해 실제 실행에 들어간 것은 10월이다.
첫 단계는 충북 청주와 옥천 소재의 주유소 2곳을 빌리는 것이었다. 우선 청주 소재 주유소는 송유관에서 몰래 빼낸 기름을 판매하기 위함이었고, 옥천 소재의 주유소는 이곳 지하부터 송유관까지 땅굴을 파기 위한 목적이었다. 옥천 소재 주유소에서 송유관까지의 거리는 50m 정도였다.
그렇게 땅굴 파는 작업이 시작됐지만 바로 중단됐다. 땅굴을 파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것. 지하에 물이 너무 많아 1m 정도 파 내려가다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땅굴을 파기 위한 새로운 장소가 필요해진 일당은 다른 범행 장소를 물색하다 국도변에 자리 잡은 모텔을 발견했다. 해당 모텔에서 송유관까지는 거리가 9m에 불과했다. 옥천 소재의 주유소에서 50m나 되는 땅굴을 파려고 했던 계획과 비교하면 작업량이 5분의 1도 안 된다. 옥천 주유소 지하에서 물이 많아 나와 땅굴을 파는 작업을 중단하는 바람에 범행 개시 시점이 다소 늦어졌지만 땅굴을 파는 기간이 대폭 줄어든다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렇게 이들 일당은 2023년 1월 초 국도 17호선 인근인 충북 청주시 남이면 소재의 모텔을 통째로 빌렸다. 모텔 주인에게 접근해 “월세 450만 원에 모텔을 통째로 임대하고 싶다”고 제안했는데 임대 목적은 모텔 영업이었다.
바로 모텔 지하 벽면을 부수고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폭 81cm, 높이 78cm의 땅굴을 파기 시작했는데 작업은 대부분 삽과 곡괭이 등을 활용한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엔진 굴착기, 햄머드릴 등의 공구를 사용하면 훨씬 수월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소음이나 진동이 발생해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수작업으로만 진행했다. 그렇게 이들 일당은 두 달여 만인 3월 초에는 송유관 30cm 앞까지 땅굴을 파는 데 성공했다. 두 달여 만에 폭 81cm, 높이 78cm, 길이 9m의 땅굴이 완성 직전에 돌입한 것.
이제 석유 절취시설 설치 기술자인 B 씨가 고도의 기술을 발휘해 송유관에 몰래 구멍을 내고 기름을 빼내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송유관에 구멍을 낸 뒤 밸브를 설치하는 가장 복잡하고 민감한 작업만을 남겨준 상황이었던 것. 이미 일당은 훔친 기름을 판매하기 위해 이미 청주 지역에 주유소까지 빌려 놓았다. 또한 애초 송유관까지 땅굴을 파기 위해 빌려 놓았던 옥천 소재 주유소에서도 훔친 기름을 판매할 계획이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본격적인 송유관에서 몰래 기름을 빼내기 위한 밸브 설치 작업이 임박한 시점인 3월 3일, 모텔에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A 씨 일당이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려 한다는 제보를 확보한 국가정보원이 바로 그 사실을 대전경찰청으로 알렸다. 이에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현장을 급습해 한창 땅굴을 파는 작업 중이던 굴착 작업자 4명과 총책 A 씨, 그리고 석유 절취시설 설치 기술자인 B 씨와 자금책 등 7명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4월에는 나머지 자금책 1명까지 추가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송유관까지 땅굴을 판 지점은 국도 아래였다. 해당 지점은 하루 평균 자동차가 6만 6000대가량 지나는 곳이었다. 1분에 46대가량의 차량이 지나다닌다는 의미로 교통량이 꽤 되는 국도였다. 그런데 바로 아래에 땅굴을 파 놓았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져 붕괴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 경찰은 관계 기관과 협력해 바로 땅굴을 메우는 작업에 돌입해 원상복구를 끝냈다. 김재춘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땅굴을 유관기관과 함께 원상복구했고 안전 점검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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