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 금감원 조사 직면…다올 이병철 회장은 새로운 2대주주와 ‘불편한 동거’ 시작
#김익래 회장, 고개는 숙였지만…
김익래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다우데이타 지분 매각 대금 605억 원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직책을 내려놓아도 금융감독원 조사라는 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는 다우데이타 주가 폭락 직전 보유 지분 가운데 140만 주(3.65%)를 블록딜(시간외매매)로 대량 매도하면서 주가 조작 세력과의 내통설이 불거졌다. 김익래 회장이 계열사의 주가 동향을 주기적으로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예견하고 미리 매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김 회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고객 주문 정보를 투자에 이용했는지, 내부 임직원의 연루됐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시세조종 또는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인신 구속 가능성과 함께 물론 수백억 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한 금융회사 최대주주는 최대 5년간 해당 금융회사 의결권이 10% 미만으로 제한될 수 있다. 다우기술이 가진 키움증권 의결권 41.2% 가운데 31.2%가 무력화된다는 뜻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그룹 총수(동일인)를 김 회장의 아들인 김동준 씨로 바꿔야 한다. 김동준 씨가 소유한 이머니는 다우기술을 지배하는 다우데이타 최대주주다.
이번 사태로 키움증권이 입은 유무형의 타격이 상당한 상황에서 퇴사하는 김익래 회장에게 퇴직금을 얼마나 지급할지도 관심사다. 김 회장은 비상근 사내이사이지만 지난해 12억 원을 비롯해 키움증권에서 매년 고액의 보수를 받아왔다. 통상 임원 퇴직금은 재직기간 1년당 1개월치 급여에 근속기간에 따라 일정 배수를 곱해 정해진다. 김 회장의 키움증권 재직은 2003년부터이며 지난해 급여는 9억 원이다. 김 회장은 다우데이타, 다우기술, 사람인에서는 회장 직책을 맡았지만 주주대표인 비상근인 기타비상무이사 신분이었던 만큼 퇴직금을 받기는 어렵다. 만약 김 회장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게 되면 퇴직금은 주요한 재원이 될 수도 있다. 키움증권 보수를 제외하면 김 회장의 가장 큰 수익원은 다우데이타 지분 23%에서 나오는 배당(지난해 지분율 기준 약 30억 원)이다.
주식매각 대금의 사회환원도 숙제다. 다우데이터와 사람인 재무제표에서는 기부금 항목을 찾을 수 없다. 키움증권과 다우기술의 지난해 기부금은 각각 5억 원, 7700만 원 수준이다. 자산 50조 원 규모의 기업집단 치고는 초라한 수준이다. 이렇다할 사회공헌 활동을 해오지 않았던 만큼 여론이 납득할 만한 수백억 원의 사용처를 단기간에 찾는 작업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와 관련, 키움 관계자는 “사회환원의 큰 틀은 건전한 자본시장 육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철 회장, 어렵게 얻은 경영권인데…
지난 5월 9일 개인인 김기수·최순자 씨와 부동산관리·매매업체인 순수에셋은 다올투자증권 지분 11.5%를 보유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4월 28일까지 주당 평균 3345원에 295만 주를 확보했고 이후 5월 3일까지 주당 평균 3549원에 402만 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총투입금액은 241억 3887만 원 평균단가는 주당 3463원이다. 김·최 씨는 모두 자기자금이고, 순수에셋은 김 씨로부터 돈을 빌렸다. 상당한 자금력을 가진 개인투자자, 이른바 ‘슈퍼개미’인 셈이다.
다올투자증권 주가 추이와 이들의 매입가격 수준을 감안하면 최근 논란이 된 8개 종목 주가 폭락 사태 직후에 매집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4월 24일 8개 종목 폭락사태 다음날인 25일 다올투자증권 주식은 무려 4079만 주가 거래됐다. 이날 시가는 3000원, 종가는 3270원이다. 이들의 장내매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4월 28일에도 거래량은 1520만 주가 넘었다. 5월 9일에도 700만 주 이상이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추가매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병철 회장은 2018년 창업자인 권성문 전 회장과의 지분경쟁 끝에 권 회장 측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다올투자증권(옛 KTB투자증권)의 주인이 됐다. 보유지분은 1512만 주로 지분율은 25.07%다. NH농협은행에서 164억 원을 빌리면서 1142만 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연간 이자만 9억 원이 넘는다. 이 회장의 지난해 소득은 연봉 18억 원, 배당소득 22억 6800만 원이다. 세금을 감안하면 소득의 절반가량을 이자비용으로 써야 한다. 2대주주에 맞서 지분율을 높일 만한 자금력이 제한적이다.
새로운 2대주주는 지분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라고 밝혔지만 주주로서의 권리를 적극 행사할 뜻을 밝혔다. 배당의 증액을 요청하는 것을 포함하며 발행회사 또는 기타 주주들이 제안하는 일체의 안건에 대하여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을 위해 배당 확대 등을 주장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다른 주주들과 손잡고 회사 경영진과 맞설 수도 있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지난해 순이익이 반토막이 났다. 400%가 넘던 영업용순자본비율도 300%에 턱걸이할 정도로 뚝 떨어졌다. 알짜 계열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우리벤처파트너스)를 매각하고 48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해야 할 정도의 사정이 여의치가 않다. 이익잉여금이 있다고 섣불리 배당을 늘리기 어렵다.
회사가 주주환원을 늘리기 어렵다면 대주주인 투자자가 차익을 실현하는 방법은 경영권을 지렛대 삼은 거래다. 직간접적으로 지분을 늘려 경영권에 도전하든지 증권사 인수를 원하는 다른 전략적투자자(SI)에 웃돈을 받고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이다. 다올투자증권 시가총액은 2500억 원 수준이다.
이병철 회장과 새롭게 등장한 2대주주를 제외하면 5% 이상 지분을 가진 곳은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이다. 2022년 3월 말 우선주 유상증자에 200억 원을 투자해 주당 5025원에 389만 주를 확보했다. 잠재지분율이 6.19%에 달한다. 올해 4월부터 전매제한이 풀렸고 보통주 전환도 가능하다. 상환기간이 시작되는 2028년 3월까지 보유하면 연 4.8% 우선배당으로 57억 6000만 원의 수익이 가능하다. 만약 상환기일 전에 주당 6622원 이상에 처분할 수 있다면 보통주로 전환해 매각하는 것이 이익이다.
다올투자증권 2·3대 주주 지분을 합하면 18%선에 육박할 수 있다. 매각 가격이 변수이지만 약 1000억 원 정도의 자금을 투입한다면 이병철 회장을 꺾고 다올투자증권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인수 가능성이 점쳐지는 증권사는 SK증권, 이베스트, 케이프 등이다. SK증권은 다올보다 시총이 크고, 이베스트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다. 케이프는 덩치는 작지만 비상장이다.
최열희 언론인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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