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은 지난 4월 27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주가조작 일당은) 제가 소유한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구주를 인수하고 제 사업체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투자도 해주겠다고 했다”며 “이 과정에서 이들은 높은 수익률이 실현된 주가 그래프와 계좌 잔고 등을 제시하면서 저에게 주식 매매대금을 본인들의 운용사에 재테크 할 것을 권유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임창정이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호안 대표와 수차례 행동을 같이한 사실이 드러났다. 임창정이 지난해 12월 라 대표의 투자자 모임에서 “아주 종교야. 잘하고 있어”라고 발언한 영상도 공개되기도 했다. 임창정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임창정은 2016년 (주)임창정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주)임창정은 예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 예스아이엠에프앤비, 예스아이엠컴퍼니, 예스아이엠플래닛, 예스아이엠픽쳐스, 예스아이엠디벨롭 등을 자회사 혹은 특수관계자로 두고 있다. 대부분 연예기획사나 미디어 관련 사업체고, 예스아이엠에프앤비는 ‘임창정의 모서리족발’이라는 족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법인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임창정 일가는 엔터테인먼트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에 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창정의 아내 서하얀 씨는 지난해 6월 설립된 화장품 업체 ‘비주얼더얀’의 대표를 맡고 있다. 비주얼더얀은 화장품 외에도 △건강보조식품 도소매업 △여성용품 도소매업 △소형가전 도소매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두고 있다.
서하얀 씨는 지난해 다른 화장품 업체 비주얼코스메틱의 브랜드 ‘비주얼바이얀’의 광고 모델로 활동한 바 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비주얼코스메틱과 비주얼더얀의 본사는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같은 사무실로 나온다. 두 회사가 사업적으로 긴밀한 관계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비주얼코스메틱은 현재도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반면 비주얼더얀은 이렇다 할 사업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비주얼코스메틱에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그런데 법인등기부에 기재된 비주얼코스메틱과 비주얼더얀의 본사 주소와 코스닥 상장사 G 사의 주소지가 같다. G 사는 화장품, 수소·플랜트, 투자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와 관련, G 사 관계자는 “비주얼코스메틱은 우리와 거래 관계였지만 규모가 크지는 않았고, 직접적으로 지분 관계가 있거나 같이 사업을 한 것은 아니다”며 “지난해 잠시 우리 사무실에 입주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나간 상태”라고 말했다.
서하얀 씨는 올해 2월 설립된 ‘얀식당’이라는 법인의 대표도 맡고 있다. 얀식당의 사업 목적은 △밀키트 제품 판매·유통업 △식품 및 첨가물 관련 유통전문판매업 등이다. 서 씨는 지난 3월 28일 SNS에 ‘얀식당 오픈’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얀식당의 본사는 경기도 파주시 예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 본사와 같은 곳에 있다.
일요신문이 지난 5월 11일 예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 본사를 방문해보니 해당 건물에 예스아이엠컴퍼니, 예스아이엠플래닛 등의 간판은 있었지만 얀식당의 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예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는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어 내부 상황은 확인이 불가능했다.
이처럼 여러 사업체를 거느린 임창정 입장에서는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임창정이 주가조작 일당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도 개인 자금만으로는 해당 사업체를 모두 운영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다만 비주얼더얀이나 얀식당이 직접적인 투자를 받은 기록은 없다. 두 회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상증자 외에도 금전 대여 등 지원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비주얼더얀과 얀식당 법인등기부에 기재된 서하얀 씨의 주소지가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비주얼더얀 법인등기부에는 서 씨의 자택 주소가 W 빌라로 나오지만 얀식당 법인등기부에는 K 아파트로 등록돼 있다. (주)임창정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임창정은 지난해 9월 W 빌라에서 K 아파트로 주소지를 변경했다. 따라서 서 씨의 현 거주지도 K 아파트일 가능성이 높다.
상법에 따르면 법인은 변경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2주 이내에 법인등기부에 해당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반영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비주얼더얀이 법인등기부에 서하얀 씨의 주소지 이전 사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이에 대해 예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관계자가 현재 부재중이며 복귀 후 연락주겠다”고 했지만 답은 없었다.
수수료 회수처였나…주가조작 세력 골프연습장 설립의 비밀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는 라덕연 호안 대표와 그의 측근인 안 아무개 씨, 변 아무개 씨 등이 꼽힌다. 검찰은 최근 이 세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중 안 씨는 프로골퍼 출신으로 2019년 서울시 강남구에 S 실내골프연습장을 개장했다. S 골프장의 1년 회원권 가격은 2000만~3000만 원 수준이고, 비소멸성(영구) 회원권은 무려 1억 원에 달하는 등 고가의 골프장으로 유명했다. 검찰은 최근 S 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라덕연 대표 일당이 S 골프장을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를 회수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S 골프장은 현재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하다.
S 골프장 설립 당시 안 씨와 최 아무개 씨가 공동대표를 맡았고, 라덕연 대표와 변 씨도 지난해 5월 S 골프장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뿐만 아니라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S 골프장의 법률 자문을 맡았다. 박 전 특검은 S 골프장 자문료 명목으로 월 550만 원을 받았다. 이와 관련, 박 전 특검 측 법률대리인은 입장문을 통해 “주식 투자 사건에 관련된 기업이라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자문료를 받은 것 외에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등 어떠한 금전 거래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이들의 본업인 골프장 경영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 씨는 S 골프장 직원들과 수차례 마찰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안 씨가 S 골프장 소속 직원에게 투자를 강요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결국 안 씨와 동업자였던 최 씨는 2020년 S 골프장 공동대표에서 사임했다. 최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안 씨와의) 의견 차이로 인해 S 골프장을 나왔다”면서도 “그 당시 주가조작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