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노조의 파업은 생계형 파업의 성격이 강하다. 실제 화물연대, 택배업계 등의 노동환경은 극도로 열악하다. 월 300시간이 넘는 초장시간 노동을 해도 월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인 150만 원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4대보험과 노동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더구나 과로노동은 본인의 생명과 건강은 물론 공공도로와 사업장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건설노조는 다행히 정부와 장비임대료 및 임금 체불 근절, 건설기계 표준 임대차계약 등 주요 사안에 대한 협상을 조기에 타결하고 총파업을 끝냈다. 화물연대는 운송료 9.9% 인상에 합의하고 업무에 복귀했으나 아직 핵심 요구사항인 표준운임제 법제화, 노동기본권 보장 등은 관철하지 못하여 입법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경제가 긴박한 위기상황임을 감안할 때 신속하고 현명한 노사정 협상이 요구된다.
이번 파업은 노동자들의 생존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파업을 끝내기 위한 이해관계의 타협이 아니라 사업구조, 노동형태, 처우제도 등을 시급히 바꾸어 파업의 악순환을 끊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노사정 합의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운송구조는 화주 → 운송회사 → 운송노동자로 연결되는 먹이사슬 구조로 되어 있어 하부에 있는 운송노동자들의 희생이 크다. 따라서 이를 과감히 끊고 효율적이고 공평한 운송구조로 만드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노동시장발전에 역행적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시정도 필요하다.
우리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극도로 불안하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총고용 2400만 명 중 정규직, 비정규직, 자영업자가 각각 50%, 25%, 25% 정도를 차지하는 3각의 구조다. 여기에서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 자영업자가 계속 늘고 있다. 비정규직과 자영업 종사자의 연평균소득은 최저임금수준 이하다. 그러나 이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아무리 생계가 불안하고 기본권을 침해받아도 파업조차 할 수 없다. 더욱 문제는 경제력 집중의 심화로 인해 경제가 고용창출능력을 계속 잃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업자의 증가는 물론 비정규직과 자영업을 전전하다 구직포기자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노동자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런 견지에서 우리 경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책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경제의 주인은 사람이다. 내수산업과 중소기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켜 경제의 고용창출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다음 근로시간을 축소하고 일자리나누기를 과감히 추진하여 모든 근로자에게 공평한 고용의 기회를 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평생학습체제를 구축하고 교육투자를 확대하여 근로자들이 경제성장의 주체가 되게 해야 한다. 이들을 바탕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대우를 철폐하고 4대보험을 의무화하는 동시에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사람중심의 경제를 만들기 위한 노·사·정 대타협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 이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