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태영호 의원의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명백한 범죄행위로 보이던데.”
“이준석이 가상화폐로 돈 벌면 자랑이 되고 김남국이 투자해서 돈 벌면 문제가 되느냐.”
앞의 발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한 말이고, 뒤의 발언은 같은 당의 김남국 의원이 한 말이다. 말을 한 주체는 다르지만 그 화법은 이른바 ‘물타기’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같다. 여기서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사실 여부 혹은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이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논하려는 것은 두 정치인의 화법 문제다.
언어는 사물이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언어에는 화자(話者)의 주관적 생각을 덧씌워 듣는 이의 생각을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정치인은 언어의 이 기능을 잘 활용한다. 즉, 언어를 이용해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상대방의 생각을 움직이려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말들은 모두 이런 부류에 속한다. 한마디로 “왜 나만 가지고 그래?” 하는 의도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상대는 놔두고 자신들만 문제 삼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은 억울해 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의 의도대로 국민 여론을 이끌려고 하지 말고 여론에 순응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올바른 자세이기 때문이다.
여론이 자신들에게 집중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야지 정치적 상대방의 행동을 문제 삼아 여론을 호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김남국 의원의 이런 ‘언어유희’는 또 다른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을 향한 이해충돌 발생 가능성 주장에 대해 “그런 식으로 이해충돌을 말하면 다자녀 의원이 다자녀 가정에 복지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노부모를 부양하는 의원이 간병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등도 전부 이해충돌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다자녀 가정의 복지 혜택 확대나 간병비 확대를 자신의 영리 행위와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해충돌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국회의원들은 영리 행위를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세비를 연 1억 5000만 원 정도 세금으로 지급하는 이유도 영리 행위를 하지 말고 국정에 전념하라는 취지다.
가뜩이나 국회의원들의 월급이 너무 많다는 소리가 나오는 판에 코인에 투자를 해서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나오니 여론은 할 말을 잃는다. 또한 김 의원은 코인이 재산 공개 신고 목록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았고, 그래서 자신은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공직자가 왜 재산을 공개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김 의원의 생각을 묻고 싶다. 재산을 공개하는 이유는 공공영역에서 활동하는 공직자들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런 취지는 무시하고 공개 목록에 가상 자산이 없어 재산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그래서 불법은 아니라는 논리를 펴는 것은 법은 지키지만 법의 취지는 무시하는 민주당의 종래 태도와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다수결 원칙만을 내세워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 상당수를 단독 처리했는데, 이런 경우 법적 하자는 없지만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취지는 철저히 유린된다. 바로 이런 민주당의 행위와 김 의원의 주장은 그 논리 구조가 동일하다.
돈 봉투 의혹이야 정치권 내부의 부정 관련 의혹이지만 김남국 의원의 코인 문제는 상당수 국민들이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안이다. 돈 봉투 의혹보다 폭발력이 훨씬 클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코인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2030 세대들 상당수는 자신들이 손해 본 것이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듣는 문재인 정권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핵심 의원은 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하니 2030의 분노 지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럴수록 민주당은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 밝힐 것은 밝히고,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으면 먼저 드러내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