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체에서 외식 신사업 실패 후 골프장 사업 진출…라덕연 만나 부친과 함께 주가조작 연루 의혹
#안 씨 부자와 한 가구사의 인연
A 사는 1966년 설립된 가구사로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A 사는 1980년대 들어 홍콩, 이탈리아, 미국 등에 지점을 설립하면서 사세를 키웠고, 국내에서도 한때 명품 가구사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경기 침체로 재무위기에 빠졌고, 주주들 간 경영권을 놓고 다툼도 벌어졌다. A 사는 결국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때 A 사 협력사협의회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협력사협의회는 150여 개의 A 사 납품업체들이 구성한 단체로 A 사의 회생채권 약 176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각종 의결권을 위임받은 채권을 포함하면 250억 원에 이르렀다. 협력사협의회는 해당 채권을 출자 전환하는 방식으로 A 사 최대주주에 올랐다.
안 씨의 부친은 당시 A 사의 협력사인 B 사의 대표였고, 동시에 협력사협의회 대표도 역임하고 있었다. 협력사협의회가 A 사 최대주주가 되면서 부친 안 씨도 A 사 회장 직함을 달며 실질적으로 경영을 이끌었다. A 사는 다행히 2014년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협력사협의회도 2015년 A 사 지분을 매각해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부친 안 씨는 A 사 회장 시절인 2014년 협력사 중 하나인 C 사를 인수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C 사는 2014년과 2015년 각각 A 사로부터 27억 원, 17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A 사의 당시 연매출 규모가 500억 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거래 규모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속된 아들 안 씨는 C 사를 통해 사업에 나섰다. 그는 C 사 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C 사의 외식브랜드 론칭을 주도했다. C 사는 2016년 경기도 용인시에 첫 외식 매장을 오픈했다. 주요 제품은 파스타였고, 커피나 샐러드 등도 판매했다. 가구업체 협력사라는 점을 이용해 매장 내부 인테리어 등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얼마 못 가 폐업하고 말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부친 안 씨가 이끄는 B 사와 C 사의 사세도 급격하게 기울었다. 외식 사업 실패의 영향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원청인 A 사의 실적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A 사는 2000년대 후반 수천억 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2017년 매출은 250억 원에 불과했다. A 사의 실적이 무너지면서 A 사에 의존하던 C 사도 2021년 폐업했다. B 사의 경우 필라테스기구 시장에 진출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부친 안 씨는 현재도 B 사 대표를 맡고 있다.
A 사는 2010년대 들어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에도 자주 휘말렸다. A 사는 2016년 경영권 관련 법적 분쟁의 여파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대상에 올랐고, 이를 통과하지 못해 2017년 상장폐지됐다.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요신문은 A 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A 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A 사 노동조합은 당시 “A 사 경영진은 가구와 직접 연관이 없는 자회사를 신설하고, 자금을 투자해 단기간에 큰 손실을 초래했다”며 “신규 사업에 투자한다는 이유로 수백억 원을 횡령하는 등 전형적인 기업사냥꾼의 형태를 보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골프장 사장에서 주가조작 혐의자로
한편, 아들 안 씨는 외식 사업의 실패를 딛고 2019년 서울시 강남구에 실내골프연습장을 개장하면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 유학파 프로골퍼 출신이라는 점을 활용한 것이었다. 다행히 골프장 사업은 고급화 전략을 바탕으로 순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 자산가나 연예인 고객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던 와중 아들 안 씨는 골프장 고객으로부터 라덕연 호안 대표를 소개받았다. 안 씨는 라 대표를 따라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고, 고액 투자자 유치에도 나섰다. 이 과정에서 라 대표 일당은 통정거래를 통한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통정거래란 매수할 사람과 매도할 사람이 사전에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일정시간에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것을 뜻한다. 검찰은 안 씨가 투자자를 모으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안 씨의 골프장을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를 회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검찰은 지난 5월 11일 라 대표를, 다음 날인 12일에는 안 씨를 각각 구속했다.
아들 안 씨는 지난 12일 구속될 당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업자인 라덕연 대표는 이번 주가 폭락의 책임이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김 전 회장 측이 시간외매매를 통해 보유한 주식을 매도했고, 이후 김 전 회장의 주식을 매수한 측이 해당 주식을 매도하면서 가격이 떨어지며 대규모 반대매매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담보인 주식 가치가 하락해 증거금이 부족하게 되면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라 대표 측 투자자들은 최근 김 전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 키움증권 관계자는 “라덕연 대표 주장과 관련해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라덕연 대표와 아들 안 씨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김익래 전 회장의 행보와 관계없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들은 라 대표와 안 씨 등을 사기,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설명이나 동의 없이 통정거래 등에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팀은 지난 5월 15일 주가조작에 동원된 계좌 명단에서 라 대표와 아들 안 씨의 이름을 확인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공형진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이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주가조작 사건이 아니고 가치 투자를 빙자한 폰지사기라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은 통정거래 매매에 대한 인식도 없었고, CFD(차액결제)거래에 대한 정확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자신의 투자금이 주가조작 원금으로 사용되는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부친 안 씨도 라덕연 대표 일당에게 투자한 후 주변인에게 투자를 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요신문은 부친 안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B 사에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어 B 사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D 사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D 사 관계자는 “B 사와 우리는 거래관계”라면서도 “안 씨와의 연결은 어렵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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