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폼 이용, URL 주소 있으면 퀴즈 안 풀어도 참여 가능…문체부 측 “향후 이벤트는 신중히 기획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2일 출입기자단과 오찬 자리에서 “자화자찬의 취임 1주년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대 대통령들이 통상 해온 일정이었던 취임 1주년 기자회견도 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자화자찬’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대통령실이 나섰다. 대통령실은 취임 1주년을 기념해 홍보영상과 자료를 잇따라 공개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나라가 이렇게 바뀌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배포했다. 유튜브 채널 ‘윤석열’에서는 ‘바로 서는 대한민국을 위한 대통령의 약속’ ‘국민과 함께한 1년, 다시 대한민국’ 등 영상을 공개했다. 강남·종로 등 서울 시내 주요 3D 전광판을 통해 ‘국정비전 국민공감’ 영상도 송출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공식 정책뉴스포털에서는 상단에 ‘자유와 연대의 1년, 국민과 함께 이렇게 바뀌고 있습니다’라는 배너를 띄웠다. 이곳엔 ‘숫자로 보는 1년’ ‘사진으로 보는 1년’ ‘책자로 보는 1년’ 등 코너가 마련됐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퀴즈로 보는 1년’ 이벤트를 실시했다. 윤 대통령 1년의 성과와 관련된 모든 퀴즈를 끝까지 다 풀면 추첨을 통해 치킨세트, 문화상품권, 편의점상품권, 음료 기프티콘 등 선물을 주는 기획이다.
퀴즈는 총 13문제로 구성돼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슬로건은 ‘□□대한민국, ○○○국민의 나라’” “2022년 7월 19일 국산 전투기 ‘KF-21 ○○○’가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한국이 3조 원 규모의 ○○○ 엘다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성공했는데, 엘다바는 어느 나라의 도시일까” “비영어권 최초 에미상 6개 부문을 석권하며 K-콘텐츠 위상을 높인 ‘오징어 게임’의 감독은 누구일까” “카타르 월드컵에서 원정 두 번째 16강행을 달성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은” “‘만 나이 통일법’이 공포됐는데, 만 나이 통일로 최대 ○살까지 젊어질까” 등의 문제가 양자택일 형식으로 나왔다.
퀴즈가 끝나면 ‘개인정보 입력하러 가기’ 버튼이 나온다. 이를 누르면 개인정보 입력을 위한 구글폼으로 넘어간다. 구글폼에서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고 참여자의 이름과 상품을 수령할 연락처를 기입한 후 제출하면 이벤트 참여가 마무리된다.
그런데 퀴즈를 풀지 않고도 이벤트에 참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 입력 구글폼의 URL 주소만 있으면 곧바로 개인정보 입력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 실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는 퀴즈를 건너뛰고 바로 이벤트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URL 주소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번 이벤트 목적은 퀴즈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의 성과를 알리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공식 정책뉴스포털에서 윤석열 정부 취임 1년간의 성과를 퀴즈를 통해 제대로 홍보하려 했다면, 이벤트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IT(정보기술)업계 관계자는 “구글폼을 정부 홈페이지 내 프레임으로 가져와서 넣으면 URL 주소를 가리는 방법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구글폼은 URL 주소가 공개돼있기 때문에 이벤트를 건너뛰고 URL 주소로 바로 타고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정부 정책뉴스포털 홈페이지의 자체 개인정보 입력 페이지와 관리자 페이지를 이용했어야 한다는 평가다. 또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결국 예산 문제다. 그런데 정보 수집 정도의 시스템이라면 큰 예산이 소요되지 않는다”며 “또한 정부기관 홈페이지면 정보 입력 페이지와 관리자 페이지 시스템이 이미 구축돼있을 것이다. 이를 이벤트에 적용하면 예산이나 시간이 얼마 안 든다. 왜 이를 이용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이벤트를 통해 들어오는 누적된 정보를 관리하고 통계를 내 활용해야 하는데, 구글폼으로 들어오는 정보들은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며 “정교하게 구성한다는 생각을 안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퀴즈 이벤트에는 수차례 복수 응모도 가능했다.
대한민국 정부 정책뉴스포털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정책뉴스포털 홈페이지는 회원가입이 없는 사이트다. 그러다보니 정보 입력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2주간만 진행하는 이벤트이다 보니 많은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구글폼을 활용해 응모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퀴즈를 건너뛰고 구글폼 URL 주소로 바로 접근해 이벤트에 참여하는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향후 이벤트는 신중히 기획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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