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신사업 3인방 중 IPO 첫 스타트…기업가치 뻥튀기 우려, 주주 보호 방안은 숙제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3월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하고,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식 1주의 액면을 10주로 분할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두산로보틱스 총 주식 수는 4861만 9980주로 늘어난다.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6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코스피)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오는 10월쯤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두산로보틱스 IPO 도전은 그룹 내에서는 2016년 두산밥캣 상장 이후 7년 만이다. 박 회장은 2016년 취임 이후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 전력을 다했다. 특히 2020년대 들어서는 재무구조 악화로 산업·수출입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특별약정(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두산은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약 1조 2000억 원을 지원받는 대신, 자구 노력을 통해 총 3조 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클럽모우CC,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두산 모트롤BG, 두산인프라코어 등 그룹 내 계열사들이 전체·부분 매각됐다. 그 결과 두산은 지난해 1년 10개월여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두산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약 4조 3511억 원, 영업이익 약 338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 30.1%, 81.6% 늘어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11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배가량 뛰었다.
박정원 회장의 다음 과제는 미래 먹을거리를 성장시키는 일이다. 박 회장은 앞서 성과에 대한 대가로 그룹 주력 사업 대부분을 잃었다.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정도만 남았다. 두 기업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약 91%로 여전히 높다.
이 때문에 박정원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동력을 발굴해야 했다. 그는 신사업으로 수소, 배터리, 모빌리티, 로봇, 소형모듈원전 등을 선택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와 수소 드론 및 연료전지 파워팩 개발 업체인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 물류 자동화 솔루션 개발업체인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DLS)은 두산의 신사업을 이끌어갈 자회사 3인방으로 꼽힌다.
이 중 두산로보틱스가 첫 번째로 IPO에 도전한다. 두산로보틱스의 성공적인 IPO 입성은 박정원 회장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두산로보틱스가 IPO에 성공해야 그 뒤를 이어 DMI와 DLS의 상장도 순조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는 2018년 이후 국내 협동로봇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협동로봇은 기존 관절형 로봇에 안전성을 높인 개념이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함께 작업하면서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 산업에서도 활용된다. 최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커피나 치킨을 만드는 로봇이 바로 협동로봇이다.
매출은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약 370억 원에서 지난해 약 450억 원으로 상승했다. 두산로보틱스는 계속해서 협동로봇 판매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2분기엔 북미 법인을 활성화해 커피 모듈 판매를 늘릴 예정이다. 북미 시장 매출 60%를 담당하는 로크웰 오토메이션과도 협력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벌써 두산로보틱스 IPO를 향한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먼저 기업가치가 고평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코스닥 상장이 아닌 코스피 상장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두산로보틱스는 적자 기업이다. 적자 기업이 코스피 시장에 진입하려면 1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달성해야 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두산로보틱스가 위 조건을 맞추는 과정에서 공모가가 기대보다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공모가 산정방식으로 비교업체 PER(주가수익비율) 평균에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를 결정하는 방식이나 해당 기업의 매출 대비 가치를 판단해 공모가를 평가하는 ‘기업가치/매출액(EV/Sales)’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산정방식이 어찌됐든 비교업체만 잘 선정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협동로봇 시장은 이제 태동기다. 상장한 기업이 많지 않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쟁사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뉴로메카 정도다. 네이버금융에 따르면 업계 PER은 18일 기준 43.77배로 책정돼 있다. 두 업체도 공모가 책정을 위해 PER 방식을 활용했는데 당시에는 각 25.18배와 30.41배로 집계됐다. 현재 PER이 훨씬 높아 공모가가 부풀려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EV/Sales 방식도 문제다. 이 방식은 수익이 없거나 적더라도 과거 매출 성장률을 근거로 미래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때문에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서는 비교기업의 시가총액이 필요한데 지난 18일 기준 뉴로메카(약 3939억 원)와 레인보우로보틱스(약 1조 9828억 원) 간 시가총액 차이는 약 6배다. 둘 간 차이가 커 적정 공모가 산정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EV/Sales 방식은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2021년 카카오페이, 2022년 쏘카 등이 활용한 바 있고 모두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있었다.
7년 전 두산밥캣이 상장했을 때와 IPO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도 문제다. 금융업계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성장이 두산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두산이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91% 보유하고 있는 만큼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 증가는 두산의 리레이팅(같은 이익에도 주가가 더 높은 수준에 형성되는 일)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상장은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자회사 중복 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주가 디스카운트로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본다는 이유 때문이다. 두산도 리레이팅됐던 주가가 두산로보틱스 상장으로 다시 하락세를 맞이할 수 있다. 두산 주주 사이에서 그룹 차원의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더욱이 두산은 잦은 유상증자로 주주들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 유상증자의 목적이 투자라면 향후 기업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테지만 기존 사업을 운영하는 데 쓰거나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라면 호재가 될 가능성이 낮다. 유상증자는 주당 순이익 감소를 불러오기에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도 하락한다.
두산은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를 자주 활용했다. 두산로보틱스만 해도 2015년 설립 이후 유상증자만 15차례가 이뤄졌다. 이 중 4차례만 투자자금으로 쓰였고,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 상장 후에도 이 같은 유상증자가 자주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공모주 매력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박정원 회장에게 우려를 뚫는 것이 또 다른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현재는 IPO 검토 단계로서 이에 대해 밝힐 만한 사항이 없다.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법적 절차에 따라 시장에 알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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