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수 회장, 채권자에게 돈 못 갚자 코인 제공…“경기도가 약속 어겨 투자 받느라 APP427 발행” 법정진술
그러나 검찰은 안부수 아태협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APP427 의혹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의 대북송금 연루 의혹 전초전 격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도 검찰은 APP427 의혹을 추궁하지 않았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APP427은 대북 규제를 피해 북한에 돈을 보낼 목적보다는 아태협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안 회장은 APP427을 아태협 및 본인 채무 변제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APP427 이전에 또 다른 코인 발행에도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 회장은 해당 코인 역시 아태협 채무 변제에 활용하려고 했다.
안 회장은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라 코인으로 자금 거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과거 여러 사업을 벌이며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신용불량자로 오랜 세월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태협은 2017년 1월 김 아무개 씨로부터 1억 원을 빌렸다. 월 이자 10%를 쳐서 두 달 뒤인 2017년 3월까지 갚기로 했다. 아태협 대표인 안 회장은 연대보증을 섰다. 하지만 아태협은 돈을 갚지 않았다. 결국 김 씨는 아태협을 형사고소했다. 그러자 안 회장은 2018년 3월 1500만 원을 우선 갚으면서 김 씨와 합의서를 작성했다. 나머지 금액을 갚기 전까지 '비트카리타스'(BTAS) 코인 8만 개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안 회장은 BTAS 코인 개당 가격이 3000원이라고 주장했다.
BTAS 코인은 손중산박애기금회가 홍콩 암호화폐 거래소 '비타리스'와 2018년 발행한 암호화폐다. 손중산박애기금회는 중국의 국부로 불리는 손중산(쑨원)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이다. 재단 홍보 글에 따르면 중국, 대만 등 전 세계 148개 지부를 결성해 자선사업을 펼쳤다.
BTAS 코인 행방은 묘연하다. BTAS 코인 네이버 블로그는 BTAS 코인이 상장된 비타리스 거래소가 2018년 10월 공식 오픈했다는 공지를 마지막으로 방치 상태다. BTAS 코인 공식 홈페이지 역시 2019년 폐쇄됐다. BTAS 코인 거래 역시 2019년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비타리스 거래소 홈페이지 또한 폐쇄 상태다.
안 회장은 손중산박애기금회와 밀접한 관계이거나 BTAS 코인 발행 과정 초창기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안 회장이 일반투자자로서 BTAS 코인을 취득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BTAS 코인이 일반투자자에게 공개적으로 처음 판매된 시점은 2018년 6월. 안 회장이 김 씨에게 BTAS 코인 8만 개를 주기로 했던 2018년 3월은 이보다 3개월 앞선다.
BTAS코인이 거래 중단으로 휴지조각이 되자 김 씨는 2019년 아태협과 안 회장에게 대여금 반환을 다시 독촉했다. 그러자 아태협 사업단장은 2019년 10월 김 씨에게 현금 대신 APP427 100만 개를 주겠다며 합의를 제안했다. 김 씨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회장이 APP427을 채무 변제에 활용한 정황은 또 있다. 그는 5월 2일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상파 방송사 간부에게 APP427 20만 개를 지급한 이유에 대해 진술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의 신문 과정에서다. 안 회장은 "내가 유골봉환을 하러 일본에 갈 때 (지상파 방송사 간부에게) 1000만 원을 빌렸다. 그 돈을 돌려줘야 하는데 돈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코인(APP427)을 줬다"고 해명했다.
안 회장은 APP427 발행 경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안 회장은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재명 지사, 이화영 부지사가 옥류관 설립에 2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이야기를 못 지켰다. 경기도가 약속을 어겼다. 일산, 연천 땅도 (옥류관 부지로 제공받는 것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코인을 발행했다. 옥류관 밀키트 사업을 위해서였다. 식품개발에도 돈이 들어간다. 그래서 투자를 받았다. 한 팀당 20억 원 정도였다. 투자자들에게 APP427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날 안 회장은 "신용불량으로 20년을 살아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이 주가조작을 위한 것이었고 안 회장도 주가조작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의 의혹 제기에 "주식을 전혀 모르고 주식 계좌를 만들 수도 없다"고 답하면서다.
현재 안 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대북송금 과정에 밀접히 관여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앞선 증언 때와 말을 바꿔서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으로 북한에 300만 달러를 건넸다는 의혹도 인정했다. 안 회장 증언의 진실 여부와 별개로 안 회장은 유독 APP427과 관련해서만 경기도와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은 안 회장이 언급한 APP427 투자자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아태협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아태협 비서 정 아무개 씨가 컴퓨터 파일로 APP427 투자자 명단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안 회장 최측근이었던 인물로 옥류관 밀키트 사업도 담당했다.
정 씨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 인물이기도 하다. 경기도-쌍방울-아태협의 대북사업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안 회장은 아태협 사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모두 교체했다. 기존 하드디스크는 정 씨 집에 보관했다. 압수수색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안 회장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정 씨가 검찰에 먼저 연락해 아태협 하드디스크를 모두 제출한 것. APP427 투자자 명단도 검찰에 제출된 하드디스크에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투자자 명단에 이재명 대표나 이화영 전 부지사 관련 인물이 포함됐다면 검찰이 이 전 부지사 재판 과정에서 언급하지 않았을 리 없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쌍방울과 아태협 내부자료 중 이 전 부지사나 경기도와 연관성이 의심되는 내용을 일일이 언급하며 여러 증인에게 캐물어왔다.
앞서의 아태협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안 회장이 APP427 발행 초기 '이재명 코인'이라고 홍보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며 "하지만 이재명 측과 직접 관련됐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남북관계가 좋아지면서 APP427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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