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특허 6월 만료되지만 투여요법 특허 무력화 필요…바이오시밀러 시장 선점 관건, 신약 등장은 변수
#‘출시 전 불확실성 해소’ 미국에서 잇따르는 무효심판청구
아일리아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96억 달러(약 12조 원)를 기록했다. 아일리아는 신생혈관성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 1바이알(병)당 80만~90만 원이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부에 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당뇨병성 황반부종은 당뇨 합병증의 하나로 황반에 부종이 생기는 질환이다. 아일리아의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804억 원 정도다. 이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은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리제네론이 보유하고 있는 10개 특허에 대해 잇따라 무효심판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리제네론의 572 특허에 대해 IPR(Inter Partes Review·당사자계 무효심판)을 제기했다. IPR은 특허무효심판으로, 해당 특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번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무효심판을 제기한 특허는 투여요법과 관련한 특허다. 아일리아는 첫 3개월간 한 달에 한 번 주사를 맞고 그 이후엔 두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는다.
미국에서 아일리아 물질특허는 오는 6월에 만료된다. 신약 독점권은 2024년 5월에 끝난다. 하지만 오리지널 제약사인 리제네론은 에버그리닝 전략의 일환으로 다른 특허를 등록해뒀다. 제형특허가 2027년, 투여요법 특허가 2032년에 만료된다. 물질특허가 만료되더라도 다른 특허를 뚫지 못하면 바이오시밀러 출시 여부가 불투명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3월 또 다른 투여요법 특허인 601 특허에 대해서도 무효심판을 제기했다. 이 특허 역시 리제네론의 10개 대표 특허 중 하나다. 앞서 1월 화이자의 바이오시밀러 부문을 분사해 설립한 비아트리스(옛 마일란)가 리제네론의 투여요법 특허인 681과 601에 대해 무효심판을 제기했고, 2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소송 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리제네론은 601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합류를 거절했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별도로 무효심판을 다시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리제네론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권 침해금지 및 예방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공우상 공앤유 특허사무소 변리사는 “원칙상 특허권은 속지주의에 따라 특허권이 있는 나라 안에서만 효력이 발생한다. 국내 특허 소송에서 패소하면 한국 시판이 어려워질 수는 있으나 미국 시판이 100% 어려워진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유효한 자료로 참조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법정 대응 진행 건인 부분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인 셀트리온도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하며 특허 무력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셀트리온은 비아트리스와 함께 미국에서 투약주기와 관련된 338과 069 특허에 대해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했다. 338 특허도 리제네론이 밝힌 대표 특허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미국 특허청이 셀트리온, 비아트리스 손을 들어줬다. 소송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리제네론은 올해 1월 IPR 결정에 대한 항소 통지서를 연방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분쟁 중인 내용이라 최종 결과가 나오면 외부에 알릴 기회가 있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출시 시기 관건…신약 등장도 변수
아직 전 세계에서 출시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는 없다. 하지만 임상 3상을 완료해 출시 직전에 이르거나, 개발 막바지에 이른 기업은 적지 않다. 비아트리스는 지난해 7월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고 품목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4월 아일리아 임상 3상 최종 데이터를 발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미국, 한국 등 10개국에서 습성 연령 유관 황반변성 환자 449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셀트리온은 독일, 스페인 등 13개국에서 당뇨병성 환자 348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 국내 기업 중에는 삼천당제약과 알테오젠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3월 황반변성 환자 6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특허 관련 사항은 판매 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알테오젠은 현재 전 세계 12개국에서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삼천당제약과 알테오젠은 독자적인 제형을 개발해 아일리아의 제형 특허를 회피했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에는 로슈가 황반변성 및 당뇨병성 신약 바비스모를 내놓았다는 점이 변수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바비스모는 투약 주기가 4개월로 아일리아 대비 길다. 로슈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바비스모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억 3200만 스위스프랑(약 6358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3억 900만 프랑) 대비 약 40% 증가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는 “바이오시밀러는 빨리 출시를 해서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 오리지널 제약사와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는 합의를 통해 출시 시기를 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합의 내용이 향후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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