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최측근’ 퇴직 하루 전 실시계획 고시…시행사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용도변경 예정됐던 부지”
그동안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동해 망상지구 개발사업 스포트라이트는 ‘미추홀 건축왕’을 비춰왔다. 인천 전세사기 사건에 연루된 동해이씨티 회장 남헌기 씨가 망상 1지구 시행사업자로 선정된 과정에서 정치권 비호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게 골자다.
그런데 동해 현지에선 남 씨가 주도했던 1지구 사업보다 2지구와 3지구 사업을 더 알짜배기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주민은 “1지구 사업은 주택단지와 공공시설 등이 관광시설과 함께 개발되는 사업이지만, 2지구와 3지구는 관광시설인 호텔과 리조트를 건립하는 데 집중하는 개발사업”이라면서 “개발 수익성으로만 놓고 따지면 2지구와 3지구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망상 3지구는 해변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호텔·리조트 건립에 최적화된 입지라는 평가다. 망상 3지구 개발사업 대상 토지 소유권은 동해시와 A 사가 갖고 있다. 동해 망상지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키를 A 사가 쥐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2022년 12월 30일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동자청)이 발표한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망상글로벌리조트 3지구 개발계획 변경 및 실시계획 승인과 지형도면 고시(3지구 고시)’ 문건에 따르면 사업부지 총면적은 14만 2048㎡다. 이 중 A 사는 2만 8988㎡를 보유하고 있다. 약 20% 규모다. 나머지 토지 대부분은 동해시가 보유하고 있다. 현지에선 토지 지분 관계가 단순해 토지 수용 절차가 수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지구 고시에 따르면 2022년 12월 30일 개발사업 부지 14만 2048㎡ 중 9만 3641㎡ 부지에 대한 용도가 변경됐다. 기존 자연녹지지역이었던 땅이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됐다. 변경 사유는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망상지구 내 망상글로벌리조트 3지구 실시계획 수립에 따른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 가운데 A 사가 보유한 7개 필지 중 6개 필지가 일반상업지역 지정 구역에 포함됐다.
이는 성남시가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과 유사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5년 정자동 소재 자연녹지지역을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 허가를 내준 것이 논란으로 떠오른 상태다.
국토계획법이 규정하는 토지 용도별 용적률에 따르면 자연녹지지역 내 허용되는 용적률은 50% 이상 100% 이하다. 일반상업지역은 200% 이상 1300% 이하다. 용적률 상한을 기준으로 봤을 때 3지구 부지는 제2전용주거지역, 제1종일반주거지역, 제2종일반주거지역, 제3종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 근린상업지역 등 6단계를 건너 뛴 파격적인 용도변경으로 볼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자연녹지지역이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되는 것은 굉장한 특혜로 볼 수 있다”면서도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망상 3지구의 경우엔 경제자유구역특별법에 따라 용도변경이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취재에 따르면 망상 3지구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시행사업자가 해당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상 제3지구 시행사업자인 엠에스글로벌리조트는 2023년 5월 기준 향후 개발사업 부지 토지 수용을 위한 협의 절차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월 16일 일요신문은 엠에스글로벌리조트 관계자를 만나 토지 수용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토지 용도변경이 이뤄진 것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질의했다. 엠에스글로벌리조트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필지가 별개로 용도변경된 것이 아니고,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인해 이미 용도변경이 예정돼 있는 부지였다”면서 “(수용 절차에서) 시가 평가는 수용 시점이 아니라, 경제자유구역 지정 시점으로 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토지 용도가 변경됐다고 시가 평가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은 2013년 2월 지정됐다. 망상 3지구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A 사는 2008년 10월경 3지구 일대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A 사는 2023년 기준 사무실 소재를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두고 있다.
복수 동해 현지 관계자는 “미추홀 건축왕 남헌기 씨와 A 사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중 한 관계자는 “남 씨와 A 사, 그리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출신으로 동자청 간부 역할을 하던 B 씨가 동해 망상지구 관련 논란 핵심 키맨”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B 씨는 C 그룹 출신으로 약 11년 동안 C 호텔 및 면세점 일본 지역 지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12년간 근무하며 복합 리조트 조성 관련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천시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2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본부장으로 발탁됐다. 송 전 대표가 추진했던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송도 유치 등 실무를 도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선 B 씨가 송 전 대표 최측근이었다는 이야기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B 씨는 2016년 7월 동자청으로 일터를 옮겼다. 그는 동자청 망상사업부에 재직하다 2022년 12월 31일 퇴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퇴직 하루 전인 2022년 12월 30일 동자청은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망상글로벌리조트 3지구 개발계획 변경 및 실시계획 승인과 지형도면 고시’를 게재했다. 이 고시엔 망상 제3지구 사업부지 용도변경, 실시계획 승인 등 사업 핵심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다.
A 사와 B 씨 그리고 남헌기 씨 등 망상지구 개발사업 잡음에 거론되는 인물들의 공통분모가 ‘인천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자청 측은 5월 19일 통화에서 “지금은 관련 부서 인력들이 모두 교체돼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 “관련 의혹엔 B 씨와 관련한 개인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라서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B 씨 퇴직 하루 전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망상글로벌리조트 3지구 개발계획 변경 및 실시계획 승인과 지형도면 고시’가 게재된 상황과 관련해 동자청 관계자는 “B 씨가 그만둘 때가 됐었다”면서 “해당 고시 게재 시기와 퇴직 시기가 연관돼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일요신문은 B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했지만 그는 받자마자 끊으며 ‘죄송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망상 3지구 사업은 1~3지구 사업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도시기본계획과 환경영향평가 등 관계기관 협의가 마무리된 상황이다. 대규모복합리조트를 짓는 실시계획 승인도 고시된 상황이다. 동해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토지 지분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데다 해변에 위치한 입지가 가장 빠른 사업 진행 속도 비결인 것으로 나타났다.
망상 3지구 시행사업자인 엠에스글로벌리조트 측은 “토지주가 누구인지와 별개로 시행사는 토지를 적정 가격에 매입해 사업을 빠르게 진행 및 성사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면서 “각종 이슈로 인해 사업 일정이 늦춰진다면 사업 시행사뿐 아니라 동해 시민들에게까지 유·무형적 피해가 갈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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