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제작팀은 보쉬만의 도움을 받아 시음 대회에 참가할 ‘최악의’ 와인을 하나 골랐다. 최종 선택된 와인은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2.50유로(약 3500원)짜리 레드 와인이었다. 이 와인은 3유로 이하의 와인 가운데 가장 저렴하면서 맛없는 와인이었다.
이 와인을 프리미엄 와인으로 위장하기 위해서 제작팀은 ‘샤또 콜롬비에’라는 가짜 이름을 짓고, 그럴듯한 라벨까지 만들어서 부착했다. 심지어 이 와인에 대한 스토리도 거짓으로 꾸며냈다. 요컨대 벨기에 왈로니아 지역인 꼬뜨 드 상브르 뫼즈에서 재배되는 포도 품종을 블렌딩해서 만들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제작팀은 대회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다른 고품질 와인의 데이터를 제출했고, 예상했던 대로 아무도 그 데이터가 진짜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보쉬만은 또한 동료 소믈리에와 와인 애호가들에게 이 2.50유로짜리 와인이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 계속해서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동료 소믈리에들의 발언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행동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이 싸구려 와인은 가장 최근에 열린 대회에서 무려 금메달을 수상했다. 대회 심사위원들은 이 와인에 대해 ‘부드럽고, 세심하며(신선한 와인의 특징), 깨끗한 어린 향이 나면서 입안의 풍미가 가득한 와인이자, 복잡하고 매우 흥미로운 와인’이라고 극찬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이 와인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올해의 금메달’을 수여한 것이다.
대회 주최 측은 또한 60유로(약 8만 5000원)를 내면 금색 스티커 1000개를 구입할 수 있고, 이 스티커를 와인병에 부착하면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주기까지 했다.
최근 이 실험 결과를 공개한 제작팀은 소비자들에게 와인병에 붙어있는 금메달 스티커가 반드시 품질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물론 일부 대회는 보다 더 전문적이긴 하지만, 이런 대회가 단순히 돈벌이용 행사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소비자로서 보다 똑똑한 소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