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시선 ‘차정숙’과 압도적 실력 ‘김사부’ 전혀 다른 두 의사 드라마 시청률 도합 30% 고공행진
#환자와 눈높이를 맞추는 차정숙
JTBC 토일극 ‘닥터 차정숙’의 성과는 눈부시다. ‘닥터 차정숙’의 시청률은 4월 15일 전국 시청률 4.9%(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뒤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5월 21일 방송된 12회의 시청률은 18.5%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화제성을 따져봐도 단연 현재 방송되는 드라마 중 1위다.
‘닥터 차정숙’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의사가 주인공이다. 주요 배경도 병원이다. 하지만 ‘전문직 드라마’의 범주로 보기는 어렵다. 그들이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과정보다는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이 성숙한 의사이자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춘다.
차정숙은 실력 좋은 의대생이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이유로 병원을 그만두고 가정주부의 삶에 집중한다. 그의 내조 덕에 남편은 대학병원의 교수가 됐고 아들도 대를 이어 같은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런 차정숙은 동료 의사에게 “애 둘 부지런히 낳고 키워서 사람 둘 만들어 놨어”라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하지만 급성 간염 판정을 받으며 삶의 가치관이 바뀐다. 간이식 외에는 방도가 없을 찰나 간이식을 주저하는 남편을 보며 실망한다. 이후 ‘내 삶’을 찾기로 결심한다.
물론 ‘닥터 차정숙’은 판타지다. 20년 만에 다시 공부한 차정숙은 전공의 시험에서 50점 만점 중 49점을 받는다. 이후 남편과 아들이 근무하는 병원의 레지던트가 된다. 아직 서툴고 실수투성이인 차정숙을 아들이 몰래 돕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은 나이 많은 레지던트를 불편하게 바라본다. 세 사람의 관계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 현실성 있는 이야기 전개는 아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한 전문직 드라마가 아니라 차정숙의 성장기이자 판타지로서 ‘닥터 차정숙’을 즐긴다. 레지던트 면접에서 차정숙은 “의대 졸업 후 인턴을 마칠 때까지 부끄럽게도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두 아이를 키워내고 대수술을 경험한 지금에서야 정말로 괜찮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며 스스로 의사의 소명을 깨치게 됐음을 웅변한다.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갖춘 셈이다.
‘닥터 차정숙’은 어렵지 않은 의학 드라마다. 난해한 의학 용어가 난무하지도 않는다. 대신 진심으로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또 위로하는 차정숙이 있다. 성격이 괴팍해 수술을 거부하는 오창규 회장은 차정숙의 진심 어린 조언과 위로에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다. 그런 오 회장은 병원에서 내쫓길 위기에 처했던 차정숙을 구한다. 그는 퇴원하며 100억 원 기부를 약속하면서 그 이유로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해 준 의사”라며 차정숙을 지목했다. 이런 극적 요소들은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선하고 정의로운 인물이 결국 성공하게 된다는 권선징악과 인과응보 스토리를 충실하게 따라가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무조건 살린다”는 김사부
김사부를 등장시킨 SBS ‘낭만닥터 김사부’는 어느덧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두꺼운 고정 팬층을 보유한 작품답게 1회부터 전국 시청률 12.7%를 기록했다. 이후 시청률은 12∼13%대를 오가고 있다. 크게 치솟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탄탄한 서사와 연기력을 바탕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김사부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낭만을 실현한다. 중상을 입은 탈북민을 살리기 위해 북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명령을 거부하고 치료에 몰두하는가 하면, 불의의 사고를 당한 스키점프 선수의 수술을 앞두고 “환자의 생명만큼 선수로서의 생명도 중요하다”면서 신경 봉합까지 겸한 어려운 수술을 결심한다. “환자는 의사를 선택할 수 있지만 의사는 환자를 선택할 수 없다”며 환자의 신분이나 상황 등은 완전히 배제하고 ‘무조건 살린다’는 마음으로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이 김사부가 생각하는 낭만이다.
시즌 3에서는 MZ세대 젊은 의사와 김사부의 대립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수술실은 딱 두 종류의 의사만 들어갈 수 있어. 살리겠다는 놈 그리고 배우겠다는 놈. 그런 마음 없이 함부로 칼 잡고 수술대 앞에 서면 안 되는 거야”라는 김사부에게 전공의 장동화는 “이런 분이셨습니까? 꼰대질하는 건 다른 교수님들이랑 똑같으시네요”라고 대들었다. 이에 김사부는 “노력도 안 하는 주제에 세상 불공평하다고 떠드는 새끼들, 실력도 하나 없으면서 의사 가운 하나 걸쳐 입었다고 잘난 체하는 새끼들, 제 할 일도 제대로 안 하면서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새끼들을 아주 그냥 대놓고 조지는 게 내 전공이거든”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사부와 차정숙이 받는 큰 사랑에는 배우 한석규와 엄정화의 열연이 밑바탕이 됐다. 강한 자에게는 강하게, 약한 자에게는 약하게 대하며 자신의 소신을 지켜가는 김사부는 한석규와 동일시된다. 20년의 경력단절을 딛고 조금씩 성장하며 내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차정숙을 구축해 가는 엄정화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이처럼 두 의사, 두 배우는 ‘탈(脫) TV 시대’에 주말 시청률 합이 무려 30%가 넘게 만든 원동력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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