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공천’ 자칫 역풍 불 수도…한동훈보다 이복현 나설 가능성, 주진우·이원모·이시원 3인방 출마설도
법조인들의 정치 도전은 지속적인 현상이다. 2020년 4월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법조인은 46명이 당선됐다. 46명 가운데 변호사 출신이 20명(43.5%)으로 가장 많았고, 검사 출신 15명(32.6%), 판사 출신 8명(17.4%), 군법무관 출신 2명(4.3%), 경찰 출신 1명(2.1%) 순이었다. 20대 총선에도 49명이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법조인 출신, 특히 검찰 출신 금배지가 좀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출마가 잇따르고 있다.
22대 국회의원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출마설이 도는 검사 출신들은 5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고검장 출신 윤갑근 변호사(충북 청주상당), 박균택 변호사(광주 광산갑) 등을 필두로, 김경진 전 의원(서울 동대문을), 심재돈 변호사(인천 동구·미추홀갑),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충북 청주서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도 출마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검찰 출신만 따지면 22대 국회가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는 대목이다.
#'역대급 공천' 가능성
전국 지역구 253곳 가운데 현직 의원이거나 법조인이 주요 정당 지역구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례는 모두 69명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36명, 제1야당인 민주당 32명, 정의당 1명이다.
검사 출신이 21명으로, 판사 출신 13명에 비해 많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출마를 노리고 있는 이들이 더 많다. 앞서 거론한 이들 외에도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출신의 경대수 전 의원(사법연수원 11기)이 증평·진천·음성 지역구, 최기식 전 대구지검 1차장검사(27기)도 과천·의왕 지역구 국민의힘 위원장을 맡아 민심을 다지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들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창원지검 검사장 출신 유상범 의원(21기), 대검 공안부장 출신 정점식 의원(20기) 등이 대표적이다.
야당에서는 고검장 출신의 양부남 민주당 법률위원장이 2022년 10월 광주광역시 서구을 지역위원장 출마를 선언하며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고, 이재명 당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박균택 전 고검장 역시 출마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 재선 민주당 조응천 의원(18기)도 경기 남양주 갑에서 3선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검찰을 떠나 변호사 신분으로 각 정당에서 각자의 ‘입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사 출신 출마 후보자가 많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지역구 위원장을 맡아 국회 입성을 노리는 이들 외에 ‘낙하산 공천’을 받는 이들의 수까지 감안하면 ‘검찰 출신 공천 예비군 100명’이 진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캠프 때 법조인 출신 특보단만 100명이 넘었던 상황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검사 공천이라느니 어떠니 하는 시중 괴담은 근거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을 그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역대급 공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선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이미 국회에서 자리를 잡은 이들 가운데 검찰 출신인 이들은 아무래도 윤석열 대통령이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 보니 당내에서 핵심이 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며 “그러다 보니 검찰 출신들한테 ‘총선 생각 있냐’는 제안이 더 많이 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캠프에 몸담았던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실제로 국회로 가고자 하는 이들 중에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진짜 검사 출신 총선 예비군 규모는 본격적인 공천 시즌이 왔을 때 낙하산으로 몇 명이 꽂혀 오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칫 역풍이 불 수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27기)의 경우 ‘출마 가능성 낮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무위원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굳이 ‘총선’에 출마할 때 득이 없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남 등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에 출마할 경우 하느니만 못하고, 험지로 출마했다가 낙마하기라도 하면 잃는 것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장관을 잘 아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본인도 총선 얘기가 나오면 ‘법무부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거절하고 있다”며 “아직 정권 초인데 자칫 총선에서 패배하기라도 하면 잃을 게 더 많지 않냐. 당 입장도 있겠지만 본인은 법무부 장관 직을 더 우선할 것 같다”고 풀이했다.
법조계는 한동훈 장관보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32기)의 출마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공식석상은 물론, 비공식 석상에서도 “금감원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처음 금감원에 갈 때부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평이다.
이 밖에도 검사 출신 대통령실 3인방의 출마설도 제기된다. 주진우 법률비서관(31기), 이원모 인사비서관(37기),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28기) 등 ‘검사 출신 핵심 3인방’인데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입문 때부터 함께 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특히 부산에서 나고 자란 주진우 비서관은 부산 수영구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조계, 특히 현직 검사들 사이에서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 검사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검사 출신들이 옷을 벗고 나가 정치를 하는 것이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검찰 조직을 정치적이라고 문제 삼는 이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역풍’이 불까 걱정이 된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때 몸담았던 앞선 검찰 출신 변호사는 “몇 명이나 대통령실 입김으로 낙하산으로 총선에 내보내는지, 그 결과가 어떤지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며 “다만 어느 때보다 검찰 출신들 사이에서 ‘정치할 생각 있냐’는 얘기가 많이 돌고 있어 가장 많은 ‘검찰 출신’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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