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침대 “재고물량 조정 위해 초과근무 수당 변동” VS 시몬스 “임원 연봉 20% 자진 삭감”
반면 국내 침대업계 2위이자 에이스침대의 형제기업인 시몬스는 대표 및 16명의 임원 연봉을 20% 자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에이스침대와 이유는 같다.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상승 등에 대응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가구업계 모두 어려운 상황 속에서 두 형제기업의 위기대처 방식이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성호 대표는 안유수 에이스침대 창업자의 장남, 안정호 대표는 차남이다. 안유수 회장은 2001년 장남 안성호 대표에게는 에이스침대를, 차남 안정호 대표에게 시몬스를 물려주며 2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했다.
에이스침대가 직원 임금 삭감까지 강행한 데는 그만큼 절박한 상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1분기 실적이 꺾였다고 삭감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있다. 에이스침대의 매출은 지난해 10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하고, 올해 1분기 매출은 더 고꾸라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스침대 매출은 2021년 3463억 원, 2022년 3462억 원, 영업이익은 2021년 767억 원, 2022년 653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좋지 않다. 매출은 711억 원, 영업이익은 71억 원으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897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20.8%,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163억 원이었던 것보다 56.4% 줄었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경기침체 및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현상으로 인한 원재료·인건비· 임차비 상승 등의 대외적 원인이 영향을 미쳤다”며 “또 유통망을 프리미엄 체험형 매장 중심으로 재편 중이라 매장 수가 줄면서 일시적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매장 설립에 필요한 토지구입비‧건설비 등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1분기 실적발표 후 에이스침대가 곧장 전 직원의 초과근무 수당을 4개월(5~8월)간 깎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 한 달에 한 번 무급휴일도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 주 45시간 근무를 주 43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의 월 급여는 약 4.8% 줄어든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재고물량 조정 차원에서 탄력적 근무 시간제를 실시한다”며 “초과근무 수당만 변동된 것이고 기본급은 변화가 없기 때문에 임금 삭감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수령액은 분명 줄기 때문에 직원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통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은 기업의 긴축재정 상황에서 가장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는 것인데 이걸 건드린 것으로 봐서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면서도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고 직원 사기 면에서도 좋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건비를 줄여 불황을 극복하려는 것은 자본주의 4.0시대에 비난받을 만한 위기대처법”이라며 “호황일 때 임금을 올려주지 않으면서 불황이라고 인건비를 줄이려 하는 것은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원인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초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의 동생 안정호 시몬스 대표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16명의 임원이 자진해서 연봉을 20% 삭감해 주목을 받았다. 시몬스는 그러나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의 연봉은 전년 대비 5.9% 인상했다. 지난 설 명절 전 지난해 경영 성과급도 지급했다.
황용식 교수는 “형제라고 해도 다른 기업 문화와 경영철학 때문에 서로 다른 결정이 나온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임원 임금을 삭감하기로 한 시몬스의 결정은 대외적 신뢰도나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 데 손해 볼 게 없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MZ 트렌드에 맞게 마케팅‧홍보 전략을 변화시키고 체험형 매장을 늘리는 등 브랜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은 시몬스의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며 “직원들 마음을 잡고 꾸준히 지금처럼 마케팅 전략을 가지고 가면 위기를 극복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에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한 아버지를 둔 형제기업이라지만 사실상 최대주주 간 혈연관계 외에는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장남은 에이스침대, 차남은 시몬스 구도 아래 철저한 분리 경영이 20년 넘었고, 시장 내에서 끊임없이 경쟁하는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단 한 차례 양사가 힘을 합쳐 이탈리아 현지법인 ‘자나(Zana)'를 설립한 적이 있다. 두 회사가 5 대 5 비율로 출자해 합작법인을 만들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두 회사는 독립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두 회사의 가격을 둔 신경전도 있었다. 지난 1월 시몬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하며 에이스침대가 매트리스 및 프레인 가격을 최대 20% 인상한 사실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에이스는 즉각 반격했다. 시몬스는 2017년 말부터 6차례 가격을 인상했고 실제 제품 값은 65~87% 올랐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에이스침대는 두 차례 정도 가격을 30% 이상 인상했는데, 시몬스 인상률의 절반에 그친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종우 교수는 “그간 에이스침대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 주를 이뤘는데 이들은 이사를 가야만 침대를 바꾸는 수요층이라 한계가 있다”며 “MZ세대를 공략할 브랜딩과 마케팅 투자가 부족했던 것이 결국 재고물량을 쌓이게 했고 이런 사태까지 오게 한 것으로서, 신혼부부와 MZ세대를 공략할 브랜딩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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