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내가 자주 다니던 서점이 문을 닫았다. 서울, 그것도 강남 한복판의 대형서점이 문을 닫다니, 충격이었다. 중학교 1학년인 조카는 자신의 꿈의 공간이었는데, 그런 공간이 없어졌다고 많이 아쉬워했다.
몇 년 사이 서점이 정말 많이 사라졌다. 그 이유 중의 이유가 할인을 많이 해주는 인터넷 서점의 영향이란다. 사람들이 굳이 상대적으로 책값이 비싼 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강남의 그 서점이 사라진 것은 장사가 안 되어서가 아니었다. 그 서점은 언제나 줄을 서서 계산하던 곳이었다.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속상해서 종업원에게 물었다. 왜 문을 닫느냐고, 장사가 안됐냐고. 아니란다. 거기가 Y문고 매출 1위였단다. 계약기간 10년이 끝나자 건물주가 나가라고 했단다. 그리고 들어서는 것이 그 동네에서는 흔하디흔한 옷가게! 그 비싼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의 세상 인식, 문화적인 수준이 보였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아날로그 세대다. 인터넷이 적게는 10%, 많게는 30%까지 가격할인을 해주는 것을 알아도 책은 서점에 가서 이 책 저 책 보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그랬더니 한 친구가 자신은 서점에 가서 책을 보고, 필요한 책은 메모해와 인터넷으로 주문한다고 했다. 그러면 책값은 책값대로 싸고, 무겁게 들고 올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현명한 소비다. 그런 행태가 경제적인 지혜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대부분은 그냥 서점에서 제값을 주고 산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사람으로 마치 내가 세일되는 느낌이 들어 일단 내가 고른 책은 남의 책이라도 제값을 주고 사고 싶다. 물론 나도 책 동네에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많은 할인을 해주는 인터넷 서점을 이용할 것 같다. 싼 쪽으로 몰리는 것, 그것이 자본주의 시대 소비의 법칙이다.
그런데 그 때문에 지금 서점들이 붕괴되고 있다. 인터넷 서점들 때문에 서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책이 나와도 진열할 공간이 없고, 몇몇 베스트셀러를 제외하고는 책이 나와도 나온 줄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책의 운명이 풍전등화다. 그것은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인가, 아니면 회복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인가?
인터넷 서점에 정찰제를 시행하게 하면 어떨까? 길게 보면 인터넷 서점의 할인 경쟁이 독자를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면 오프라인 서점도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고, 할인해주는 것을 전제로 매겨지는 책값의 거품도 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나만 손해를 보고 비싸게 산다는 느낌 때문에 서점에 왔다 빈손으로 가는 독자들은 거의 없지 않을까.
수원대 교수 이주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