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키맨 중 유일하게 구속 상태로 재판…검찰 공세에 걸어잠그기 ‘돈 지키기 차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중심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있다. 화천대유가 개발사업 이익을 독식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가장 많은 배당금을 수령한 천화동인1호(현재 더스프링으로 개명) 자금 흐름이 대장동 의혹 쟁점이다. 천화동인1호 실소유주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김만배 씨는 대장동 사건 각종 의혹의 연결고리 중심부에 있다. 화천대유를 둘러싼 이익 독식 논란, 천화동인1호가 수령한 배당금 행방 미스터리, 대장동 개발사업 수익금 은닉 의혹까지 각종 이슈는 김 씨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란 평가다. 대장동 의혹은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서 불거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 지금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아킬레스건으로 불린다.
2021년 10월 14일 검찰이 청구한 김 씨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다. 법원은 “피의자 방어권 보장 필요성이 크고, 구속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바뀌었다. 2021년 11월 4일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면서 김 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21년 11월 22일 김 씨는 구속기소됐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였다.
김 씨는 1년 뒤인 2022년 11월 24일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됐다. 김 씨는 풀려났지만 그를 향한 검찰의 수사망은 계속됐다. 2022년 12월 13일 검찰은 ‘헬멧맨’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와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 겸 천화동인1호 대표를 김만배 재산은닉 조력 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법조계에선 “김만배 신병 재확보를 위한 검찰의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23년 1월 최 이사와 이 공동대표는 범죄수익 275억 원을 은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 씨에 대한 범죄은닉 혐의 수사도 속도를 냈다. 2023년 2월 18일 김 씨는 재구속됐다. 검찰은 2021년 10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김 씨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범죄수익 340억 원 상당을 수표로 인출해 차명 오피스텔과 대여금고 등에 은닉한 것으로 보고 수사했다. 3월 31일 김 씨는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4월 26일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 씨 보석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김상일 부장판사)은 “(대장동) 재판이 1년 넘게 진행되도록 아직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김 씨가 은닉한 자금이) 범죄수익인지 아닌지 1심 판결도 안 나온 상태에서 여기(범죄은닉혐의 재판)서 판단을 못한다는 것을 검사들도 인정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재판을 6개월 내에 끝낼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면서 “구속기간 만기로 석방이 되면 더 이상 영장을 발부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때 피고인 출석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위치 추적 전자발찌 착용을 전제로 보석을 검토할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5월 12일 재판부는 김 씨 보석청구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지난 공판에서 언급했던 보석 필요성 언급이 무색해지는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가 있다”면서 김 씨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대장동 의혹 관련 1심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범죄수익 은닉 혐의 관련 김 씨 구속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김 씨는 ‘대장동 키맨’들 중 유일하게 구속 상태를 유지 중이다. ‘개발사업 실무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구속 상태로 재판 중인 김 씨와 불구속 중인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는 “내가 지은 죗값만 받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1차 구속 상태에서 ‘옥중 지시’를 통해 주변인들에게 개발사업 수익 은닉을 지시했다는 의혹 중심에 섰다.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된 뒤인 2022년 12월엔 김 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도 있었다. 김 씨 주변인들 사이에선 검찰 수사와 관련해 김 씨가 자조적인 심경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원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씨 입이 열리고 있지 않은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돕는다는 차원보다는 본인이 대장동 개발사업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선이 더 많다”면서 “김 씨는 대장동 의혹이 정치적 게이트로 비화되는 것보다 자신의 수익을 지키는 데에 관심이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 1심 재판이 길어지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수익이 ‘범죄 수익’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검찰은 최우향 씨, 이한성 씨를 필두로 수사망을 좁히며 김 씨에 대해 범죄수익 은닉 혐의 등을 적용해 다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승부수를 던졌다”고 했다.
법조계 다른 관계자는 김 씨 재구속 국면과 관련해 “검찰 입장에선 대장동 1심 재판 결과를 최대 승부처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면서 “대장동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김 씨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상황으로 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천화동인 1호 등 핵심 이슈와 관련해 김 씨가 입을 여는 것과 열지 않는 것은 사건의 체급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그는 “사실상 ‘걸어 잠그기’ 모드에 돌입한 김만배 씨를 향해 검찰이 무차별적인 속공을 이어가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대장동 재판이 장기전으로 돌입한 가운데, 그 안에서 별개의 속도전이 펼쳐지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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