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보스 주성철은 제 기준 제일 나쁜 놈…처음부터 8편 시리즈 계획, 연출 욕심은 없어요”
“‘범죄도시2’ 스코어를 보고 저희 제작진들도 다 놀랐어요. 너무 충격적인 성적이라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냐, 팬데믹 중인데’ 하면서(웃음). 하지만 좋아할 겨를도 없었죠. 2편 제작이 끝나자마자 저희는 계속 대본 작업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바로 3편 회의를 계속하며 밤새고…. 그해 12월 31일 밤에도 회의하다가 서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했다니까요(웃음).”
‘범죄도시’ 시리즈는 ‘괴물 형사 마석도의 나쁜 놈 쓸어버리기’가 사실상 스토리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통쾌한 단순함이 단숨에 액션 팬들을 사로잡았다. 전작보다 더 나쁜 놈이 등장해도 언제든지 펀치 한 방으로 날려버릴 마석도(마동석 분)의 액션이 편수를 거듭해가며 얼마나 진화할 수 있을지가 관객들의 변함 없는 기대 지점이다.
그런 만큼 1, 2편과 달리 시리즈 최초의 ‘투 톱 빌런’을 들고나온 ‘범죄도시3’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이번에 마석도의 주먹맛을 볼 상대는 일본 야쿠자 조직의 암살자이자 해결사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분)와 마석도가 쫓는 마약 사건의 실제 배후로 지목된 또 다른 빌런 주성철(이준혁 분)이다. 두 빌런의 확연히 대비되는 부분에 대해 마동석은 “명령에 충실히 따르는 악인과 스스로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악인”이라고 설명했다.
“누군가는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악인을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훨씬 더 무서운 사람들이 바로 머리를 쓰면서 전략적으로 폭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주성철이고요. 제 기준으론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제일 나쁜 놈이 주성철이에요(웃음). 어떤 분들은 ‘한 명의 더 센 사람을 만들지 왜 두 명으로 악역을 나누냐’라고 했는데 영화는 결국 평면이 아니라 입체니까요. 주성철은 최종 빌런이고 중간에 복병처럼 변수가 나타나는 것으로 설정해서 이렇게 빌런이 두 명이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전작에 비해 이런 변화가 없다면 관객들이 지루해할 테니까요.”
일본인 악역 캐릭터의 등장도 ‘범죄도시3’에서 최초로 이뤄진 변화다. 악역 배우를 캐스팅할 때 제일 먼저 ‘새로운 얼굴일 것’에 중점을 둔다는 마동석은 리키 역 배우를 고를 때도 최대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캐스팅된 아오키 무네타카는 우리나라에선 영화 ‘바람의 검심’(2012)의 사가라 사노스케 역으로 기억되는 배우다. 마동석 역시 이 작품을 보자마자 그가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를 모조리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아오키 씨가) 출연했으면 좋겠다고 판단은 했지만 제가 이 시리즈의 제작자 입장이더라도 한편으론 같은 배우 입장이기도 하잖아요? 배우가 배우를 판단하는 느낌을 주고 싶진 않더라고요, 쑥스러워서(웃음). 그래서 이상용 감독님께 ‘따로 한 번 두 분이 미팅을 했으면 좋겠다’해서 자리를 마련했는데, 주변 일본 관계자나 프로듀서들도 아오키 씨를 보고 ‘정말 사람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저는 그런 부분도 배우에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장은 어차피 항상 힘들어서, 할 거면 좋은 사람들과 해야 좋으니까요. 그 친구가 저를 만나면 ‘동석이 형’ 하면서 한국말로 불러주기도 했어요(웃음). 그렇게 빨리 친해지니까 액션도 같이 재미있게 할 수 있었죠.”
한국어가 서투른 아오키에게도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들어내는 마동석의 무자비한(?) 애드리브가 여전했다는 뒷이야기도 있었다. 빌런과 일대일 대치 상황에서 나오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 마석도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개그 대사가 리키와의 결투 신에서도 터졌다는 것이다. 리키의 “다마레(黙れ‧닥쳐)”라는 대사에 “다 말했잖아”라고 대꾸하는 신인데, 당시 아오키는 대본에 없던 이 말장난을 만들어낸 마동석을 굉장히 신기해했다고 한다. 그 말에 마동석은 “이게 다 공부해서 나오는 애드리브”라며 우쭐해했다.
“그 상황에 들어갈 수 있는 일본어 대사 중에 한국말처럼 들리는 걸 찾아보는데 딱 그게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공부를 해야지 애드리브도 나올 수 있는 겁니다(웃음). 석도의 일본어 대사 중에 또 ‘아가리또 고자이마스’가 있는데 그건 남들 다 웃을 때 안 웃다가 이상한 부분에서 웃는 사람들을 위한 대사예요. 저희가 애드리브를 생각하면서 이 대사는 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는데, 최종적으로 들어가 있는 대사엔 그걸 넣어 놓은 이유가 다 있습니다. 80%가 웃을 때 안 웃는 20%가 웃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자, 그런 배려죠(웃음).”
마동석이 보여줄 마석도의 ‘원펀치 액션’은 앞으로 5번 더 남아있다. 처음부터 8편을 계획하고 시리즈를 만들어 나갔다는 그는 이미 마지막 시놉시스까지 다 완성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특히 내년 개봉을 앞둔 ‘범죄도시4’는 관계자들의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엄청난 호평을 들은 데다 마동석이 직접 “이제까지의 ‘범죄도시’와는 영화 톤이 완전히 다르다”고 자신할 만큼 완벽한 후속작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직접 작품 제작에 참여하는 만큼 연출에도 욕심이 나진 않을까 싶었지만, 그런 질문에 마동석은 “전혀 관심 없다”며 잘라냈다.
“글을 쓰는 건 20년 전부터 노트에 써놨던 작품들이 계속 늘어나다 보니 그렇게 된 거고 사실 제작이나 이런 부분도 동료들과 함께 분담하는 식이에요. 저는 전체적인 프로듀싱, 크리에이티브 업무나 작품 기획 쪽에 전념할 뿐이지 연출이나 감독 이런 것엔 애초에 관심 자체가 없어요. 그럴 생각도 없고요. 그런 걸 잘하시는 분들을 추천하고 또 맡기는 식이죠. 제가 그렇게 (제작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 역시 보람찰 것 같아요.”
좋은 연출진과 배우 발굴에 누구보다 열정적인 마동석은 그런 마음가짐을 더욱 굳히게 된 계기가 할리우드 진출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이터널스’(2021)로 ‘부산행’(2016)에 이어 다시 한 번 해외의 주목을 받으며 현지에서 직접 K콘텐츠에 대한 인기와 관심을 경험할 수 있었지만, 정작 한국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데 의문을 가졌다는 것이다. 해외에 어느 정도 알려진 자신을 이용해서라도 더 많은 한국의 감독, 작가, 배우들의 무대가 넓어질 수 있다면 몸을 사리지 않겠다는 게 마동석의 이야기다.
“제 꿈은 한국 배우들과 함께 글로벌한 작품을 찍어서 K콘텐츠가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한국의 좋은 콘텐츠가 많이 나와서 세계의 이목을 더 많이 받게 된다면 다른 작품들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범죄도시’도 한국 콘텐츠의 힘 덕에 외국에 많이 팔린 것도 있지만, 제가 ‘이터널스’에 출연했다는 이유도 판매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국경을 딱 갈라서 이건 우리 영화, 저건 쟤네 영화 이렇게 나눠서 볼 게 아니라 우리도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요. 그렇게 된다면 한국 콘텐츠는 지금도 메인 스트림이지만 앞으로 더 ‘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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