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그러들지 않는 김기현 지도부 리더십 논란…대통령 지지율 답보 시 이준석 유승민 등 원심력 강해질 수도
#여전히 흔들리는 지도부
임기 초반 다소 흔들렸지만 김기현 대표 리더십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당 안팎 분석도 나오긴 한다. 국민의힘이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을 2년 연속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대거 참석시키고, 김기현 대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는 등 통합 행보에 나선 것을 두고 리더십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 대표가 자신을 비판해온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전격 해촉하는 강수를 두는가 하면, 각종 설화 당사자인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 중징계가 내려진 징계 국면을 마무리한 것도 리더십 회복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5월 25일 김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밥을 먹자는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얘기까지 기자들에게 꺼내놨는데, 이 역시 당 대표로서의 독자적 리더십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김기현 대표 체제에 대한 당 내부 신뢰도는 높지 않다는 게 적잖은 의원들의 한목소리다. 온갖 추문에 휩싸인 민주당을 향해 총공세를 펴야 하지만 그런 모습이 표시가 안 난다는 점을 보면 지도부 권위를 개별 의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최근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이에 응수하는 목소리까지 크게 나오는 것만 봐도 지도부의 강한 리더십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방증으로 지적된다. 각종 설화로 5월 10일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은 김재원 최고위원과 안철수 의원은 5월 25일 간접 설전을 벌였다.
안철수 의원은 5월 25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당원권 정지는) 일종의 자숙기라는 의미고 무소속 의원처럼 마음대로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김 최고위원을 저격했다. 김 최고위원이 경기도와 대구 등지에서 지지자들과 연이어 만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안 의원은 “당원권 정지는 당원으로서 어떤 활동도 못 하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 자숙하고 그런 모습들을 보여야 본인의 미래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지된 당원권 내용은 당원으로서의 피선거권이 제한되고 당의 의사결정이나 조직 활동에 참여할 수 없으며, 공직 후보자로 추천받을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개인적인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정치활동에는 별다른 제한이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의미인지요”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안 의원이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이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부터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을 비꼬아 안 의원을 역공한 것으로 읽힌다.
안 의원은 앞서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이 들으라는 듯 공격성 발언도 서슴없이 날렸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안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하고 안 의원 본인은 험지에 출마한다는 설 등과 관련, “현역 의원이 지역구를 함부로 옮기는 것은 지역 주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자신의 지역구 사수 의지를 명확히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야당에 대해 국민들이 크게 분노하는 초대형 사건이 터졌는데 진상 규명에 총력을 쏟아야 할 여당 내부에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라며 “(김기현) 지도부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국민들은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총선 필승조 어쩌나
여당 내부에서는 전국적 지명도를 갖춘 인물들을 동원해 총선 필승조를 만드는가 하면, 민주당의 다선 의원들 지역구에 보내는 저격조 편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과거 공천 과정에서 검증했던 사람들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명망 있는 인물들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이나 대통령실 참모로 일하는 인사들도 당연히 차출 대상 목록에 올라와 있다. 현 내각에서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영순위 그룹으로 오르내린다.
그런데 야당의 오류를 지적하고 질타하는 능력을 감안해볼 때, 현재 여당 구성원들보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 일부 장관들이 더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더욱이 국민들에게 다가설 만한 정책 개발과 설명 과정에서 현 내각의 이른바 '스타 장관'보다 더 나은 인물을 찾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이 의견을 떠받쳐주고 있다.
만약 이러한 인식이 확산된다면 인사를 통해 현 내각 구성원들을 빼내기가 어려워지고 총선 필승조나 저격조 인재 풀이 좁아지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각을 앞세워 국정 성과를 도출, 간접적 영향을 통해 총선 표심에 호소하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여당 내부에서 총선 간판은 물론, 당대표로까지 여러 차례 거론돼온 한동훈 장관의 출마가 막힐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한 장관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판 등판이 확실시되는 것으로 거론돼왔다.
정치판을 오래 봐오면서 수많은 정치인들을 만나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2022년 12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자가 “정치권에서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가장 스타가 됐던, 핫했던 사람을 꼽는다면 누구냐”고 묻자 “언론의 반응으로 볼 때 한동훈 법무부 장관 아닌가”라며 한 장관이 단연 돋보였다고 높게 평가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4월 11일 같은 방송에 나와서는 한 장관을 두고 “꼭 장관만 하라는 법 있느냐. 국무총리 하면 안 되냐”고 말했다. “행정부에서 조금 더 경험을 쌓고 정치를 해도 늦지 않는다”며 국무총리로 한 장관이 손색 없음을 밝힌 윤 전 장관은 “국무총리를 하면 국정의 전반을 익히게 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여당이 다소 약한 모습을 보여도 정부가 국정 성과만 낸다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내각 요원들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윤 전 장관의 언급처럼 한 장관이 내각에 남아 더 큰 직책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최근 상승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이러한 전략을 선택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대통령 중심제는 대통령과 여당이 따로 분리돼 갈 수 없는 구조이고 지지율이 동조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하면 국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이 부분에 인적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이 필승 전략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이 거부권 사용 빈도를 높이면서 거대 야당을 대통령이 직접 상대하는 정국 구도 속에서는 대통령의 성과 지표인 내각 진용의 능력 발휘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헤어질 결심, 과연
이준석 전 대표 등 비주류와 여당 및 보수 지지층이 화합하지 못하는 장면이 자꾸만 나오는 것도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의 큰 걱정거리다. 5월 25일에는 이 전 대표가 졸업한 미국 하버드대 학력 위조 논란이 나오기도 했고,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10억 내기라도 하자”고 맞받았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성적표, 졸업증명서, 졸업생 사이트 접속 인증까지 수사기관에서 다 해서 결론 냈던 사안”이라며 “해당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들은 이미 싸그리 고소해 놨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른 게시물을 통해 대학 성적증명서를 공유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사람들은 유튜버가 아니더라도 싹 책임을 물리겠다”고 발끈했다.
앞서 차명진 전 의원은 개인 유튜브 채널에 ‘이준석의 학력 위조 논란, 해명은 왜 못하나?’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밖에도 일부 보수 유튜버 등이 이 전 대표가 학력을 위조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내년 총선을 위해서는 이 전 대표를 품고 함께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긴 하지만 실제 모습은 다르다. 이 전 대표 스스로도 당 주류를 향해 공격성 발언을 하지만 이 전 대표를 향한 여권 지지층 내부의 공세 역시 강하고 이 전 대표는 여기에 저항하는 구도가 악순환 형태로 자꾸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5월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일부 몰지각한 구성원으로 당이 흔들려 안타깝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출신인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5월 22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 전 대표는 이미 ‘공천 안 주면 자기 길 가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면서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신당 창당의 전제 조건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꼽으면서 “지지율이 답보 상태로 30~40%를 못 넘어가는 상황이 되면 행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조 대표는 “눈여겨봐야 될 부분은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이런 분들의 모습”이라고 언급, 원심력이 의외로 강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도 적잖은 원심력이 이미 나타나고 있어 제1야당의 균열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경우, 여당 내부에서도 헤어질 결심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내년 총선이 다당 구도로 치러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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