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연합뉴스 |
“내딸만은 안 된다.” 현재 대부분의 미 언론들은 홈즈가 이혼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로 딸에 대한 모성애를 지목하고 있다. 딸 수리만큼은 사이언톨로지의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용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크루즈와 만나면서 천주교에서 사이언톨로지로 개종해야 했던 홈즈는 남편이 딸에게까지 사이언톨로지를 강요하는 데 대해 심한 거부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부부 사이에는 늘 말다툼이 끊이지 않았으며, 지난 2009년 홈즈는 보란 듯이 수리를 천주교 단체가 운영하는 유치원에 보내 크루즈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수리가 여섯 살이 되면서 시작됐다. 수리가 정식 교육을 받기 시작할 나이가 되자 마침내 갈등이 폭발하고 만 것이다. 크루즈는 평소 수리가 사이언톨로지 신도들의 자녀가 들어가는 ‘씨 오거너제이션’이라는 단체에 입소하길 원했다. ‘씨 오거너제이션’은 1968년 사이언톨로지 창시자인 론 허바드가 세운 학교로 엄격한 규율과 통제 때문에 종종 ‘신병 훈련소’라고 불리는 곳이다.
▲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골드베이스 센터. 이곳에서 강도 높은 교리 과정이 이뤄진다. |
이 학교의 기이한 점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이곳에 입교한 학생들은 반드시 ‘10억 년 서약’이라는 일종의 맹세를 해야 한다. 이는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영원한 복종을 뜻하며, 거의 모든 사이언톨로지 신도들이 이 맹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처음 입교하는 신도들은 어른이건 아이건 반드시 ‘이미터(e-meter)’라는 탐지기로 검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 거짓말 탐지기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는 이 기계는 몸속의 전류를 측정하는 동시에 99개의 질문에 답을 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내면의 비밀을 교단 관계자에게 숨김없이 털어놓도록 하고 있다. 가령 ‘6~12세용 어린이 안전 검사’라고 명명된 질문들 가운데는 ‘누군가 미쳤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부모가 창피했던 적이 있는가?’ ‘누군가를 염탐한 적이 있는가?’ 등 다소 괴이한 것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러니 홈즈로선 딸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한 일.
이밖에 홈즈가 이혼을 결심한 배경에는 자신 역시 사이언톨로지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일부 작용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크루즈와 데이트를 시작한 직후부터 사이언톨로지 관계자들로부터 간섭과 감시를 받았던 홈즈에게 결혼 생활은 창살 없는 감옥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 톰 크루즈, 케이티 홈즈 부부와 딸 수리. |
크루즈와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홈즈의 곁에는 사이언톨로지 안내인 겸 비서인 제시카 로드리게즈라는 여성이 24시간 달라붙었다. 홈즈가 어디를 가든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던 그녀는 심지어 홈즈가 언론 인터뷰를 할 때에도 곁에서 일일이 질문에 대한 답안을 제시했으며, 혹시 사전에 없었던 질문을 받을 경우에는 답을 하지 말 것을 지시하곤 했다.
또한 홈즈는 딸 수리를 출산할 때에도 사이언톨로지 교리에 따라 ‘침묵의 출산’을 하도록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침묵의 출산’이란 아기가 조용한 환경에서 태어나도록 산모로 하여금 비명을 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2006년 둘의 결혼식은 사이언톨로지 교리에 따라 치러졌으며, 크루즈의 절친이자 사이언톨로지 지도자인 데이비드 미스캐비지(52)가 신랑 들러리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언톨로지는 부부의 결혼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홈즈는 광적인 사이언톨로지 신도들인 시어머니와 시누이와 함께 생활해야 했으며, 신혼집은 매일 같이 드나드는 신도들로 북적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홈즈의 인내심에도 한계는 있었다. 2007년 홈즈는 로드리게즈를 해고했으며, 이듬해에는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집에서 쫓아내 버렸다. 당시 홈즈가 이런 행동을 한 배경에 대해서는 그녀가 사이언톨로지 교단 측으로부터 캘리포니아의 ‘골드 베이스 센터’ 내에 위치한 사이언톨로지 신도 훈련소에 입소할 것을 강요받자 반항의 의미로 위와 같은 행동을 저질렀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사이언톨로지로부터 받는 감시는 이혼을 발표한 직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현재 홈즈가 딸과 함께 머물고 있는 뉴욕의 아파트 주변에는 정체 모를 차량 두 대가 상시 주차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수상한 남성들이 앉아서 홈즈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홈즈는 “파파라치가 아니라 사이언톨로지 관계자들”이라며 뉴욕 경찰에 신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즈가 비밀리에 이혼 소송을 준비한 배경에도 역시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사람들은 풀이하고 있다. 사이언톨로지 관계자들이 이혼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언론 통제는 물론이요, 협박과 회유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래 전부터 비밀리에 준비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홈즈가 법원에 제출한 이혼 소송장을 봤다고 말한 한 목격자는 “소송장에는 ‘결혼생활은 6개월 전 이미 파탄났다’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사이언톨로지 교단 측은 이런 홈즈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는 상태지만 현재로선 홈즈의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때 사이언톨로지를 믿었다가 탈퇴한 사람들이 하나둘 비슷한 경험담을 털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13년 동안 사이언톨로지 교단 소속의 안전요원을 지냈던 게리 모어헤드는 “나는 사이언톨로지 신도들 100여 명을 미행한 적이 있다”고 말했는가 하면, 플라시도 도밍고의 며느리였던 샘 도밍고는 “3년 전 사이언톨로지에서 탈퇴한 후 악몽이 시작됐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녀는 “그들은 무자비하다. 가정 파괴를 서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이혼 후 교단 측은 전 남편에게 나와 완전히 절교할 것을 지시했다. 나는 현재 내 세 아들을 변호사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크루즈와 미스캐비지의 묘한 관계 역시 홈즈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부부 사이에는 늘 미스캐비지가 끼어 있었으며, 크루즈는 때때로 가족보다 사이언톨로지를 더 중시하면서 홈즈의 불만을 사곤 했다.
절친인 미스캐비지와 크루즈는 단신에 아담한 체구가 비슷하며, 심지어 신혼여행도 함께 떠났을 정도로 각별한 우정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크루즈는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미스캐비지를 찾아가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2006년 페넬로페 크루즈와 헤어진 직후 상심에 빠졌던 크루즈는 매일 같이 미스캐비지에게 전화를 걸어 “신부감을 구해달라”고 졸라대기도 했다.
전 부인이었던 키드먼 역시 과거 미스캐비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으며, 크루즈에게 그를 멀리할 것을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크루즈는 키드먼과 결혼했던 11년 동안 잠시나마 사이언톨로지를 멀리하기도 했었다.
사이언톨로지 교단을 통한 감시 외에도 홈즈는 크루즈로부터도 모든 행동을 일일이 통제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출연이나 행사 참석 여부는 물론, 의상 선택이나 만나는 친구까지 모두 크루즈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홈즈는 크루즈의 허락을 받지 못한 영화에는 출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작품 선택에 제약을 받았으며, 이런 이유에서 키드먼이 ‘미세스 크루즈’라는 타이틀 덕분에 할리우드에서 성공했던 것과 달리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밖에도 크루즈는 홈즈에게 절대로 피부를 까맣게 태우지 말 것을 명령했는가 하면, 한때 이름을 ‘케이티(Katie)’에서 ‘케이트(Kate)’라고 개명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세기의 이혼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이혼 소송을 통해 홈즈는 얼마의 위자료를 받게 될까. 현재 딸에 대한 단독 양육권을 신청해놓은 홈즈는 위자료와 함께 막대한 금액의 양육비를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 100인’ 가운데 9위에 이름을 올린 크루즈는 지난해에만 무려 7500만 달러(약 850억 원)를 벌어들이면서 ‘할리우드 최고 수입을 올린 배우’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현재 보유한 자산은 2억 5000만 달러(약 28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공개된 결혼 전 작성한 100쪽에 달하는 혼전계약서에 따르면 홈즈가 받을 수 있는 위자료는 1년에 300만 달러(약 34억 원)씩 총 1500만 달러(약 170억 원)며, 이와 더불어 시가 3500만 달러(약 390억 원) 상당의 베벌리힐스 맨션 한 채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혼전계약서에는 만일 홈즈가 결혼생활을 11년 이상 유지했을 경우 크루즈의 재산 가운데 절반을 받을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었다.
한편 이로써 세 번째 이혼을 하게 된 크루즈는 공교롭게도 부인들이 모두 33세가 될 때 이혼을 하면서 ‘33의 저주’라는 오명 또한 안게 됐다. 첫 번째 부인이자 처음 크루즈를 사이언톨로지로 인도했던 미미 로저스가 그랬으며, 두 번째 부인이었던 키드먼 역시 33세 때 크루즈와 이혼 도장을 찍은 바 있다. 홈즈 역시 올해 나이 33세란 점을 생각하면 ‘33의 저주’가 놀랍다 못해 기이하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