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테스트 후 ‘실망’ 평가에 주가 하락까지…“결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NC 사면초가 놓여
NC의 지난 5월 23일 종가는 38만 8500원이었다. NC가 TL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지난 5월 24일부터 주가 하락이 시작됐다. 현재 NC의 주가는 30만 원 수준. NC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TL이 공개되자마자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섰다. 김택진 NC 대표는 TL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분기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TL은 정식 출시도 하기 전에 차가운 시장 반응에 직면했다.
#NC의 역작 TL을 둘러싼 우려
TL은 쓰론 앤 리버티라는 현재의 이름보다 ‘더 리니지’라는 옛 명칭으로 더 유명하다. TL의 공식적인 개발은 2017년 시작됐지만 사실 TL의 전신은 ‘리니지 이터널’이다. NC는 2011년 리니지 이터널 개발을 시작했다가 2017년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따라서 NC는 TL 개발에 사실상 12년을 투자한 셈이다.
TL의 개발 기간이 길어지며 게임 콘셉트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TL은 당초 리니지 시리즈로 개발되다가 신규 IP로 전환됐다. NC의 리니지 일변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목표였다. 리니지는 내수용이라는 한계점이 있었기 때문에 신규 IP로 북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김택진 대표는 글로벌 공략을 숙원으로 삼아왔다. 김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주주총회에서 AAA(초대형)급 게임으로 ‘글로벌 진출’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김 대표가 직접 개발한 TL은 글로벌 진출에 대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김 대표도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TL은 NC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TL이 리니지 세계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리니지의 뽑기 위주 페이투윈(Pay 2 Win·돈을 지불하는 만큼 강해지는 시스템)과 무제한 PvP(플레이어 간 대결) 구도를 배제했다. 리니지 시리즈는 게이머 간 경쟁을 유도하고, 돈을 쓰면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에 설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둬왔다. 리니지의 매출 공식이 불패신화를 쓰며 국내에서는 ‘리니지 라이크’라 불리는 수많은 유사 게임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베타 테스트를 접한 게이머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리니지와 다른 세계관을 지녔지만 중세 판타지 배경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른 점을 느낄 수 없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도 리니지와의 유사성이 보인다는 평가다. 기존 모바일 리니지2M, 리니지W를 연상시키는 UX(사용자경험)에 모바일 MMORPG 특유의 자동전투도 여전해 액션성과 타격감 등이 색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해외 대작 PC·콘솔 MMORPG라기보다는 ‘또 다른 리니지’에 가깝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리니지의 BM(비즈니스 모델)은 게임에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는 특정 사용자층에게는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왔지만 그 외 게이머들에게는 냉소를 받아 NC 게임 사용자층을 제한하는 족쇄이기도 했다”며 “리니지식 BM을 버린 TL이 게임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실패한다면 NC로서는 대안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TL 실패하면 NC는 사면초가
NC는 당초 2분기에 TL을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현재는 3분기로 출시 시점을 미룬 상태다. 블리자드가 오는 6월 6일 글로벌 대작 디아블로4 출시를 앞두고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뒷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TL을 3분기에 출시한다면) 디아블로4와의 경쟁을 피할 수 있다”며 “TL은 서구권 MMORPG 유저를 흡수하고자 하므로 디아블로4와 출시 일자가 겹친다면 초기 마케팅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TL이 디아블로4의 경쟁상대라 말하기도 민망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TL이 흥행에 실패하면 NC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릴 전망이다. NC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7903억 원에서 올해 1분기 4788억 원으로 39.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42억 원에서 816억 원으로 66.6% 줄었다. 이는 리니지 시리즈 최신작인 ‘리니지W’의 매출 급감 여파인 것으로 분석된다. 리니지W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225억 원에 불과했다. 리니지W의 지난해 1분기 매출 3732억 원에 비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올해 1분기 가장 큰 매출을 올린 NC의 게임은 2017년 출시된 리니지M(1301억 원)이다. 후속작들이 기존작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쟁사들이 대작을 발매하면서 리니지 위상도 위협받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에서는 리니지 시리즈가 1~3위를 나란히 차지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1위는 위메이드의 ‘나이트크로우’다.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이나 ‘아키에이지 워’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오딘과 아키에이지 워는 소위 ‘리니지 라이크’ 게임으로 평가 받는다. 리니지 유사 게임들이 매출 상위를 차지하면서 NC의 ‘갑질 운영’에 질린 게이머들이 이탈했다는 분석이 따른다.
NC는 올해 들어 ‘게임업계 유일의 친족경영 기업’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올해 초 NC 주주총회에서 김택진 대표의 부인 윤송이 NC웨스트 사장과 동생 김택헌 NC 수석부사장의 경영 참여를 비판했다. 윤 사장이 7년간 이끈 NC웨스트의 적자가 누적됐고, 김 수석부사장은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김 대표가 “여기는 망상을 떠드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해 논란이 됐다.
게임업계 다른 관계자는 “윤 사장은 인공지능(AI) 사업을 이끌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고, 김 수석부사장은 일명 ‘TH 라인’을 형성해 리니지 외 게임 제작을 막아섰다는 내부 비판이 있다”며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등 타 대형 게임사가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점을 떠올리자면 NC의 친족경영이 현재 겪는 ‘유연하지 못한 리니지 일변도의 조직문화’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일견 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NC는 TL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게임의 근본적인 방향성부터 콘텐츠의 작은 디테일까지 다양한 지점에서 우리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며 “테스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이 기회를 빌어 한층 성장하는 NC가 되겠다. 여러분의 피드백은 NC가 앞으로 더 나은 방향을 찾는 데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일요신문은 NC에 친족경영과 관련해서도 질의했지만 NC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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