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의심 받는데다 여론도 엇갈려…경찰제도발전위 또 결론 못 내고 임기 무기한 연장
#12차 회의서도 결론 못 낸 경찰제도발전위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당초 예고한 5월 23일 12차 회의에서도 경찰대 존폐 여부를 결론짓지 못했다. 위원회 종료 의결시까지로 임기를 다시 연장한 것. 2022년 9월 출범한 경찰제도발전위는 올해 3월까지 6개월 운영할 방침이었으나 3월에도 경찰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임기를 3개월 연장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논의를 매듭짓지 못하며 사실상 장기전에 돌입했다.
경찰대 폐지론의 표면상 화두는 '불공정'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정치권에서 '졸업과 동시에 경위로 임용되는 게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의가 활발해졌다. 경찰대 출신들이 주요 보직을 독차지한다는 문제의식도 오래 전부터 보편적으로 확산된 까닭에 여론의 지지가 어느 정도 뒷받침됐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등 검찰 출신이 정치권력을 쥔 점에 견줘 경찰 견제가 진짜 목적이라는 분석도 꾸준하다. 특히 경찰대가 돌연 개혁 대상으로 떠오른 시점은 류삼영 총경이 2022년 7월 주도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 등 일선 경찰들의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반대가 한창인 때였다. 이 장관은 이를 '쿠데타'로 규정하며 경찰대 출신을 배후로 지목했다.
결국 경찰제도발전위가 출범해 경찰대 개혁의 돛을 올렸으나 논의는 순탄치 않다. 민간위원 10명, 부처위원 5명 총 15명이 토론을 이어가는데 거듭 이견만 확인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초반에는 폐지와 존치 둘 중 하나를 택하는 식으로 토론이 전개됐지만 이제는 어느 쪽을 택해도 '불공정' 논란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크다.
먼저 폐지의 경우 '졸업 후 경위 임용'이 불공정하다는 논리만으로는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나와도 소위로 임관하는데 경찰대만 문제로 꼬집기는 어렵다는 등의 이유다. 또 대안 없이 폐지하게 되면 엘리트 경찰 육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현실적 문제도 반대 목소리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새롭게 떠오른 대안이 존치는 하되 졸업한 뒤 경위 임용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방법론이 복잡하다. 현재 경찰간부후보생 시험이 경위 임용시험이다. 경찰대 졸업생이 해당 시험을 같이 치를지, 별도의 시험을 볼지가 고민거리다. 같이 본다면 경찰대 입학 동기가 사라진다. 그렇다고 시험을 따로 치르면 불공정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
최근에는 현직자를 대상으로 한 수사 전문 교육기관 개편까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그렇지만 이 또한 쉽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도 경찰은 수사 보직을 맡으려면 경과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등 일정한 문턱을 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경찰인재개발원 및 경찰수사연구원 등이 이미 수사 전문 교육기관의 기능을 하고 있다.
아예 수사 전문 경찰을 꿈꾸는 학생들을 모집해 육성하는 방안도 소수 아이디어로 나왔지만 실현 가능성은 적다. 약 13만 명 규모 조직인 경찰은 내부 행정 관리도 중요한 데다 집회·시위 관리, 시설 경호, 교통, 정보 수집 등 여러 역할을 한다. 이런 환경에서 수사만 전담토록 해 보직 이동 경로를 막는 건 현실을 외면한 조치란 비판이다.
#"난데없이 적폐라니"vs"논란 반복, 폐교가 답"
경찰대 존폐 논의가 이처럼 복잡하게 전개되며 여론의 향방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대 산학협력단의 '경찰대학의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38명(44.8%)이 경찰대 폐지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폐지에 찬성하는 220명(18.3%)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반면 토마토그룹 여론조사 애플리케이션 '서치통'이 5월 25~29일 시민 44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64.3%가 경찰대 폐지에 찬성했다고 나왔다. '해외에 경찰대학을 운영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답변이 33.1%로 가장 많았고, 국가 예산 낭비(30.5%)와 고위직 독점 및 파벌 형성(15.8%) 순으로 전해졌다.
경찰 내부 반응도 엇갈린다. 경찰대 존치를 주장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한 간부는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의 수사 범위가 넓어진 데다 범죄 수법은 고도화하고 있어 엘리트 경찰 육성은 꼭 필요하다"며 "지금도 가뜩이나 마약 및 보이스피싱의 총책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둘을 융합하는 범죄마저 잇따르는 실태"라고 강조했다.
다른 지방청 소속의 한 경찰대 출신 간부는 "파벌 형성이란 측면만 놓고 보면, 속된 말로 경찰대뿐 아니라 경찰간부후보생, 101단(대통령실 경비) 등 출신들도 저마다 똘똘 뭉쳐 도움을 주고받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경찰대 나왔다고 진급이 보장되지도 않는데 난데없이 적폐로 낙인 찍혀 황당하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폐지하자는 의견도 물론 있다. 서울청 소속의 또 다른 경찰대 출신은 "폐지 논의가 본격화하기 훨씬 전부터 경찰대 특권 의식 등은 자주 비판 받아왔다"며 "경찰대 출신 총경 및 경무관 승진 비율도 감소 추세인데, 역차별이란 불만도 은연중 있는 만큼 지겨운 논란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결국 폐교가 답"이라고 냉소적 태도를 내비쳤다.
경찰제도발전위는 임기를 '무기한' 연장한 상태다. 이곳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쪽도 있기야 하지만, 기왕 논의를 시작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개편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늦어도 올해를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여러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으나 현재로선 졸업자 별도 시험 실시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모델의 학사 과정 폐지가 주로 논의된다고 알려졌다. 전액장학금 등 국가 예산을 투입한 경찰대 졸업생들이 로스쿨로 이탈하는 현상도 중요한 개선 사항으로 부각돼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경찰제도발전위는 현장경찰 역량강화 방안, 자치경찰 이원화 방안, 국가경찰위원회 개편 방안,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 지휘 감독체계 보완 방안, 경찰대학 개편 방안 등에 대한 토론도 이어갈 방침이다. 이 가운데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 감독체계 관련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을 명시하는 게 핵심인데 이는 입법이 필요한 사항이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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