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트라이 공장 정보기관 관계자들 사이 ‘핫플’…쌍방울과 정치권 연결고리 밝혀내는 실마리 될지 주목
2017년 7월 쌍방울 중국 현지 공장에서 포착된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함께 중국 지린성 훈춘 소재 쌍방울 방직공장을 방문한 모습이었다. 이 사진은 5월 26일 동아일보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당시 이 전 대표는 국회의원 신분이었고,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이 전 부지사는 정치권에선 이해찬계로 분류되는 정치인이었다. 이 전 대표 보좌관을 지낸 뒤에도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왔다. 쌍방울 방직공장 방문은 ‘2017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중국 워크숍’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2008년 이화영 전 부지사가 만든 사단법인으로, 지금은 이해찬 전 대표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쌍방울 훈춘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쌍방울 사외이사가 만든 사단법인 워크숍에 여당 의원인 이해찬 전 대표가 참석한 모양새였다. 쌍방울 훈춘 공장은 ‘이해찬 의원님 훈춘TRY 공장방문 환영, 길림트라이 직원 일동’이라는 현수막을 걸며 이 전 대표를 맞았다.
이해찬 전 대표와 이화영 전 부지사가 쌍방울 훈춘 공장을 방문한 1년 뒤 둘의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이해찬 전 대표는 2018년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당권을 잡았다. 문재인 정부 2년차 당대표로서 여권의 최고 실력자로 평가받았다.
이 전 대표가 당권을 잡기 한 달 전인 2018년 7월 이화영 전 부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도지사로 재임 중이던 경기도에 합류했다. 이때 그에게 주어진 직책이 경기도 평화부지사였다. 정치권 일각에선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중심축인 이화영 전 부지사가 경기도에 합류하면서 이재명 대표와 쌍방울 간 연결고리가 생겨난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이 있기 전 이재명 대표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2021년 국정감사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이해찬 전 대표와 이화영 전 부지사가 쌍방울 훈춘 공장을 함께 방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권 의원은 2021년 10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쌍방울 공장이 중국 훈춘에 있다”면서 “이해찬 전 대표가 이 공장에 방문을 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사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 비호를 받아야 사업적으로 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여러 사람에게 접근했다”면서 “그중 한 사람이 이해찬, 또 한 사람이 이화영, 이화영·이해찬을 통해 이재명, 이렇게 연결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3년 3월 7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주변에 “김만배 씨가 자신과 친분이 깊었던 이화영 전 부지사를 통해 이해찬 전 대표를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후견인이 되도록 도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에 따르면 ‘이재명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이해찬 전 대표 지원이 결정된 뒤 “우리에게도 정치적 아버지가 생겼다”며 기뻐했다고 전해진다.
이재명 이화영 이해찬 3인은 2018년 11월 16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개최된 ‘2018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동시에 등장하기도 했다.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공동 주최한 행사였다. 북측 대표단으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핵심 인사들이 참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 수사과정에서 쌍방울이 이 행사에 2억 원을 후원한 사실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일요신문은 2022년 10월 14일 전직 정보사 대령 출신으로 두터운 ‘대북 파이프라인’과 정보분석 능력을 갖춘 전직 쌍방울 중국총괄 부회장 A 씨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A 씨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키맨으로 꼽히는 방용철 전 쌍방울 대표이사와 함께 사내이사로 등기됐던 인물이다.
A 씨는 2021년 5월 출범한 이재명 대선경선 외곽조직 ‘민주평화광장’ 주요발기인 454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민주평화광장은 민주당의 ‘민주’, 경기도 도정 가치인 ‘평화’, 이해찬 전 대표가 이끄는 연구재단 ‘광장’을 아우르는 연합체 성격 조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이해찬 연합체 성격을 가진 대선 외곽 조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주요 발기인 명단엔 안부수 아태협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관련기사 [단독] 이재명 외곽조직엔 왜? 쌍방울 대북사업 ‘키맨’의 정체).
한 대북 소식통은 “이번에 검찰이 이해찬 전 대표와 이화영 전 부지사가 2017년 동북아경제협회 중국 워크숍 당시 훈춘 소재 길림트라이 공장을 방문한 사진을 확보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그 방문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뿌리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소식통은 “훈춘 소재 길림트라이 공장은 한국 정보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핫플’로 여겨졌던 공간”이라면서 “북·중·러 접경지대 한 축을 형성하고 있었던 데다, 북한 노동자들을 활용하는 폭이 컸던 까닭에 정보기관 관계자들 입장에서도 생생한 대북정보 수집 루트 중 하나로 애용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수사 내용을 살펴보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훈춘 현지 공장이 쌍방울·경기도·아태협의 대북사업 거점으로 활용됐다는 시선이 나왔다. 검찰이 확보한 이해찬 이화영 사진이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와 쌍방울 ‘관계’가 어떻게 정치권으로 확장했는지도 이 사진으로부터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월 23일 수원지방법원에선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주요 인물에 대한 첫 1심 판결이 나왔다. 피고인은 안부수 아태협 회장이었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정재)는 “피고인이 대북중개업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향후 대동강맥주·옥류관 유치사업 등 대북사업에 대한 북한 당국 협조를 구하는 대가로 북측 인사에 로비 자금으로 돈을 건넨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안 회장 1심 판결문엔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한 항목도 명시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쌍방울은 철도·광물 등 6개 대북사업 우선권을 확보하고 북한 나진·선봉 지역에 공장을 건설하며, 중국 훈춘 공장에 북한 노동자 파견을 요구하기 위해 대북송금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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