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명 총격 등 4명 살해, 자택 인질극도…일각 “부모 괴롭히려는 의도” 추측
#4명의 목숨 앗아간 대낮의 총격사건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5월 25일 오후 4시 30분경이었다. 나카노시에서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60대 여성이 찔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도 이 남성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남성은 출동한 경찰차로 다가간 뒤 경찰차 창문 안으로 산탄총을 발사했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는 70대 여성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모두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용의자는 나카노시 시의회 의장의 아들인 아오키 마사노리로 확인됐다. 피해 여성들은 평소 아오키의 집 주변을 자주 산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아오키는 집 앞에서 피해자들을 기다렸고 평소와 다름없이 산책하던 여성 두 사람을 흉기로 찌른 것으로 보인다. 범행 직후 아오키는 자기 집으로 들어가 모친과 고모를 인질로 삼고 경찰과 대치했다. 이로 인해 마을 주민 60여 명은 체육관으로 대피해 밤새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어머니와 고모는 이튿날 새벽에 탈출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아오키도 새벽에 스스로 걸어 나왔고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상황이 담긴 경찰차 블랙박스 영상도 공개됐다. 용의자는 운전석을 향해 총을 겨눈 다음 조수석을 향해 총을 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관계자는 “운전석에 앉았던 경찰의 가슴에 총알이 관통한 자국이 있었다”며 “살상 능력이 높은 슬러그탄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슬러그탄은 주로 멧돼지나 곰 등 대형 짐승을 사냥할 때 사용된다. 이어 이 관계자는 “조수석에 탔던 경찰의 경우 칼에 찔린 상처도 발견됐다”면서 “아오키의 강한 살의가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경찰을 향한 총격 사건은 1990년 이후 30년여 만이다.
용의자의 자택 부지에서는 4정의 총과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흉기가 압수됐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아오키는 2015년부터 수렵 목적으로 총기 소지 허가를 받았으며 하프 라이플총 1정, 산탄총 2정, 공기총 1정 등 모두 4정의 총기를 갖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하프 라이플총은 산탄총에 비해 사거리가 길고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외톨이라고 놀렸다” 앙심 품은 용의자
경찰 조사에서 아오키는 범행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면서 ‘외톨이라고 놀려서 살해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전해졌다. 경찰관에게 총을 쏜 이유에 대해서는 “사람을 해쳤으니 경찰의 손에 죽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신변의 위험을 느껴 산탄총을 들고나와 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용의자와 피해자들 사이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던 만큼 용의자가 일방적으로 앙심을 품고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아오키의 집안은 대대로 물려받은 토지에서 대농장을 경영한다. 아오키는 시의회 의장인 아버지 곁에서 가업을 돕는 아들이었다. 이 집안과 아오키를 아는 사람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아버지인 아오키 마사미치 의장은 사건 다음날 사직했다.
나가노현의 지역신문 시나노마이니치신문은 부모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용의자의 31년을 더듬는 기사를 보도했다. 용의자가 이미 10년여 전부터 ‘외톨이라고 놀림을 당하고 있다’며 불만스러워했다’는 기사였다. 3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아오키는 어릴 때 활발한 아이였다고 한다. 용의자 어머니는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아오키 아버지가 ‘원래 남자애들은 다 그렇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족문제 평론가 이케우치 히로미 씨는 ‘안타까운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이케우치 씨는 “흔히 자녀가 ADHD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부모 측은 ‘어릴 땐 다 그렇다’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다.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을 피해 아이의 성장 및 의사소통 능력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신 연구에 의하면 인격이 형성되는 것은 8세 무렵이다. 이케우치 씨는 “유년기 아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부모가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비극의 배경
초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아오키는 아버지의 권유로 소년 야구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다지 열심히 몰두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성적은 상위권을 자랑했지만 아오키는 항상 혼자였다. 아오키가 미소 짓는 일은 점차 사라져 갔다. 대학 진학으로 아오키가 도쿄도에서 혼자 생활했을 무렵이다. 전화해도 연락이 닿지 않자 걱정이 된 부모가 상경했다. 당시 아오키는 “대학 동료들로부터 ‘외톨이’라고 놀림을 당하고 있다”며 씩씩댔다.
이상 현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모가 아파트 방으로 들어서려고 하자 “여긴 도청됐으니 조심해야 한다”며 주의를 촉구한 것이다. “도청이 두려워 휴대전화를 꺼놨다”는 고백도 이어졌다. 심지어 방 모퉁이를 가리키며 “감시카메라가 있다”는 말까지 했다. 충격을 받은 부모는 아오키를 즉시 고향으로 데려갔고 대학도 중퇴하기로 한다.
“병원 진료를 권유했지만 아오키가 자신은 ‘정상’이라며 거부했다. 무리해서 진료를 받게 하면 부모와 자식 간의 신뢰가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아오키의 어머니의 말이다. 아오키 집안 사정을 잘 아는 한 지인은 “아오키가 고향에 막 돌아왔을 때는 지역 축제 보존회에도 참가했지만, 지역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자위대에 입대했으나 그 또한 오래 가지 못했다.
이후 아오키는 과수원 일을 도우며 생활했다. 아오키의 부모는 아들을 위해 시내에 젤라토 가게를 열었지만 허사였다. 아오키 대신 어머니가 가게를 보살피게 됐다. 현지 언론은 ‘아오키가 외톨이 생활을 하면서 클레이 사격장에 다녔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비극이 일어났다.
가족문제 평론가 이케우치 씨는 “가족 간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때로는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야 대처법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자녀가 안고 있는 문제를 부모의 힘만으로는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아는 것이 부모·자식 간의 문제를 정상화하는 첫 번째 단계”라는 설명이다.
범죄심리학자 데구치 야스유키 교수는 “용의자가 부모를 괴롭히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무차별 범행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준다. 데구치 교수는 “부모에게 무거운 십자가를 지게 하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다”며 “인질로 잡은 가족 중 누구에게도 손대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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