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취임 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갤럽은 대선 2주일 후인 2022년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직무수행 전망’을 물었다. 이 조사에서 향후 5년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55%, ‘잘못할 것’이 40%로 나왔다. 전임 대통령들이 당선 2주가 된 시점에 긍정 전망이 80% 내외였던 것을 감안하면 낮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긍정 전망이 부정 전망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결과가 나왔다.
전망이 아닌, 대통령 당선인 신분 직무수행 평가는 취임식 한 달 전인 4월 둘째 주(12일~14일) 여론조사부터 나왔다. ‘잘하고 있다’ 50%, ‘잘못하고 있다’ 42%로 긍정평가가 앞섰다. 취임 직전 조사(5월 3일부터 4일까지)에서는 ‘잘하고 있다’ 41%, ‘잘못하고 있다’ 48%로 부정평가가 더 높았다.
윤 대통령 당선인 부정적 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용산 대통령실 이전’이었다.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급하게 이전하면서 안보 공백 등 각종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50%대 지지율은 오래가지 않았다. 취임 6주 만인 6월 셋째 주(14일~16일 조사)에 처음 50% 아래로 떨어졌다. ‘잘하고 있다’가 49%, ‘잘못하고 있다’는 38%였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나는 공식 일정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 코바나컨텐츠 지인이 함께해 ‘비선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실제 한국갤럽이 조사한 부정평가 이유에도 ‘김건희 여사 행보’가 소수응답(1%)이지만 새로 등장했다.

지지율 하락 원인으론 경제위기 대응 부족,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발언 논란, 이준석 당시 대표와 윤핵관의 갈등 등이 꼽혔다. 과거 전임 대통령들도 임기 초반 각종 악재로 낮은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데드크로스’가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야권 한 관계자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 지지율에 차이점이 있다면 부정평가가 높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선 과정에서 피 터지게 싸웠더라도 선거에 승리하고 대통령에 취임하면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고 협치를 요청했다. 그런 모습에 중도층이나 야당 지지층도 취임 초기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며 “그런데 윤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고도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이재명 의원·민주당 및 지지자들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대선의 연장선이라는 인상을 줬다. 그러다보니 양 진영이 결집해 대립하는 양상이라 부정평가가 높은 것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용산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 논란, 영국 여왕 조문 취소, 뉴욕 순방 중 ‘바이든-날리면’ 논란 등 잇따라 악재가 터지면서 지지율이 다시 9월 4주 차(20일~22일 조사)에 28%, 5주 차(27일~29일 조사) 24%로 주저앉았다. 특히 해외순방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반등 모멘텀이 되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임 대통령들의 경우 해외순방을 다녀오면 지지율이 3~4%p 정도 오르는 효과를 봐왔는데, 윤 대통령은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했기 때문.

외교 문제가 다시 원인으로 지목됐다.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 발표, 일본 교과서 역사 왜곡과 후쿠시마 오염수 및 수산물 관련 논란 등이 불거졌다. 여기에 미국 정보기관의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정황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실 보안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6주째 조금씩 상승해 30%대 중반을 회복했다. 한국갤럽이 가장 최근 조사한 6월 첫째 주(5월 30일~6월 1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가 35%, ‘잘못하고 있다’ 57%를 기록했다.

국민의힘도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지난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가 44.7%, ‘잘못하고 있다’가 53.2%로 집계됐다.
여의도연구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이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45%대는 대선 때 투표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된 숫자이므로, 대선 당시 지지율(48%)을 거의 회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 특유의 진정성과 뚝심으로 뚜벅뚜벅 가다보면 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총선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득표율보다 지지율이 높았던 기간은 취임 후 한 달밖에 안 된다. 지난 임기 1년 동안 지지율이 워낙 낮아서 최근 오른 것 같은 느낌을 받지만, 과거 대통령들을 비춰보면 현 30%대 지지율은 ‘레임덕’이라고 평가됐다”며 “또한 잠시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수산물 수입 재개 논의가 이뤄지면 민심이 다시 들끓을 것이다. 이는 건강문제에 직결돼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 지지율이 다시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