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후 입고 나온 옷은 피해자의 옷…“교복에 범행 흔적 남아서”
6월 4일 경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 5월 27일 새벽 검거된 뒤 진행된 첫 조사에서 "피해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어떤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고, 내게 시신을 유기하라고 시켰다"고 진술했다.
당시 정유정은 피해자 A 씨를 살해한 뒤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의 낙동강 변으로 이동,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가 그의 행적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찰 조사 초반에 범행을 모두 부인했던 정유정은 피 묻은 캐리어와 A 씨의 신분증, 시신 일부 등 범행 증거가 확인되자 살인을 저지른 진범은 따로 있고 자신은 유기에만 관여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A 씨의 거주지 인근에 설치된 CCTV에서 정유정 말고는 A 씨의 집을 드나든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진범' 주장 외에도 정유정은 A 씨와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도 주장했으나 이 역시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범행 전날인 5월 26일 오후 5시30분께 교복 차림으로 A 씨의 집을 찾았다. 과외 앱을 통해 A 씨에게 접근할 때는 학부모를 사칭하며 "아이를 보낼 테니 수업을 해달라"고 한 뒤 자신이 구매한 중고 교복을 입고 A 씨 집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를 살해한 뒤 교복에 범행 흔적이 남게 되자 정유정은 A 씨의 옷으로 갈아입은 채 집을 나섰다.
경찰 조사에서 거짓말로 일관해 오던 정유정은 경찰과 가족의 긴 설득 끝에 5월 31일 밤 자백했다. 고교 졸업 후 5년 가량 외부와 단절되다시피한 삶을 산 정유정은 지인이나 친구가 없고 가족들과도 교류를 맺지 못한 채 사회와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살인 사건 등을 다룬 방송 등 범죄물에 심취해 누군가를 해쳐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정유정을 지난 6월 2일 부산지검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강력범죄전담부 소속 검사 3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리는 한편, 정유정의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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