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정산자료, 제3자 비공개 조건으로 제공” vs 첸백시 “불공정 계약 자체가 문제, 공정위 시정명령도 무시해”
6월 5일 첸백시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린 이재학 변호사는 세 번째 공식입장을 내고 "의뢰인(첸백시)을 대리해 6월 4일자로 국민신문고 전자접수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에 SM엔터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해 제소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제소를 통해 공정위가 이미 2007년 10월, 2011년 1월 SM엔터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시정명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정명령을 무시한 불공정한 계약 행위가 SM엔터에서 버젓이 벌어져왔다는 사실을 신고했다"며 "첸백시는 공정위가 SM엔터에 과거 명령했던 시정조치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불공정한 계약서를 체결하게 돼 SM엔터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의해 지속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첸백시 측에 따르면 SM엔터는 2007년 10월 8일 공정위로부터 △전속계약의 계약기간 기산점을 데뷔일로 정하는 조항 △동종업계 타 연예기획사의 전속계약서상 계약기간보다 지나치게 불리한 계약기간 조항이 각각 불공정하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또 2011년 10월 8일에는 해외진출 등의 사유를 들어 연습생에게 연장된 계약기간을 적용해 연습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다시 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공정위의 판단을 적용하지 않고 첸백시와 전속계약을 하면서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는 것이 첸백시 측의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SM엔터는 전속계약기간을 가수의 경우 '첫 번째 음반 발매일로부터 5년 후'로, 연기자로 데뷔할 경우 '첫 번째 작품의 데뷔일로부터 5년 후'로 설정해 전속계약을 체결한 일자가 아니라 데뷔일자부터 기간을 기산하고 있다"며 "계약의 시작과 끝에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소속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계약을 지나치게 장기화할 수 있고 아티스트들이 소속사와의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새로운 조건을 협상하거나 다른 기획사와 새로 전속계약을 체결해 연예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되므로 아티스트들에게 불리한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계약 기간이 과도하게 장기라는 판단을 받고 공정위로부터 금지 주문을 받았음에도 SM엔터가 전속계약서 본문에 '7년', 부속합의서에 '3년'의 기간을 둬 오히려 더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토록 했다는 것이다.
후속 전속계약 역시 '앨범 발매량을 채울 때까지 자동 연장되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아티스트들을 데뷔일로부터 계약기간을 기산하도록 정한 결과 연습생 기간이 전속계약 기간에 더해지게 됐고 다시금 부속합의서로 3년이 연장됐으며, 군복무 기간까지 더해진 결과 무려 12년에서 13년이 넘는 전속계약 관계에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후속 전속계약까지 체결한다면 최소 17~18년 이상의 계약기간에 묶이게 된다는 게 첸백시 측의 주장이다. 이와 같은 후속 전속계약에 대한 계약금도 지급받지 않은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첸백시 측의 이 같은 주장은 후속 전속계약 체결 당시가 아닌 지금에 와서야 불공정한 부분을 지적하고 계약 파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문점을 낳는다. SM엔터에 따르면 첸백시는 2022년 12월 30일자로 신규 전속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각자가 선임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를 대동했고 계약의 세부적인 내용을 모두 확인한 뒤에 납득 후 체결했다는 것이다. 지금와서 뒤늦게 계약의 불공정성을 알게 됐다는 것은 당시 선임했던 변호사가 이런 독소 조항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 체결을 도왔다는 셈이 된다.
SM엔터 역시 첸백시 측의 이와 같은 태세 전환을 지적한 바 있다. 앞서 지난 6월 1일 SM엔터 측은 공식입장을 내고 "신규 전속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총 8차례에 걸쳐 양 측이 계약 수정안을 주고 받으며 합의를 완료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이 최근 새로 법률대리인을 선임한 뒤 갑자기 입장을 바꿔 신규 전속계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첸백시 측이 계약 해지의 또 다른 주요 사유로 주장했던 정산 문제에 대해서는 SM엔터가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SM엔터는 정산자료가 다른 소속 아티스트들과도 연관돼 있어 민감한 대외비인만큼 첸백시 측이 요구하는 자료 사본을 제공할 수 없고, 직접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첸백시가 이 문제를 계약 해지의 결정적인 이유로 들자 6월 5일 다시 입장문을 내고 정산자료 사본을 제공하되, 첸백시와 법률대리인이 부당한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SM엔터 측은 "정산자료에는 각 아티스트의 구체적인 활동내역, 정산요율 및 방식, 계약금 등 다양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어 제3자에 노출돼서는 안 되며 특히 여러 멤버로 구성된 그룹 아티스트의 경우 다른 멤버들의 정보도 노출될 수 있어 비밀 유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제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정산내역을 열람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 왔고 실제 정산내역에 의문이나 의견을 제시하거나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이를 모두 공개해 왔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제3자의 개입 정황이 여러 경로로 제보되는 상황에서 첸백시의 대리인이 언제든지 당사에 방문해 정산자료를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있는데도 굳이 이를 복사해 달라고 요청하고 전속계약 해지까지 운운하는 것에 다른 부당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이에 사본 제공 요청을 받았을 때 '아티스트 3인이 신규 계약에 저촉되는 이중계약을 제3자와 체결한 사실이 없는지' '귀하가 아티스트 3인만을 대리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반복해 확인을 구했으나 대리인은 오로지 침묵만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심사숙고 끝에 아티스트 3인 및 그 대리인이 정산 내역을 점검하는 이외의 다른 부당한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 받는다는 전제로 정산자료 사본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더불어 엑소의 다른 멤버들에게도 이런 상황을 설명해 정산자료 사본을 제공하는 부분에 대해 동의 또는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SM엔터 측은 "근거가 부족한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것은 아니"라며 "제3의 세력이나 아티스트 3인에 대해 잘못된 조언을 하고 있는 자들에 대해 법적·윤리적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당사가 소중히 생각하는 아티스트 3인과는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 협의하도록 할 것이며 팬 분들이 기대하는 엑소의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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