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향해 위협 운전하고 무면허 운행도…서울시·해양경찰 “법적 공백 커”
지난 3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 인근에서는 제트스키 때문에 여러 차례 소동이 발생했다. 제트스키를 탄 일행이 쉬고 있던 시민들 쪽으로 위협 운전을 한 데다 많은 양의 물을 뿌리고 지나다녔다. 이날 반포한강공원은 ‘2023 감성서울 푸드 페스티벌’ 개최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권 아무개 씨(27)는 “제트스키를 탄 일행이 잠수교 옆에서 돗자리를 펴고 쉬고 있던 시민들을 포함해 반포한강공원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물을 뿌려 다들 항의하고 난리났다”며 “머리 젖은 사람, 옷이 젖은 사람으로 뒤섞여 주위에서 욕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권 씨는 “푸드 페스티벌 행사 중이었는데 행사 관계자도 경찰에 신고하고 정신이 없었다”며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타는 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시민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서울 한강 XX 1마리가 마약 했는지 시민들 쪽으로 위협운전. 다리 위·옆 시민들 다 젖고 신고했는데 경찰 아무것도 못하네’라는 내용의 글과 현장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당시 시민들에게 피해를 줬던 제트스키 일행과 자전거 도로까지 많은 양의 물이 뿌려진 모습이 담겼다.
수상레저안전법 시행령 제15조의 ‘수상레저활동가가 지켜야 하는 운항규칙’ 9조에는 ‘다른 사람 또는 다른 수상레저기구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수상레저기구의 소음기를 임의로 제거하거나 굉음을 발생시켜 놀라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지난 3일처럼) 시민들에게 물을 뿌리는 등의 행위는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운항규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적발시 과태료 10만 원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제트스키 이용자 적발은 쉽지 않다. 이 관계자는 “금방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제트스키 특성 탓에 단속은 어렵고 해양경찰이 단속하면 눈치 채고 사라진다”며 “시민들에게 피해를 줘 해양경찰 측에 신고가 들어와도 제트스키 번호판을 모르면 당사자를 붙잡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제트스키 이용자는 무면허 운행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상레저업계에 따르면 제트스키를 즐기기 위해선 수상레저 일반조종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급수별로 1급과 2급으로 나눠지는데, 2급 수상레저 일반조종면허를 취득해도 제트스키를 운행할 수 있다. 무면허로 제트스키 등 수상레저기구를 조종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제트스키는 수상레저 일반조종면허가 필요하지만 1급 취득자를 포함해 3명 이하의 제트스키 이용자가 있을 경우 1급 취득자의 관리 하에 무면허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인원 수에 상관없이 무면허 운행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무면허로 제트스키를 이용했다고 밝힌 A 씨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지인들이 제트스키 타러 왔다고 여의도로 오라고 해서 간 적이 있는데 제트스키 6~7대, 인원 10~13명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제트스키를) 타보라고 해서 타고 김포 쪽으로 갔는데 함께 있던 지인이 ‘해양경찰이 나타나면 유인할 테니 여의도 쪽으로 도망가라’고 했다”며 “이런 식으로 운행해 (해양경찰에) 걸린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또 “제트스키를 타라고 권유했던 지인들이 ‘보통 번호판 있으면 확인 안 하니까 타도 된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에는 무면허 상태로 제트스키를 운행하다 사고를 낸 후 경찰에 다른 사람이 조종한 것처럼 허위진술을 한 20대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제트스키에 대한 법적 공백이 커 단속해도 어려움이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제트스키와 같은 수상레저기구를 관리하라는 법 조항이 없다”며 “해양경찰과 틈틈이 단속 나가 적발하는 것이 전부”라고 토로했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일부 국가의 경우 수상레저기구에 대한 법이 있지만 국내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제트스키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면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의 재량에 따라 구두경고만으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상레저기구 이용자들을 체계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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