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난카이 트로프’ 지진 2035년 가장 위험…후지산 폭발로 이어지면 사망자 34만 명 이를 수도
최근 일본 각지에서 큰 흔들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 5일 이시카와현 북부에서 규모 6.5 지진이 발생했고, 5월 11일엔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인 도쿄 인근 지바현 남쪽에서 규모 5.4 지진이 일어났다. 연일 계속되는 지진 속보에 일본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 특히 5월 23일 와카야마현 기이스이도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인터넷상이 떠들썩해졌다. 다름 아니라, 기이스이도가 ‘난카이 트로프 지진’과 관련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의 지진 규모는 4.0으로 그리 크진 않았으나, 지진 발생 후 곧바로 기이스이도(紀伊水道)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마침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전문가의 경고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디데이
‘난카이 트로프(南海 trough)’란 시즈오카현 스루가만에서 규슈 동쪽 태평양 연안 사이 깊이 4000m 해저 봉우리와 협곡지대를 지칭한다. 태평양 쪽의 필리핀 플레이트(판)와 대륙 플레이트의 경계선상에 있어 지진 발생 위험이 매우 큰 지역이다. 일본에서는 100~150년 주기로 규모 8 이상의 난카이 트로프 지진이 꾸준히 일어났는데, 향후 30년 이내 발생할 확률은 70~80%로 알려졌다.
요약하면, 일본 남해 쪽 대륙판이 육지 쪽 지각판 밑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일본 섬 전체를 흔들고 쓰나미 피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한 쓰나미로 태평양 연안의 일본 주요 도시가 물에 잠기는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어 일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진이다. 전문가들 또한 난카이 트로프 지진을 자연재해 중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지진학 권위자인 시마무라 히데키 무사시노가쿠인대학 특임교수는 “과거에도 해구형 거대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내륙 직하형 지진이 활발해지는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경종을 울렸다. “지금 일본 각지에서 빈발하고 있는 내륙 직하형 지진이 난카이 트로프 지진의 전조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기술로 ‘대지진이 일어나는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과거 자료와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 ‘최소 2030년부터 최대 2040년 사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2035년을 가장 위험한 해로 꼽기도 한다. 반면, 시마무라 교수는 “이들 예상보다 빠른 2020년대에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무서운 것은 대지진만이 아니다. 시마무라 교수는 “거대지진과 후지산 분화의 관련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후지산이 마지막으로 대폭발한 것은 1707년 12월 16일이다. 그리고 분화하기 49일 전, 난카이 트로프 사상 최대 지진으로 불리는 이른바 ‘호에이 지진(추정 규모 8.6)’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난카이 트로프 지진이 후지산 분화를 촉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당장 폭발해도 이상할 게 없는 후지산
후지산은 약 300년째 화산활동을 쉬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역사적으로 후지산은 자주 분화해온 활화산이었다. 후지산 화산방재대책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56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후지산 지층을 조사한 결과 180층의 퇴적물이 확인됐다”고 한다. 이를 두고 “평균 30여 년에 한 번꼴로 후지산이 분화해왔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역사를 감안하면 당장 후지산이 폭발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실제로 후지산 지하에서는 섬뜩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먼저 화산활동이 활발해지면 발생하는 ‘심부 저주파 지진’의 급증이다. 후지산과학연구소의 요시모토 마쓰히로 센터장은 “마그마 활동이 시작될 때 심부 저주파 지진이 일어난다”면서 “사람은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흔들림이지만, 분화의 전조 현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후지산은 2000년 가을 무렵부터 심부 저주파 지진 관측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중이다. 후지산 관측 자료를 보면, 2021년 88회였던 심부 저주파 지진은 2022년 141회로, 무려 1.5배 이상 증가했다.
일본 매체 ‘주간겐다이’는 “몇 년 전부터 후지산 부근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지산 가와구치 호수의 물이 감소하는가 하면, 후지산 밀접 지역인 후지노미야 시에서는 지하수가 넘쳐흘렀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2년 전에는 후지산 등산로 중 하나인 다키자와 숲길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매체에 의하면 “사실 2011년에도 후지산 대폭발 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나흘 뒤, 시즈오카현 동부에서 규모 6.4 지진이 일어났을 때다. 후지노미야 시에서는 진도 6강의 흔들림이 관측됐는데, 후지산 바로 아래 단층이 약 1m나 위아래로 움직인 사실이 확인됐다. 단층이 크게 움직이면서 후지산 마그마 웅덩이의 천장도 깨졌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마그마가 균열을 통해 분출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기적적으로 분화를 면했다.
이와 관련, 시마무라 교수는 “마그마 웅덩이의 천장이 이미 무너진 상태여서 사실상 후지산 분화는 ‘대기’ 상태”라고 전했다. “여기에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후지산 분화를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교수의 설명이다.
#대지진·후지산 분화 ‘더블펀치’ 피해규모
주간겐다이는 일본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난카이 트로프 지진과 후지산 분화에 의한 상정 사망자 수가 약 34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가상 시나리오는 이렇다. 규모 9의 초거대 난카이 트로프 지진이 발생하면 아이치현 나고야시,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 시코쿠 전역 등 153개 시정촌에 진도 7의 강력한 흔들림이 덮친다.
이어서 곧바로 높이가 30m에 이르는 대형 쓰나미가 규슈에서 관동 연안부에 도달한다. 최악의 경우 3분 이내다. 설상가상 1~2개월 안으로는 후지산마저 분화한다. 일본 정부는 “후지산 분화를 상정해 피해규모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3시간 만에 도쿄 도심과 주변 도시들에 화산재가 도달해 자동차 및 철도운행이 정지되고 수도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후지산과학연구소의 요시모토 마쓰히로 센터장은 이렇게 경고한다. “300년 동안 잠들어 있는 후지산이지만, 사실 연구자들은 그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 그만큼 미지의 화산이다. ‘내일 분화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대비해야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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