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불편 없지만 당초 제시한 속도에 크게 못 미쳐 논란…새로운 사업자 찾기도 난항 예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지난 5월 31일 SK텔레콤에 사전 통지한 5G 28GHz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에 대해 행정절차법상 의견청취 절차가 완료돼 처분 내용을 최종 통지했다고 밝혔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 28GHz 주파수를 반납했다.
통신 3사 전원 5G 28GHz 주파수 할당 취소 소식에 일부 소비자들은 향후 5G 사용에 문제가 없는지 우려하고 있다. 일단 일반인이 쓰는 5G에는 큰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는 5G 주파수로 3.5GHz와 28GHz를 선택했다. 주파수는 공공재에다 유한하기까지 한 성격 탓에 정부가 장비의 용도와 특성에 따라 주파수를 할당한다. 이동통신에 이용되는 주파수는 800MHz~2.6GHz다. 그러나 이 주파수에는 이미 2~4세대 이동통신이 할당돼 있어 5G가 목표로 삼은 초고속·초연결·저지연으로 대용량의 정보를 전송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무선통신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주파수를 더 높이자는 의견이 나왔고, 28GHz 주파수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주파수는 높아질수록 전파가 직진하는 성질이 강해지고, 장애물을 만나면 반사돼 도달거리가 짧다. 서비스 범위(커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그만큼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셈이다. 과기부 추산에 따르면 신규 28GHz 핫스팟 300개 구축하려면 약 3000억 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과기부는 2020년 국정감사에서 28GHz 주파수를 전 국민 대상 서비스로 활용할 계획이 없음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2018년 12월 5G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2년 만에 계획을 바꾼 것.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사물인터넷(IoT) 가전 등 단말기로 직접 전달되는 5G는 3.5GHz 주파수뿐이다.
28GHz 주파수는 주로 기업 간 서비스(B2B)로 사용됐다. 가령 현재 서울시 지하철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는 28GHz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28GHz 주파수를 와이파이 공유기에 전달한 후 지하철 승객들이 스마트폰 등 단말기를 통해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통신 3사의 주파수 할당 취소로 다른 기관·기업들과 28GHz 계약은 모두 종료됐지만, 과기부는 공익적 측면에서 오는 11월 30일까지 예외적으로 주파수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당장 5G를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정부와 이동통신 3사의 과장 광고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정부는 5G 구축을 논의하던 2016~2017년 5G를 LTE 전송 속도보다 20배 빠르다고 강조해 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5G 상용화 축하 행사’에서 “종전 4G보다 속도는 20배, 연결기기는 10배로 늘어나고 지연 속도는 10분의 1로 줄어든 넓고, 체증 없는 ‘통신 고속도로’가 바로 5G”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28GHz가 상용화됐을 때 실현 가능한 일이다. 현재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3.5GHz 주파수는 4G 속도의 4~5배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통신 3사도 “최고속도 20Gbps”,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 “2GB 영화 한 편을 1초 만에 다운로드” 등의 광고로 고객을 유인했다. 공정위는 통신 3사의 광고 행위에 시정명령, 공표명령 및 과징금 총 336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업체별로는 SK텔레콤 168억 3000만 원, KT 139억 3000만 원, LG유플러스 28억 5000만 원이다.
공정위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 광고가 전달한 인상, 소비자 오인성 및 공정거래저해성 등을 면밀하게 심사하여 이 사건 광고의 위법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5G 이용 고객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6일 과기부 무선 통신 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국내 5G 가입자 수는 3002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28GHz 주파수는 현재 4G의 4~5배 수준인 5G 속도를 최대 20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28GHz 주파수를 사용한 킬러 서비스가 없다는 게 현 상황을 만든 출발점이었다고 본다. 지금은 우리가 28GHz 주파수로 사용할 서비스도 없는데 뭐 하러 큰돈 들이냐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율주행기술이나 UAM(도심항공교통) 등의 새로운 서비스가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해당 주파수는 필요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에게 편리함을 줄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기부는 계속해서 28GHz 주파수를 사용할 사업자를 모색할 방침이다. 이달 말에는 주파수 할당 방안에 대해서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새로운 사업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기존 통신 3사는 28GHz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모델이 잘 보이지 않아 포기했다. 박윤규 과기부 2차관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아직까지 두각을 나타내는 사업자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력 사업자로 ‘한화시스템’이 거론된다. 지난달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마쳤기 때문. 하지만 한화시스템은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신청은 위성 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한 목적으로, 과기정통부가 유치 중인 5G 28㎓ 주파수 신사업자 진출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모바일도 유력 사업자로 꼽힌다. 최근 미래모바일은 ‘제4 이동통신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관건은 정부로부터 사업자의 재정 능력과 안정적인 서비스 능력을 인정받는 것. 세종텔레콤, 퀀텀모바일, K모바일 등이 2015년 제4 이통사에 도전했지만 재정능력 등에서 기준점에 이르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모바일은 현재 초기 자본 목표 8000억 원 중 약 2800억 원을 채웠다. 나머지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사들에서 충당할 계획이다. 다만 신규 사업자가 주파수, 설비, 통신망 등을 갖추려면 최소 1조~2조 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28GHz 주파수를 사업에 활용해야 하기에 미래모바일이 이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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