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파당으로 갈려 싸우다가도, 특권을 챙길 일이 있으면 잽싸게 한통속이 되곤 했다. 그렇게 의원회관도 넓히고, 보좌진도 늘리고, 의원수도 늘리고, 연금도 올렸다. 국민이 특권을 내놓으라고 한다 해서 내놓을 국회의원이 아니기에 그들이 먼저 내놓겠다고 떠들 때 미심쩍긴 했었다.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19대 국회의 대 국민 약속이행의 첫 시험대였다. 가결과 부결로 나뉘었으나 결과는 사탕발림을 확인해 준 쇼였다.
더욱 가당치 않은 것은 삼권분립의 정신에다 갖다 댄 부결의 논리다. 19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게 될 의원이 전체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마당에 “나도 언제 그런 꼴을 당할지 걱정돼서 그랬다”고 했다면 솔직하다는 소리는 들었을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불체포 특권이나 국회에서의 발언에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은 국회가 행정부로부터 핍박을 받지 않게 하려는 삼권분립의 정신에 따른 것이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 야당들은 이 특권에 의지해서 민주주의의 명맥을 이을 수 있었다.
군부독재가 끝나고 민주화가 진척을 이룬 지금 이 특권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에 의한 이용도가 더 높아져, 비리의원을 비호하기 위한 이른바 ‘방탄국회’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야당은 야당대로 ‘허위사실 및 유언비어 유포’의 방편으로 더 자주 이용했다.
동의안 처리에 앞서 열린 새누리당의 의총에서 당론을 반대쪽으로 돌린 결정적인 주장은 ‘수사보고서도 못 보고 검찰의 수사를 인정할 수 없다’ ‘법원이 판단을 하지 않은 사안을 국회가 먼저 판단하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었다고 한다. ‘국회가 가결했음에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국회 꼴이 어찌 되느냐’는 주장도 뒤따랐다고 한다.
법원이 검찰을 통해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요구서를 법무부에 보내면, 법무부가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국회의장에게 보내는 절차는 분명 삼권분립 정신에 따른 것이다. 삼권분립 정신은 3부 간의 상호존중을 전제로 한 것이다. 국회가 법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체포동의를 의결하는 것처럼, 법원도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할 때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현행법의 미비점은 분명 보완돼야 한다. 하지만 삼권분립의 정신이나, 국회의 특권포기의 정신에 비출 때 새누리당 내의 반대논리들은 국민들의 법 감정과는 동떨어진 꼼수에 불과하다. 나아가 민주적 대의와는 무관한 개인비리에 관한 대응이라는 데서 상식 이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적 비리 사건을 감안할 때 비리혐의 정치인은 범행 시점과는 별개로 현행범에 준해서 엄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이 판에 ‘현행법으로는 특권을 포기하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다’고 강변하며 또다시 ‘방탄국회’를 만든 새누리당이 과연 12월에 대선을 치르려는 정당인 게 맞나?
한남대 교수 임종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