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유승민 안철수 공격수 전환…대통령 지지율 낮은 데다 검사 공천 소문까지 뒤숭숭
#독해진 유승민 이준석 안철수
유승민 전 의원 최근 발언은 윤 대통령에 대한 견제성 충고를 넘어 공격 모드를 보여주고 있다. 유 전 의원은 6월 3일 윤석열 정부 대표 브랜드인 ‘3대(교육·노동·연금) 개혁’을 정면으로 때렸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표를 잃는 한이 있어도 과감하게 개혁을 하겠다’ 같은 뻥은 그만 치면 좋겠다”고 했다. 6월 2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표를 잃는 한이 있어도 교육·노동·연금 개혁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발언했는데, 이를 정조준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3개월의 취임 초 골든타임 동안 3대 개혁은 이룬 게 없다. 3대 개혁은 말뿐이고 실천이 없다. 행동이 없으니 공허하게만 들린다”고 직격했다. 그는 “법치를 외치며 힘으로 노조를 진압한 것을 노동개혁이라 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민주당 논평이라는 착각이 들 만큼 공세 수위를 한껏 높였다.
유 전 의원은 바로 다음날인 6월 4일엔 여권이 흡족해하는 윤석열 정부 외교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수출전략회의 백날 하면 뭐하는가. 안보도 경제도 똑똑한 외교만이 국익을 지킨다”면서 미국 일변도 외교로 인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현 정부 대외정책 방향을 질타했다.
유 전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서도 5월 25일 페이스북 글을 올려 “시찰단이 귀국도 하기 전에 일본 농림수산상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재개해달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했다”며 “대통령실은 오염수 방류가 문제없다는 식으로 벌써 바람을 잡고 있다.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아 국민은 불안하기만 한다”고 했다. 한일 관계 개선 조류 속에 여권이 전방위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불안 심리 잠재우기에 나섰는데 유 전 의원은 완전히 다른 길을 탄 것이다.
유 전 의원은 과거에도 쓴소리를 하곤 했다. 정가에선 이를 유 전 의원 특유의 깐깐한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최근 발언은 계산된 전략이 담겼다는 해석이 분출한다. 대통령도 때리지만 민주당에 대한 공격도 잊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지대를 만들어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특히 강한 메시지를 통해 학자 스타일을 벗고 ‘사이다 이미지’를 심으려는 노력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유 전 의원은 6월 5일에는 “경제학을 전문가에게만 맡겨두면 안된다”는 취지의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자신의 실패를 반성하고 그 입 다물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리고는 “경제학 족보에도 없는 소득주도성장 실험을 하다가 경제를 망치고 나라 빚만 늘리고 저출산, 연금 등 미래를 위한 개혁은 5년 내내 외면하지 않았나”라며 “그래서 국민 심판을 받아 정권을 내놓지 않았나”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6월 5일엔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한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 송영길 김남국의 부패 혐의에도 모자라 이런 사람을 혁신위원장으로 모시는 걸 보니 스스로 망하길 작정한 모양”이라고 했다. 그동안 유 전 의원에게선 볼 수 없었던 거친 발언이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유 전 의원의 행보와 비슷한 결을 드러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여당 내부와 민주당을 동시타격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래경 사퇴 파문에 이어 권칠승 민주당 의원 막말 논란까지 일어나자 6월 5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조금이라도 위기의식이 있다면 권 의원을 수석대변인 자리에서 면직하고 그 직위를 천안함 장병에 대한 폄훼가 지속될 때 용기 있게 지적한 김병기 의원에게 제안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했다.
3·8 전당대회 때 친윤 그룹과 갈등을 겪은 이후 정중동 행보를 해온 안철수 의원도 비판 목소리를 조금씩 키워가고 있다. 그는 6월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정부) 정책을 바꾸는 방향에 대해서는 그나마 어느 정도 되고 있는데, 중도들이 원했던 정치적인 태도의 문제 부분에서는 ‘바뀐 것을 감지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지지를 못하겠다’는 말씀들을 하신다”면서 여권을 꼬집었다.
그는 또 “(개혁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정책을 주도하고 어젠다를 주도하기보다는 오히려 끌려 다니는 모습들을 여당이 보이니까 국민들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질타성 언급을 내놨다.
#지지율과 원심력은 반비례
정치권에서는 바른정당·새로운보수당을 만들면서 분가했다가 혹독한 시련을 겪은 터라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새 살림 차리기를 결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점쳐왔다. 공고한 양당 구조 속에서 3지대는 안 된다는 강한 경험칙을 갖고 있기에 또다시 모험을 하지는 못한다는 해석이었다.
더욱이 권력이 가장 강하다는 현직 대통령 임기 초반에 여당 지붕 밑을 떠나는 것은 우산 없이 빗속을 뚫고 들어가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졌다. 콘크리트 지지층을 갖고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명박 대통령 시절, 사사건건 대통령과 부딪혔지만 독자 세력화를 모색하지는 못했다는 과거 역사도 소환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넘겼는데도 지지율이 상승 안정세를 타지 못하고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대선 득표율인 48%를 회복하지 못하는 것은 과거와 전혀 다른 특수 상황의 전개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 내에서 ‘헤어질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전례를 찾기 힘든 모습이 언제든지 나올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도 지지율 상승세 정체 현상에 대해 난감해하고 있다. 여권은 민주당이 온갖 악재에 휩싸여있는 상황에서 외교성과가 발판이 돼 윤 대통령 지지율 급상승세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40%대 후반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또다시 정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추세다.
6월 7일 나온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최대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가 하락했다는 결과치도 나왔다. 윤 대통령 지지세가 안정적이고 정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 기반이 없고 정치 이력이 짧아 열혈 지지층이 적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역대 대통령 임기 초반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정치판을 오래 봐온 홍준표 대구시장도 현재 윤 대통령 지지율을 이상 현상으로 풀이했다. 그는 5월 30일 대구시청 출입기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1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나온 여론조사와 관련, “지지율이 정상이 아니다. 아마 60%는 돼야 한다”며 “이때쯤 되면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한 60%쯤 유지했다. 그러고 나서 계속 내려간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 초기 인사청문회 때문에 멍들기 시작해서 너무 고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여당 지지율은 제외하더라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뚜렷하게 반등하지 못하면 여당 내 야당 세력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지지율과 여권의 원심력 지수는 반비례 관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외치는 잘했고 내치에서 뭔가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데 국회 다수당에 막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더욱이 민주당 지지 세력이 워낙 강고하게 뭉쳐져 있는 정치 지형도라 여권의 이성적이고 합리적 설득이 먹히지도 않는다. 구조적으로 여권 지지율이 올라가기가 어렵다.”
#공천 불안감도 변수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 퍼져 있는 공천 불안감도 당내 원심력을 만들어내는 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검사 출신들이 대거 여당에 상륙할 것이라는 얘기가 자고 나면 나돌고, 당 지도부가 이에 대한 해명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6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도 김기현 대표가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는 듯 한마디했다. 김 대표는 이날 “많은 사람이 ‘검사 공천’을 하지 않겠냐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그런 일 전혀 없다고 확실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공천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당협위원장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김 대표가 직접 ‘검사 낙하산 공천’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 석상에서 명확히 한 것이다.
공천 실무를 지휘하게 될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6월 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가 ‘검사 공천’에 대해 “그럴 일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사무총장은 “현재 검사의 직에 있는 사람들 또는 최근에 퇴직한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우리 당의 당직을 맡겠다든지 당에 들어와서 출마를 하겠다고 의사를 표명하는 분들이 없더라”고 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듣는 이들은 거의 없다. 여기엔 ‘윤심’을 등에 업고 출범한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대통령실이 ‘검사 공천’을 밀어붙인다고 할 경우 과연 집권당이 이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불거진 이른바 ‘5인회’ 논란은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렸다. 당내 일부에서는 김기현 대표 중심의 5인회가 아닌 김 대표를 패싱한 5인회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실세 그룹의 공천권 행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6월 5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가 “용산 대통령실이 강하면 5인회, 7인회, 10인회 계속 나온다”고 했다. 조 대표는 공천 논란에 의한 제3당의 출현 가능성도 예상했다. 그는 “자기가 부당하게 공천을 못 받는다. 그러면 가만히 있겠나”며 “무소속으로 나오든지 떨어진 사람끼리 모여 정당을 하나 만들든지 (할 것이다). 이 전 대표도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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