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의원 언급 명단 말고도 ‘또 다른 명단’ 소문…천하람 “비선조직이면 다행, 대표가 패싱되는 게 최악”
“김기현 대표 체제 모습이 이상하게 됐다. 기대만 못하게 됐다. 최고위원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데 지금 거기에 걸맞느냐. 혹시 들러리냐. 실제로 중요한 핵심 의제 결정은 다른 데서 하는 것 아니냐. 당내에 ‘5인회’가 있다는 얘기들이 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3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내놓은 발언이다. 태영호 전 최고위원 후임을 선출하는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의 흥행이 부진한 데 대해 이 의원이 답을 하던 중 ‘5인회’가 있다는 소문을 언급한 것. 다만 이 의원은 ‘5인회’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이용호 의원은 여당 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으로, 최근 당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 의원 발언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원이 뽑은 지도부가 아닌 당내 5명의 ‘비선조직’이 당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
당 지도부는 반박하고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6월 1일 “당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사무부총장, 수석대변인이 모여서 (당내 의제를) 논의하는 것이 당연하지, 의논하지 않는 게 당연한 것이냐”며 “말도 안 되는 얘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윤핵관’ 이철규 사무총장 역시 다음날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공식적인 기구 외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은 용납하지 않는다”며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괴담이라는 게 누가 악의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생각 없이 뱉은 짧은 말 한마디가 우리 구성원들의 사기를 꺾어놓는 계기가 된다”며 “선의로 한 얘기, 전혀 관계없이 한 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엄청나게 있는 것처럼 왜곡·침소봉대 된다”고 경고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용호 의원은 본인의 ‘5인회’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이 의원은 6월 2일 자신의 SNS에 “최고위원회가 제 역할과 위상을 하루 빨리 회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발언하다 튀어나온 잘못된 어휘”였다며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당과 지도부에 누를 끼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거론한 ‘5인회’가 누구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우선 당 내부에선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등 주요 지도부 당직자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도부 인사가 아니라는 반박도 나오며, 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이준석 전 대표는 6월 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언론에 나오는 당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부총장 포함 공식회의체는) ‘나는 잘 모르겠는데 이거 말하는 건가’ 이런 식으로 김기현 대표가 둘러댄 명단이다. 이 명단은 아닐 것”이라며 “그렇게 돌아갈 리가 별로 없다. 명단을 짜라면 나는 다르게 짤 것 같은데 그 명단은 다음 주쯤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5인회가 나오는 세태가 지금 국정운영과 당 운영이 불투명해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5인회’가 나온 배경에 대해 당내 실세들이 서로를 저격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이미 며칠 전부터 윤핵관과 호소인들이 서로 저격하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자기들끼리 누구 저격하려고 ‘이 사람이 실세’ 이런 기사를 유도하면서 내부총질 준비하는 단계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5인회 명단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비윤’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용호 의원 발언 취지는 최고위원회 외에 다른 모임이 당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기현 대표가 말하고 언론에서 나오는 명단은 당 지도부 인사들이다. 이 의원이 지도부가 당 의사결정 내리는 것을 문제라고 지적했겠느냐”고 되물었다.
여의도에서는 ‘5인회’와 관련해 여러 이름이 오르내린다. 주로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국민의힘 중진 정치인은 “김기현 대표가 선출될 때부터 예견됐던 문제다. 김 대표는 용산 대통령실이 낙점해 당대표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스로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윤핵관이나 친윤 인사들이 지도부를 건너뛰고 당을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5인회’의 실체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이미 지도부 상당수가 ‘친윤계’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굳이 비선을 둘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등 모두 윤핵관으로 알려져 있다. 용산 대통령실의 의중을 당에 반영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당 지도부 요직에 친윤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데 굳이 ‘비선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도 “핵심은 김기현 대표가 의사결정 과정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느냐다. (김기현 대표는) 당의 주요 정책을 최종 결정할 책임자다. 그런데 친윤 인사들이 결정하고 당대표는 통보만 받는다면 ‘5인회’ ‘비선’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6월 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꾸린 비선 조직이 있는 거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김기현 대표가 아닌 비선 모임이 있을 수 있다. 김 대표가 패싱되는 게 최악의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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