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상 난항, 부채비율 상승, 합병 심사 먹구름…아시아나 “서비스 정상화 과정, 노조와 계속 접촉 중”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1월 이후 신규 채용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이 최근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힘입어 신규 채용에 적극적인 것과 비교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총 직원은 2020년 3월 말 9119명에서 2023년 3월 말 8248명으로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남은 직원들도 무급휴직을 거쳤다.
특히 기내 청소를 담당하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케이오의 직원이 크게 줄었다. 케이오의 직원 수는 2019년 500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200명대로 알려졌다. 항공 운항이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지만 기내 청소 담당 인력은 보충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승객들 사이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청결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케이오의 직원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노사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케이오는 2020년 3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한편 무기한 무급휴직에 대한 동의를 요구했다. 케이오는 이에 동의하지 않은 8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2월 케이오의 해고가 위법하다고 최종 판결해 8명 노동자에 대한 복직을 명령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가 최근 단체 행동을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조종사·승무원 브리핑을 항공기 이륙 1시간 20분 전에 시행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통상 이륙 2시간 전에 브리핑을 시작했다. 조종사노조가 브리핑을 늦게 시작하면서 일부 항공기의 운항이 지연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는 팬데믹 여파로 2019년 이후 연봉 협상을 진행하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2019~2021년 3년치 연봉 동결에는 합의했지만 2022년 연봉 인상을 놓고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사측은 2022년 연봉 2.5% 인상을 제시한 반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1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동안 조종사들은 40%가량의 임금을 반납했는데 2022년 2.5% 인상안은 직원들의 삶을 무너뜨리는 인상안”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직원들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대책 없는 원가절감으로 안전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최근 벌어진 각종 서비스 관련 사건사고가 사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에서 제공된 기내식에 이물질이 섞여 한 승객의 치아가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승객 260명의 수화물을 싣지 않은 채 운항했고, 최근에는 제주발 대구행 항공기에서 한 승객이 비상문을 불법 개방한 일도 벌어졌다.
외부의 평가도 예전 같지 않다. 영국 항공사 평가기관 스카이트랙스는 매년 ‘세계 100대 항공사’ 순위를 발표한다. 스카이트랙스는 2010년 세계 1위 항공사로 아시아나항공을 선정했다. 에드워드 플레이스테드 당시 스카이트랙스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1위로 선정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공항과 기내에서 가장 까다로운 비평가인 승객의 기대와 요구를 만족시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스카이트랙스 순위는 2021년 25위, 2022년 33위 등으로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서비스 질 개선에 적극 투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1조 2643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조 7474억 원으로 27.0%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외 손실 증가로 인해 올해 1분기 54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1780.17%에서 올해 3월 말 2013.91%로 233.74%포인트(p) 늘었다. 항공업계는 타 업계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다. 항공사의 리스 항공기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218.20%에 불과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산은)의 관리를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산은이 연봉 협상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산은이 적지 않은 돈을 대출 이자로 받아가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이 이자로 지급한 비용은 2020년 1분기 305억 원에서 올해 1분기 985억 원으로 3년 새 세 배가량 늘었다. 앞서의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채권단의 경영권 관여를 구실로 독자적인 임금협상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국책은행인 산은이 고금리 이자로 아시아나항공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며 회사의 자생력을 상실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주장을 일축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산은이 굳이 자금을 투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임금 협상은 아시아나항공 노사의 문제이며 산은은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협조하고,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순탄치 않다. 해외 경쟁 당국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중간심사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4개 노선에 대한 승객 운송 서비스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며 “유럽과 한국의 화물 운송 서비스에 대한 경쟁 제한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8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법무부는 최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효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한미 운송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6월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00%를 걸었다”며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예상보다 일정이 지연되고 있던 상황이라 연내 승인이 미뤄지거나 예상보다 많은 슬롯을 외항사에 빼앗길 가능성 등 불안감은 재차 커지고 있다”며 “미국은 지난해 11월, EU는 올해 2월 심사기간을 연장한 바 있는데 이는 심층조사를 통해 경쟁 제한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겠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서비스 질에 지적과 조종사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간소화됐던 서비스가 다시 확대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며 “조종사노조와의 협상 창구를 열어두고 계속 접촉을 하고 있으며 고객 불편이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부분은 최소화하려고 여러 대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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