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등 대부분 당기순익 감소…롯데그룹 “증권가 긍정적인 평가 다수”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지주의 연결기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784억 원으로 전년 1068억 원 대비 2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6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1119억 원 대비 4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지주사(투자목적)인 롯데지주의 실적 부진은 주요 계열사의 수익성 악화에서 비롯했다.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577억 원으로 전년 691억 원 대비 16.4% 줄었다. 이는 사업재편 과정에서 전년 계상했던 리스종료이익 400억 원이 사라진 탓이다.
롯데그룹 본원 사업인 유통부문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1125억 원으로 전년 687억 원 대비 63.7% 증가했지만 매출은 5.5% 감소한 3조 5615억 원으로 외연 성장에 실패했다. 유통 경쟁사인 쿠팡의 1분기 영업이익(1362억 원)과 매출(7조 3990억 원)에 크게 못 미쳤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쿠팡보다 낮아졌다. 당시 롯데쇼핑과 쿠팡의 영업이익은 각각 1010억 원, 1133억 원으로 집계됐다. 롯데쇼핑은 쿠팡에 대응하기 위해 이커머스 부문 투자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여전히 적자(1분기 199억 원 영업손실)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매출 규모가 200억 원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호텔롯데의 영업이익은 357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86억 원으로 전년 843억 원 대비 축소했다. 이자비용 등 금융원가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지난 1분기 금융원가는 1434억 원으로 전년 834억 원 대비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롯데 1분기 기준 부채는 11조 5823억 원으로 전년보다 2808억 원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부채의 질이 악화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호텔롯데의 단기차입금은 2조 1319억 원으로 지난해 말 1조 8687억 원에서 14% 증가했다. 통상 신용도가 높은 회사는 장기 회사채를 발행한다. 호텔롯데는 2020년 신용등급이 하락한 후 가산금리를 적용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자금 조달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칠성음료도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592억 원으로 전년보다 소폭(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04억 원으로 전년보다 1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진한 실적에 증권가에서도 목표주가를 낮췄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 롯데칠성주류 목표주가를 기존 23만 원에서 20만 5000원으로 낮춘 뒤 “실적 추정치 조정 및 국내 주류산업의 경쟁 심화 우려를 반영해 롯데칠성음료 기업가치 산정에 적용할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존 13배에서 12배로 내렸다”고 설명했다.
롯데웰푸드도 기대에 못 미쳤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1분기 18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107억 원 대비 72.9%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3272만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이는 합병 착시 효과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롯데푸드를 흡수 합병한 후 롯데웰푸드로 사명을 변경했다. 롯데제과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07억 원, 40억 원으로 집계됐다. 롯데푸드의 이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66억 원, 34억 원으로 집계됐다. 롯데푸드의 실적을 제외하면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롯데웰푸드의 영업이익이 추정치에 못 미쳤다’며 목표주가를 19만 원에서 17만 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그룹의 핵심계열사로 키우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지난 1분기 26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2266억 원으로 전년 1166억 원 대비 94.3% 증가했지만, 해당 실적에 2020년 대산공장 화재 보험수익 1591억 원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하면 롯데케미칼의 순이익은 뒷걸음질쳤다. 재무적인 부담도 확인된다. 지난 1분기 말 부채총계는 11조 9756억 원으로 전년 9조 5203억 원 대비 2조 4552억 원(25%) 증가했다.
시장의 평가도 우호적이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신용등급 하향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신용평가사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을 ‘AA+(긍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한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에 대해 “올해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업황의 영향으로 현금흐름이 제한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면서 “대규모 투자로 재무부담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롯데건설도 1분기 44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롯데건설의 재무부담을 우려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리포트를 통해 롯데건설과 관련 “2023년 1월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 50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인수 관련 투자협약이 이뤄졌으며, 이때 유입된 현금을 바탕으로 2023년 2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 1000억 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도 “주택경기가 둔화된 상황에서 미착공 프로젝트에 대한 PF 우발채무 비중이 커 재무적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수익성 개선이 이뤄져야 지난해부터 투입한 유동성에 대한 재무부담을 낮출 수 있다”며 “롯데그룹이 수익성 회복에 성공하지 못하면 현재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그룹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 증권가에서 롯데그룹의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많은 데다 롯데그룹 위기로 확대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난해 롯데건설에서 촉발된 유동성 위기도 금융권과 협약으로 상당 부분 개선해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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