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하청업체 직원 2명,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셀트리온의 지휘·감독과 생산공정 포함 여부가 쟁점
인천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프리죤 직원 A 씨와 B 씨가 셀트리온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선고기일을 8월 10일 연다. 당초 선고기일은 6월 22일이었지만 6월 21일 재판부 명령으로 기일이 변경됐다. A 씨와 B 씨는 "셀트리온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며 2019년 7월 15일 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A 씨와 B 씨가 승소한다면 셀트리온 공장에서 일하는 다른 프리죤 직원들도 같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A 씨, B 씨와 같은 일을 하는 프리죤 직원 수는 70~80명으로 전해진다. 동종업계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판결 내용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등 동종업계 생산시설을 방역하는 하청업체 직원이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원청업체인 셀트리온의 지휘·감독 여부다. A 씨와 B 씨는 전화, 카카오톡, 메일 등을 통해 셀트리온 직원들로부터 수시로 작업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셀트리온에서 만든 표준작업지침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는 입장이다. A 씨와 B 씨가 셀트리온 물류팀 소속으로 기재된 내부 문서도 있다고 한다. A 씨와 B 씨의 과거 동료들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셀트리온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반면 셀트리온 측은 프리죤 직원들의 작업을 지휘·감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프리죤 팀장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셀트리온 측의 지휘·감독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A 씨와 B 씨는 셀트리온 직원들과 작업을 공동으로 수행했다는 증거 자료도 재판부에 제출했다. 프리죤 직원들은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운 셀트리온 직원의 담당 업무를 대신 해준 적도 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의 근로자 파견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원청과 하청업체 직원이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구성돼 공동 작업을 할 경우 근로자 파견에 해당할 개연성이 높다.
A 씨와 B 씨 업무의 생산공정 포함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파견근로자보호법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서 파견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법원은 제조업에서 불법파견 인정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대법원은 2022년 10월 현대자동차와 기아 공장에서 출고, 포장 등 간접생산공정을 담당한 하청업체 직원들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뿐 아니라 간접생산공정에도 직접고용을 요구한 셈이다.
A 씨와 B 씨는 자신들이 바이오의약품 제조업 생산공정에 속하는 설비와 용기 등을 소독, 세척하는 업무도 담당했으므로 생산공정에 투입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의약품 생산공정 청정도는 엄격히 규제되기 때문에 단순 청소 업무와는 구분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측은 프리죤 직원들이 생산공정에 포함되지 않는 천장과 벽, 바닥 등만 소독, 세척했다고 반박한다. 아울러 프리죤 직원들의 업무는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 속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법원이 프리죤 직원의 방역 업무를 셀트리온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의 일부라고 판단한다면 동종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클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등 제약·바이오업체 대부분이 방역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청업체마다 담당하는 방역 업무 범위는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불법파견 소송이 잇따른다고 해도 소송마다 불법파견 인정 여부는 다를 수 있다.
셀트리온은 재판 도중 소송대리인을 바꾸는 등 이번 재판에 적극 대응해왔다. 배현태 변호사 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은 2021년 3월부터 셀트리온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인천지법 부장판사까지 지낸 배 변호사는 인사·노무 분야에 정통한 변호사다. 배 변호사는 김앤장 홈페이지에 자신의 주요 실적으로 자동차 생산업체의 불법파견 소송을 적어놓았다.
공교롭게도 배 변호사는 이번 재판을 맡은 인천지법 11민사부 김양희 부장판사와 연고관계가 있다. 배 변호사와 김 부장판사는 과거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같은 재판부에 근무했다. 또한 김 부장판사 역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다만 셀트리온 측의 배 변호사 선임이 재판부와 연고관계를 노린 것은 아니다. 배 변호사가 이 사건을 처음 맡은 2021년 3월에 김 부장판사는 청주지법에 근무하고 있었다. 김 부장판사는 2023년 2월 정기인사를 통해 인천지법 11민사부로 이동했다.
재판 쟁점과 별개로 셀트리온과 프리죤의 밀접한 관계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프리죤 홈페이지에 소개된 회사 연혁에 따르면 프리죤은 2005년 (주)셀트리온 자산관리회사(FM)로 설립됐다. 2011년 프리죤으로 사명을 바꿨다. 프리죤은 사명 변경 후 보안용역, 경비용역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사세를 키워나갔다. 프리죤은 2023년엔 청와대 방호 및 안전경비 업무도 시작했다.
프리죤이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는 아니지만 지분 관계가 얽혀 있다. 인천과 충북 지역에서 소외계층지원사업 등을 하는 셀트리온복지재단은 2011년부터 프리죤 지분을 보유해왔다. 2022년 말 지분율은 22.5%다. 셀트리온복지재단은 프리죤으로부터 배당금을 꾸준히 받아왔다. 2022년 배당금은 약 1억 1000만 원이었다. 셀트리온복지재단 이사장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부인 박경옥 씨다. 셀트리온은 2022년 셀트리온복지재단에 12억 2000만 원을 출연하는 등 지원을 꾸준히 이어왔다.
셀트리온 직원들이 프리죤 임원을 맡기도 했다. 프리죤 설립 때부터 2009년 7월까지 이사를 지낸 윤정원 씨는 현재 셀트리온 사장이다. 2005년 7월부터 2012년 3월까지 프리죤 감사를 맡은 신민철 씨는 현재 셀트리온 부사장이다. 2010년 3월부터 2011년 3월까지 프리죤 대표를 지낸 김도완 씨는 당시 셀트리온 총무팀 소속이었다.
프리죤 대표들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학연으로 얽혀 있다. 2010년 9월 프리죤 대표로 취임한 김영열 씨는 인천 남동경찰서장과 연수경찰서장 등을 지낸 경찰 출신이다. 김 씨는 인천 제물포고를 졸업해 서 회장과 고등학교 동문 사이이기도 하다. 김 씨는 프리죤 지분 27.09%, 김 씨 부인 송 아무개 씨는 프리죤 지분 10%를 갖고 있다.
프리죤 대표를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지낸 최승식 씨는 대통령 경호실 출신이다. 최 씨는 노무현 대통령 수행부장을 3년간 맡기도 했다. 최 씨는 서 회장과 대학교 동문 사이다. 최 씨는 건국대 산업공학과 78학번, 서 회장은 건국대 산업공학과 77학번이다. 현재는 최 씨 아들인 최정우 씨가 프리죤 대표를 김영열 씨와 함께 맡고 있다. 최 씨는 프리죤 지분 27.09%, 최 씨 부인 윤 아무개 씨는 프리죤 지분 10%를 갖고 있다. 최 씨 아들 최정우 씨는 프리죤 지분 1.66%를 보유 중이다.
프리죤은 2011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셀트리온 사무동에 본점을 뒀다. 셀트리온 사무동은 셀트리온복지재단과 셀트리온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등이 자리잡은 곳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프리죤 직원 불법파견 의혹과 관련해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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