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넘을 건설비 충당 문제와 향후 수익성 의문…롯데쇼핑 “자금 조달·수익성 관련 입장 밝히기 어려워”
롯데그룹은 1998년부터 부산시 중구에 108층 450m 높이의 마천루인 부산롯데타워 건설을 추진해 왔다. 롯데그룹은 부산롯데타워 예정지에 롯데백화점 광복점 등 몇 개의 부속 건물을 설립했다. 하지만 메인 건물인 부산롯데타워는 아직 착공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부산 지역사회에서 내에서는 롯데그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부산시가 부산롯데타워 완공을 조건으로 롯데백화점 광복점의 임시 사용 승인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부산경실련)은 지난해 성명을 통해 “롯데가 계속 공사를 미룬다면 부산시는 현재 유지되고 있는 상업시설에 대한 임시 사용 승인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입주 상인과 지역 고용자를 볼모로 롯데가 부산에서 이익만 챙기도록 부산시가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산롯데타워 착공에 힘이 실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부산시와 부산롯데타워의 높이를 67층, 342m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또 부산시는 지난 6월 14일 도시계획사업 실시계획 변경인가를 고시했다. 부산롯데타워의 연면적과 이용 계획을 확정한 것이었다. 부산시의 행정 절차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재계에서는 조만간 롯데그룹이 부산롯데타워 착공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부산롯데타워 건설을 위한 롯데그룹 내부 조직이 구성됐고, 전담 임원도 선임되는 등 준비는 완료된 것으로 안다”며 “부산시가 최종 인허가를 내주면 바로 착공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각에서 8월 착공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보다 더 빠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롯데타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자금 조달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지 여부다. 롯데그룹이 부산롯데타워 건설비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2019년 부산롯데타워 사업비에 4500억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가 대폭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비용은 이보다 높을 전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부산롯데타워 건설에 1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부산롯데타워 발주처인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3월 말 기준 1조 9319억 원이다. 하지만 롯데쇼핑의 부채총액이 20조 8468억 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곳간에 있는 현금을 고스란히 부산롯데타워에 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롯데쇼핑은 지난해 11월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 및 자동화 물류센터에 9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부산롯데타워 외에도 거액의 지출이 예정돼 있다. 더구나 롯데쇼핑의 올해 하반기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부산롯데타워 건설을 강행하면 재무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민유성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롯데쇼핑은) 2021년 이후 자산매각 규모가 축소된 가운데 한샘 지분 취득 등으로 자금소요가 확대돼 순차입금이 증가했다”며 “올해 3월 말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조정순차입금은 7.5배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2018~2022년 3조 8000억 원의 손상차손이 반영되면서 재무안정성지표도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도 롯데쇼핑에 대해 “기존 실적에 크게 기여했던 가전 전문 채널 실적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홈쇼핑 등 기존의 수익 채널의 경쟁력이 약화된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롯데그룹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건설 당시 일본 롯데홀딩스나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으로부터 수천억 원을 차입하는 등 일본계 자본의 도움을 받았다. 부산롯데타워 건설에도 일본계 자본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3.5%인 반면 일본은행 기준금리는 2016년 이후 현재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면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할 전망이다.
그렇지만 롯데쇼핑의 자금 차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완공 뒤에도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롯데물산(잠실 롯데타워 운영 법인)은 지난해 90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부산롯데타워의 흑자는 장담할 수 없다. 부산광역시 고시에 따르면 부산롯데타워는 당초 계획했던 호텔 사업을 취소하기로 했다. 또 부산롯데타워에는 롯데월드타워와 달리 오피스 시설이나 거주 시설이 없어 임대나 분양 수익도 벌어들일 수 없다. 부산롯데타워는 저층부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쇼핑몰을 통해 수익을 거둬야 한다. 금융권 입장에서 부산롯데타워 전망이 좋지 않다면 무작정 거액의 대출을 승인할 수는 없다.
부산롯데타워의 엔터테인먼트나 쇼핑 시설의 흥행도 장담하기 어렵다. 부산롯데타워 예정지인 중앙동이나 인근 남포동·광복동 상권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서면에 시설이 집중되면서 부산 유동 인구도 서면에 몰린 지 오래됐고, 최근에는 엘시티의 등장으로 해운대 상권이 크게 발달하고 있다”며 “남포동 인근은 공실률이 늘어나면서 임대료를 조금씩 인하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부산시와 롯데그룹은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관광객을 통한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엑스포는 1회성 이벤트일뿐, 장기적인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인지 롯데그룹은 부산시 관광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3년 영도대교 공사비로 1100억 원을 기부했고,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설에도 10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영도대교와 부산 오페라하우스 예정지는 부산롯데타워 인근에 위치해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3월 부산시 기장군에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을 개장해 관광 콘텐츠 확대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은 아직까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은 개장 후 1년 입장객이 약 140만 명이라고 밝혔다. 반면 잠실 롯데월드의 1년 방문객은 약 600만 명에 달한다. 심지어 대구 이월드의 지난해 방문객도 320만 명을 넘어섰다. 레고랜드의 경우 개장 후 1년 동안 100만 명가량이 방문했다. 그러나 레고랜드는 올해 1~3월 휴장했음을 감안해야 한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부산시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시가 부산롯데타워를 중심으로 남포동 인근 관광 인프라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롯데타워 건축 협의가 다 완료됐기 때문에 곧 건설 허가도 나올 것”이라면서도 “특별한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조만간 부산롯데타워 착공에 들어간다는 입장이지만 비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나 향후 수익성 관련해 현 단계에서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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