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만 10년 정치 ‘예스맨’ 되진 않아…지역통합 위해 무소속 단체장 찾아다닐 것”
김가람 최고위원은 우연한 기회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2013년 친한 선배 아버지의 지방선거 운동을 돕고자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듬해 선배 아버지가 기초의원으로 당선됐을 뿐만 아니라,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7월 30일 순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됐다. 이들의 당선이 호남에 끼친 파장은 적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보수정당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맞이했고,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강력히 남아 있다고 했다.
그렇게 김가람 최고위원은 보수정당 불모지인 호남에서만 10년을 활동해왔다. 새누리당 광주시당 미래세대위원장,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제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캠프 전남도당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선 청년기획위원을 맡았다. 지난 3·8 전당대회 때는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김기현 지도부에서 청년대변인을 지냈다. 일요신문은 6월 15일 국회 최고위원실에서 김 최고위원을 직접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우리 당에 가장 취약한 지역과 세대를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로 제가 당선되지 않았나 싶다. 그 지역과 세대를 설득하는 데 노력해라, 그런 강한 요구라고 생각하고 제 소명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
―부모님 반응은 어땠나.
“제가 하는 일을 신뢰해주시고 좋아하신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걱정을 많이 하셨다. 두 분 다 호남에서 워낙 오래 계셨고, 고향도 목포시다. 지금도 민주당에서 최고위원이 됐으면 (부모님께서) 더 좋아하시지 않았을까. 제 당선 소식을 더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리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과 대화는 자주 나누나.
“아버님께서는 만날 때마다 애정 어린 질책을 해주신다. ‘네가 아무리 보수정당에서 활동해도 기억해야 한다. 산업화 시대 당시 호남이 소외됐었다. 자신을 포함해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은 소외감이란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고, 지금도 갖고 있다. 그런 것들을 알고 정치를 하면 좋겠다’라고 말씀해주신다. 이런 질책들이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3년 친한 선배 아버님의 지방선거 운동을 돕고자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이듬해 선배 아버님께서 새누리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광주 지역에서 기초의원에 당선됐다. 기초의원 1명일 뿐인데도 당시 여당 소속이다 보니까 지원을 많이 받았고, 의정활동을 활발히 했다. 또 그해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순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됐다. 이정현 의원 당선 이후 순천에 ‘예산 폭탄’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 의원은 순천만정원을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하도록 국가 지원을 이끈 장본인이다. 이 의원이 순천에서 그냥 재선에 성공한 게 아니다. 그때 정치란 게 이런 것이구나를 느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느꼈나.
“호남 분들이 이념도 중요하지만, 잘 살기 위해선 이념을 초월하는 현실적인 선택도 하면 좋겠다. 균형감각이 맞아야지만 지역이 잘 발전하고, 민주당도 긴장한다. 새누리당 입당 전까지만 하더라도 보수정당에 대해서 막연한 좋지 않은 인식이 존재했다. 그런데 실제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경험해보니까, 신세계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는 정당이구나. 사업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뭔가 감정적으로 살지는 않았는가, 생각을 되돌아보게 됐다. 실제 광주 청년들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본인 생각과 맞지 않더라도 주류 세력인 민주당에 맞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 않나 싶다. 하지만 저는 생각과 맞지 않는 것을 강요하면서 살아가고 싶진 않았다.”
―여당 지도부의 유일한 호남 출신이다. 지역화합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
“쉽지 않은 일이다. 호남을 설득하기 위해선 진정성이 필요하다. 서진 정책이나 지지율 몇 % 올리겠다는 전략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 호남 41개 기초단체 중 무소속 단체장이 10명이나 된다. 얼마나 답답하겠나. 여당 지도부로서 무소속 단체장 지역부터 발로 뛰면서 찾아다닐 생각이다. 호남도 지역마다 정서가 다르다. 전북권은 중부권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전북혁신도시도 그곳 정서가 있다. 광양제철소, 여수국가산업단지 등이 있는 전남 동부권은 산업화의 상징이다. 이런 곳은 보수정당이 해볼 만하다. 반면 전남 서부권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 쉽지 않다. 5·18 민주화 운동을 직접 겪은 광주도 마찬가지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서 우선 기초단체 위주로 움직일 생각이다.”
―세대통합도 강조했다.
“우리 당이 가장 취약한 세대가 30~40대다. 그들은 20대가 하도 어렵다고 하니까 표현을 못 한다. 하지만 깊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리도 힘들다고 토로한다. 직접적인 지원이 어렵다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을 생각해봐야 한다. 유치원과 초등교육에 대한 지원 정책 등 파격적으로 해나간다면 마음을 살 수 있지 않나 싶다.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최고위원으로서 최우선 과제를 꼽는다면.
“김기현 대표가 100일 동안 당 안정화에 초점을 맞췄다. (김기현 체제) 임팩트가 부족한 거 아니냐, 왜 민주당 지지율을 역전을 못 하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제부터는 국민께 인정받기 위해서 민생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국민께 신뢰를 얻고 인정받아 도약해야 할 때다. 늘 강조하지만 취약한 지역과 세대에서 인정받는 터닝포인트가 오면 좋겠다.”
―김기현 대표 등이 낙점해서 이번에 당선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낙점보다는 좋은 평판이 쌓여온 결과다. 지난 전당대회 때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한 경험을 지녔고, 청년 대변인으로서 역할을 했다. 전당대회 때도 유력한 후보한테 줄을 서지 않았고 당당히 도전했다. 보수정당 불모지 호남에서만 10년을 생활했다. 이런 것들이 축적돼서 좋은 이미지로 이어진 것이다. 인정받은 것이지 낙점이라고 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예스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호남에서 정치를 10년을 했다. 다 망한다고 했던 하몽 사업에서 성과를 냈다. 70년 된 한국청년회의소(JC)에서 최연소 중앙회장을 했다. 예스맨일 거 같나. 나름대로 의지와 소신이 있다. 조직 내에서 청년 정치인들이 튀려고 하고, 반대되는 의견을 낸다고 해서 바람직한지 모르겠다. 반대 의견도 존중하지만, 찬성 의견도 소신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또 싸우는 것은 식구들끼리 해야 한다. 지도부가 갈등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치는 건 좋지 않다. 지도부끼리 있을 때는 당연히 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쓴소리를 남들 앞에선 하고 싶진 않다.”
―정당이 선거철에만 청년들을 이용하고 그 후엔 홀대한다는 비판이 많다.
“그 부분은 강력하게 지켜보려고 한다. 그럴 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뿐 아니라 젊은 장예찬 김병민 최고위원들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그런 모습을 국민께 보여줘야 한다. 모든 청년을 책임질 순 없지만 경쟁력 있고 충분히 역량 있는 청년이 피해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 피해를 받는다면 목소리를 낼 것이다. 김기현 대표와 함께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도 젊은 사람 목소리를 기울이는 부분 때문이다. 최고위 회의 끝나고도 김 대표는 젊은 최고위원, 배현진 조직부총장 등과 따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국민의힘이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제시했지만 소상공인 반발이 거세다.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소상공인들이 지역 상권에서 피해를 받기보다는 상생하는 사례가 더 많다. 광주는 복합쇼핑몰이 늦게 생긴 편이라, 다른 지역 사례를 타산지석 삼을 수 있다. 상생 모델을 기획단계부터 잘 고안하려고 한다. 복합쇼핑몰이 생기면 소상공인이 무조건 죽는다는 건 말이 안 되고, 시장 경제 논리로도 안 맞다. 주말 되면 광주 사람들마저 외지로 놀러 간다. 광주 사람들이 외지로 안 가고 외지 사람들이 광주로 온다고 생각해보자. 어떻게 죽는 길인가.”
―김건희 여사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방문했다.
“정치적인 이슈보다는, 광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기 위한 모습이지 않나 싶다. 정치적인 이슈나 목적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데, 이번엔 좋은 모습이지 않았나 싶다. 김기현 대표가 광주나 호남에 관심 가져주는 모습과 같이 어우러져서 개인적으로 좋게 본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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